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 여객기 미사일 피격
▶ 31년 전 KAL기 피격과 닮은꼴
러시아 접경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가 미사일에 맞아 산산조각이 난 채 잔해가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다.
시신 100여구 확인…탑승자 생존 가능성 없어
폭격이라도 맞은 듯 참혹했다. 마치 폐기물 처리장을 연상케할 정도로 산산조각이 난 채 검게 불탄 여객기의 잔해가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었다.17일 우크라이나 동부의 말레이시아항공 보잉 777 여객기 추락현장에는 검은색 연기가 하늘 높이 피어오르고 한쪽에서는 화염도 뿜어져 나왔다.여객기 꼬리 부분에 있는 말레이시아항공의 로고만이 사고기의 잔해임을 나타냈다.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시체 수십 구가 여기저기에서 발견됐다. 도무지 생존자가 있을 것 같은 흔적은 없다고 현장에 도착한 AFP통신 등 외신 기자들이 전했다.
여객기가 추락한 곳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도시 샤흐툐르스크 인근으로, 친(親) 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지역이다. 총을 들고 있는 반군들이 여객기 잔해를 바라보는 모습이 BBC방송 등의 현장 화면에서 목격됐다. 주민들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은 굉음이 울린 뒤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고 여객기 추락 직후의 상황을 전했다.
카트야(64)씨는 AFP통신에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지진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의 딸인 나탈라(36)씨는 폭발음에 매우 놀라 "아기를 데리고 지하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들에서 트랙터로 일하고 있는데 비행기 소리가 들리더니 ‘쾅’하는 폭음이 났다. 뒤를 돌아보니 비행기가 두 쪽으로 쪼개져 있었다"고 전했다.구급대원들은 사고 지역에서 100여구의 시신을 발견했으며, 비행기 일부 잔해는 사고지점에서 15㎞ 떨어진 곳에서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항공, 잇단 초대형 참사에 ‘몸서리’
말레이시아의 국적 항공사 말레이시아항공(MAS)이 올들어 잇따라 터진 초대형 악재에 몸서리치고 있다. 지난 3월 승객과 승무원 239명이 탑승한 소속 MH370편이 실종된 데 이어 17일에는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하던 MH17편이 미사일에 피격, 추락했기 때문이다. 불과 4개월여의 시차를 두고 터진 말레이시아항공의 잇단 대형 참사에 희생된 승객과 승무원 수만 무려 534명에 이른다.
지난 3월 당시 쿠알라룸푸르공항을 떠나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다 예정 항로를 이탈, 실종된 MH370는 인도양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잔해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말레이 항공사는 물론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시종일관 미숙한 대응으로 일관하다 중국과 베트남 등 주변국들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는 등 신뢰 위기를 맞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미사일 피격사건 역시 지난 3월 발생한 MH 370편 실종 사건처럼 의문과 논란만 키울 수 있다며 벌써부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31년 전 KAL기 피격과 닮은꼴
17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 보잉 777 여객기 피격은 1983년 소련에 의한 대한항공(KAL) 여객기 격추사건을 연상케 한다. 31년 전인 1983년 뉴욕에서 출발해 9월1일 오전 6시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대한항공(KAL) KE-007도 미사일 공격으로 탑승객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KAL 여객기는 도착 2시간30여분 전인 3시23분 일본 북해도 근해에서 연락이 두절됐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예정 항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으로 들어갔다.
당시 KAL 여객기에 미사일을 발사한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 오시포비치 조종사는 정찰기로 확신하고 격추했다고 지난해 9월 러시아 시사주간지 ‘아르티 이 팍티’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오시포 비치는 지상에 있는 상관으로부터 명령을 받고 4발의 경고 사격을 했으나 KAL기가 경로를 변경하지 않아 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진술했다.
KAL기가 격추될 당시 세계 정세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냉전의 대결구도가 막바지 절정으로 치닫던 상황이었다. 당시 양국은 첩보활동을 위해 상대국의 영공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소련이 KAL기를 정찰기로 오인했다는 주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사건도 우크라이나의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지역의 상공에서 일어났다. 내전의 긴장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민간항공기에 타고 있던 수백명의 목숨이 희생된 것이다. 냉전 속 애꿎은 피해를 당한 KAL기 사건의 재판인 셈이다.
오바마 "여객기 피격은 ‘끔찍한 비극’…조사 지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격추된 사건과 관련해 ‘끔찍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사건 원인 등을 밝혀내는 데 적극 협조하고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일어난 여객기 격추 사건에 대한 보도를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며 "아주 끔찍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관료들이 미국인 탑승 여부 등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오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하면서 여객기 피격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주요 국제 항공사고 일지]
▲2014년 3월8일=말레이시아 항공 보잉 777-200 여객기가 쿠알라룸푸르를 이륙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다 인도양 남부에 추락. 승객과 승무원 등 239명 사망.
▲2013년 7월6일=아시아나항공 보잉 777-200 여객기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다 충돌 사고. 중국인 여학생 3명 사망하고 180여 명 부상.
▲2010년 5월22일=승객과 승무원 등 166명을 태운 에어인디아 소속 보잉-737 여객기가 인도 남부 망갈로르의 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해 추락. 158명 사망.
▲2010년 5월12일=아프리카항공 여객기가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인근 사막에 추락. 103명 사망.
▲2010년 4월10일=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 등이 탑승한 비행기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인근에서 추락. 탑승 96명 전원 사망.
▲2009년 6월30일=예멘 국영 예메니아항공 에어버스 310기가 예멘 사나공항 이륙 후 아프리카 코모로 해역에 추락. 승객 153명 중 152명 사망.
▲2009년 6월1일=에어프랑스 소속 에어버스 A330기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공항 이륙 후 브라질 북동부 대서양 상에서 추락. 228명 사망.
▲2003년 2월19일=이란혁명수비대 군용기 산악지대 추락. 275명 사망.
▲2002년 5월 25일=중화항공 소속 보잉 747기 공중 분해후 대만 해협에 추락. 225명 사망.
▲2001년 11월12일=아메리칸에어라인 소속 에어버스 A300기 JFK공항 이륙후 추락. 265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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