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능에 열정 팍팍...“헤드셰프 꿈 이뤘죠”
▶ 미국인 입맛 사로잡은 1.5세 주방장
흔히 칼, 불, 기름 등이 있는 주방은 전쟁터에 비교된다. 아무리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라도 주방은 전쟁터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런 주방의 총 책임을 맡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예스! 셰프”를 외치며 바쁘게 팬을 돌리는 요리사를 지휘하는 사람을 헤드 셰프라 한다. 헤드 셰프는 주방의 총 지휘자인 것이다. 뉴욕 맨하탄 55가에 유명인사가 즐겨 찾는 정통 서양식 유명 레스토랑 마이클((Michael)이 있다. 그곳의 총괄주방장이 바로 한인 1.5세 임경업(30) 헤드 셰프다.
■요리사의 길로 들어서다
그는 뉴욕시립대의 요리학교에 입학하면서 요리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요리 만들기를 너무 좋아해 요리대학을 선택한 것이 현재 요리사가 된 첫 발걸음이었다. 대학을 다니며 호텔, 관광, 디저트, 요리 등을 배웠지만 역시 요리 수업이 제일 즐거웠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교수의 추천으로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파타임을 하며 샐러드를 만들고 고기를 굽는 등의 실전 경험은 요리에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대학 2학년 때 가정형편으로 학교공부를 접어야 했다. 요리에 대한 학문적인 공부는 중도하차 했지만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실전에 뛰어들었다. 요리를 배우기 위해 처음 찾아 간 곳은 맨하탄의 미국, 이탈리아와 프랑스 레스토랑이었다. 보수도 없이 그저 일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한인 요리사가 없던 시절이라 인종차별도 심했지만 참아야만 했다. 우선은 실력을 쌓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부터 더욱 더 요리 실력으로 그들을 이겨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더 많은 요리를 배우고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데 온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 주말에는 플러싱 한인 타운의 김밥집이나 빵가게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충당했다. 그렇게 힘든 날들을 보내면서도 한 단계 한 단계 요리사의 정상을 향해 실전경험을 쌓았던 것이다.
■ 요리사의 최정상에 서다.
무보수로 여러 레스토랑에서 2년여 동안 각종 요리 만들기를 배웠다. 처음에는 요리하다 불에 데고 칼에 찔리고 손과 팔에 상처를 입기 일쑤였다. 요리 실력이 쌓여도 진급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차별도 참아야 했다. 참으로 힘든 나날이었다. 그럴수록 더욱 열심히 배우며 자신의 장점인 성실성에 충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2005년 후반 맨하탄 서양식 전통 레스토랑인 마이클((Michael)에서 취업 제의가 온 것이다.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그 동안 실전을 통해 배운 요리솜씨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직해서도 더 많은 요리를 배우고 싶어서 남들보다 2-3시간 먼저 나오고 2-3시간 늦게 퇴근하면서 주방에서만 살다시피 했다. 그런 성실함으로 6개월 만에 부주방장으로, 그 후 1년6개월이 지난 취업 2년 만에 헤드 셰프가 되는 초고속 승진을 한다. 26세의 나이로 유명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가 된 것이다. 초고속 승진은 재능과 실력 때문이었고, 실력을 향상 시킨 것은 쉼 없는 노력 때문이었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면서 남들의 머리가 쉴 때 생각하고, 남들의 손이 놀 때 꾸준하게 연습한 덕분인 것이다. 결국 젊은 나이에 총주방장인 헤드 셰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재능과 실력도 뛰어났지만 열정과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 된 결과였다.
■ 요리사의 총괄주방장
그는 헤드 셰프가 되면서 주방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요리사에게 요리방법과 메뉴를 가르치고, 요리사들과 시간에 맞게 손님들에게 요리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음식의 질을 유지하고, 종류를 결정짓고, 레스토랑과 손님들에 최적화된 새로운 메뉴의 개발도 그의 몫이다. 그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의 운영참여와 이윤 창출의 막중한 책임도 맡고 있다.
주방을 지휘할 때 제일 중요시하는 것은 팀워크이다. 모든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팀플레이로 일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제일 강조하는 것은 ‘안전’이다. 늘 “긴장을 늦추지 말라, 항상 긴장하라‘고 강조한다. 잠시라도 한 눈 팔면 불에 데거나 칼에 상처 나기 쉬운 곳이 주방이기 때문이다.
그는 ‘주방은 짧은 시간대에 쏟아지는 다양한 주문들을 재빨리, 실수 없이, 맛있게 만들어 내야하는 곳이기에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잠깐 한 눈 팔면 사고 나는 곳이 주방이라 일할 때는 엄한 편이지만 화를 내지는 않는다. 주방 요리사들도 소중한 가족과 마찬가지니까요“라고 말한다.
■셰프출신 마이클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셰프 출신의 경영주 마이클을 만난 것은 그의 요리사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요리 실력과 성실함을 인정하며 초고속 승진을 해준 것과 고용주면서도 함께 일하는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그의 경영 철학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클 레스토랑은 37년이 된 캘리포니아와 25년이 된 맨하탄 55가 두 곳에 운영되고 있다. 맨하탄 레스토랑의 단골손님은 빌 클린턴 전직 대통령 부부,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영화배우 디카프리오나 리차드 기어, 주식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과 뉴욕의 각종 스포츠 스타 등 수 많은 유명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특히 그의 요리 맛에 반한 단골손님 가운데는 방송국 PD들도 많이 있어 FOX 5, ABC, NBC 등 요리프로그램에 직접 출현해 요리 만들기 시현도 수차례 방송 했다.
결국 현재 그에게 힘을 주는 것은 그의 요리를 먹으러 늘 레스토랑을 찾아주는 유명인사 등 눈에 익은 손님들이며 그를 미소 짓게 하는 것은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그 손님들의 칭찬인 것이다.
■ 한국의 양념을 즐겨 쓰는 헤드 셰프.
그의 요리 철학은 새로운 메뉴 개발로 손님들에게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다.
새로운 퓨전메뉴를 내 놓을 때마다 소스와 양념으로는 ‘된장, 고추장, 간장, 참기름’ 등을 사용한다. 국물을 낼 때도 ‘멸치, 다시마, 미역’ 등이 주재료다. 소금이나 후추로만 간을 하는 서양 요리에 익숙한 손님들에게 담백하고 새로우면서도 신기한 맛인 ‘감칠맛’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짠맛, 단맛, 쓴맛, 신맛 등만 맛보던 손님들은 각종 요리의 소스와 양념에서 감칠맛이 듬뿍 난다는 게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고, 처음 맛보는 ‘감칠맛’의 퓨전요리에 쉽게 빠져들었다. 고추장을 활용한 퓨전 메뉴로 한국식 양념 통닭인 ‘코리안 바비큐 치킨’은 고추장 특유의 입에 척척 붙는 ‘감칠맛’을 확실히 느낄 수 있어 인기 최상의 퓨전 요리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헤드 셰프 9년차인 그는 지금도 하루에 1-2개, 일 년에 300-500개의 감칠맛 나는 퓨전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새로운 메뉴 개발은 일상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 4계절의 날씨, 오고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패션 스토아의 시즌에 앞선 상품들의 디자인과 색상, 그리고 매일 들르는 꽃가게 등이 아이디어의 보물창고다. 책을 통한 메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 진 것을 모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맛본 한국 재료들을 사용하는 게 가장 자신 있는 맛을 낼 수 있다는 그는 “서양 손님들에게 먹어도 질리지 않고, 먹을수록 더 먹고 싶은 담백하면서도 신기한 맛이 감칠맛”이라며 “그런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는 재료가 바로 한국 고유의 장과 천연재료”라고 말한다.
■ 가정적인 헤드 셰프
1984년 6월에 태어난 그는 12살이 되던 1996년 뉴욕으로 이민 온 한인 1.5세 젊은이다. 동갑내기 아내 필원씨와 결혼해 5살이 된 장남 노아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일이 너무 바빠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 늘 미안하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가족과 여행을 갈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2-3년 안에 맨하탄과 롱아일랜드 햄튼에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파트너십 레스토랑을 차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10년 정도 지나면 한국에도 레스토랑을 하나 차릴 계획이다. 노후에는 2층 집을 짓고 그 아래층은 하루에 맛있는 햄버거 딱 100개만 파는 그런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요리사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게으름을 부리지 말고 자신을 위해 성실히 정열적으로 꾸준히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는 최고의 요리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성실과 꾸준한 노력을 강조한다.<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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