노려 <지국장>
요즈음은 모든 게 쿠폰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살고 있는 딸애가 40달러짜리 자전거 운동 이벤트를 쿠폰으로 공짜로 하고 왔다고 한다. 뿐 인가, 맨해튼의 꾀나 고급스런 식당도 유명한 콘서트도, 웰빙 마사지도 쿠폰을 써서 싼값에 즐기는 것이 현세대들의 자연스런 생활인 것 같다.
쿠폰의 매력은 대단하다. 그 옛날 별로 쿠폰이라는 개념이 없이 살다 미국에 온 우리 한인 1세대들도 쿠폰에 맛을 들여 필요도 없는 물건이라도 25%~50% 깎아준다는 말에 쿠폰을 오려들고 상점엘 가곤 했다. 최근에는 ‘구루폰(Groupon)’을 이용하면 골프도 싸게 칠 수 있다며 인터넷을 여는 앞서 가는 시니어들도 있다. 그 비싼 맨해튼 주차장도 인터넷에서 쿠폰을 프린트해가면 거의 반값이다.
오히려 이 메일로 들어오는 온갖 쿠폰들을 지우는 일에 시간을 쓰는 요즈음, 옛날처럼, 알뜰한 주부들이 신문이나 잡지에 난 쿠폰을 오려두었다가 날짜를 맞추어 갖고 다니는 광경은 드물어졌다.
쿠폰의 날짜가 지난 것도 상관 않고 받아주는 상점도 있으며, 웬만한 메가 스토어는 메일로 쿠폰이 오긴 해도 쿠폰을 갖고 갈 필요가 없다. 매장 내에 그 날의 세일 상품 표시가 크게 되어 있고, 한 사람당 갯수가 제한되어 있을 뿐, 계산대에서 쿠폰을 내고, 종업원이 그걸 맞추어보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있다. 백화점 역시 쿠폰을 안 갖고 가도 그 자리에서 고객의 셀폰으로 백화점 사이트를 열어, 쿠폰을 찾아 디스카운트를 해준다.
그런데 이 처럼 진보된 세상인데도, 종종 한국 식품점에서 세일 상품이나 쿠폰으로 인해 벌어지는 눈에 거슬리는 장면을 본다. 계산대에 기다랗다 줄을 선 와중에 손님이 물건 하나를 들며 왜 세일 값을 안 찍냐고 하고, 이건 세일이 아니라는 캐셔와 손님의 옥신각신이 시작된다. 손님은 분명하다고 우기고, 캐셔는 무척 조심스럽게 아니라고 말한다. 의례히 그 들은 쿠폰을 꺼내 다시 살펴보고, 캐셔는 수퍼바이저를 부른다.
결국, 세일 상품의 브랜드는 같아도, 사이즈가 틀리던지, 내용물이 틀리든지 뭔가 하나가 다른 상품으로 결론이 난다. 손님은 마치 속은 듯해 기분이 나빠진다. 친절과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종업원의 속마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 역시도 한국식품점에서 보내오는 쿠폰 북에서 싼 상품을 얼핏 보고, 가서 보면, 조금 다른 것일 때가 있어 실망을 하거나, 깜빡 쿠폰을 안 갖고 왔다던 지, 바로 어제 세일이 끝났다고 해서 안타깝고 아쉬울 때가 가끔 있다.
손님을 끌기 위한 세일과 쿠폰인줄 뻔히 알면서도 끌려 다니는 소비자들. 세일 상품과 아닌 것의 구분을 아주 분명하게 해주던지, 수퍼마켓 보너스 카드로 자동적으로 세일가격이 적용되던지 해서, 소비자에게 편리를 주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겠다. 계산대에서 눈살 찌푸리게 하는 실랑이도 줄 것이고, 소비자들은 당장 필요 없는 물건을 사더라도 알뜰살림인 것 같아 뿌듯할 테고, 돈을 쓰면서도 이익을 보는 듯 한 기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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