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헌 (맨체스터 대학 철학교수)
시진핑 (習近平) 주석의 한국 방문이 화제였다. 전통적으로 중국의 주석은 북한을 먼저 방문했기 때문에, 북한 보다 한국을 선택 한 것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는 이유이다. 한미 동맹을 약화 하려는 중국의 외교 책략으로 보는 것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인 듯하다. 중국과 친하게 지내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한중 관계를 이성적인 눈으로 다시 한 번 가름할 시점에 와 있다.
중국은 이미 한국 무역의 가장 큰 시장이 되었고, 한국을 중국 경제의 막강한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경제적 예속 관계로 발전(?) 시켰기 때문 이다. 중국이 불경기로 접어드는 경우, 한국의 경제는 거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많다. 미국과 일본 무역을 합한 것 보다 더 높은 대 중국 무역 편중과 예속 현상을 교정할 다변화 전략이 시급한 때이다.
한국이 중국에 예속되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국시대 이후로 한국이 중국에 예속되지 않았던 시대는 한 마디로 없었다. 한국은 항상 중국의 속국이었고 왕은 황제의 신하였다. 어이없는 물량의 조공을 바쳐야 했으며, 중국 황제의 연호와 달력을 받아와야만 새 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중국 황제의 생일에는 특사를 파견하여 삼고구배 (三顧九拜)의 예를 드리던 일도 먼 옛 날이 아니다. 절대 권력으로 조선을 호령하던 대원군이 청나라 군사 몇에게 잡혀가며 눈물을 흘리던 것이 19세기말 중국과의 관계였다.
시(習) 주석이 한국 방문 중 언급한 임진왜란에서 조선을 구원했다는 명(明) 나라의 원군도 사실을 알고 보면 기가 막히는 점이 많다. 이여송(李如松)이 이끌던 명나라 군사들의 횡포는 사실 침략한 왜군의 횡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세월과 시대와 역사가 달라진 지금, 이런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짚을 필요가 있을까? 과거는 과거로 덮어버리고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중국 여인들이 한국 화장품을 프랑스제보다 더 즐겨 쓴다던데……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 드라마에 빠져 비몽사몽 속을 헤매고 있다 던데…… 그러면 문화적으로 중국을 정복한 셈 아닌가? 그렇지 않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문화를 정복한 다른 민족의 문화는 없었다. 불교가 그 예외가 될 수 있겠으나, 그 것도 철저하게 중국화 되었을 때에 중국민중들이 받아 들였던 것이다. 석가모니는 학을 타고 서쪽으로 사라졌던 노자라는 설이 광범하게 유포되었던 시대와, 불교가 매우 왕성 하던 오호십육국, 당송시대가 겹쳐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
역사를 살펴보면 나아갈 길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 예속관계가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에서 평등하고 서로 존중 하고, 존중 받는 독립적인 관계를 세울 큰 지혜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한국이 내부적으로 안정과 국민적 통합을 이루는 것 이다. 배가 하나 가라앉았다고 대통령이 사임해야 한다면 그 나라가 안정을 이룰 수 있는 나라라고 믿는 국가가 세계에 어디 있을 것인가.
어려움이 닥칠 때 서로 힘을 합해도 문제를 해결하기 벅찬 것인데, 대통령, 총리, 장관 다 사임하고 나면 누가 그 문제를 해결 할 것 인가.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는 자를 존중하는 사람이나 국가는 이 세상에 없는 법이다. 감정적 좌우논쟁을 걷어치울 때가 되었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 어리석음을 벗어 던질 때가 바로 지금이다. 국민들도 감정적인 외침보다는 이성적인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이다.
정부도 안팎의 개혁을 계속하여 국가의 체질을 개선하고 정부의 효율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 이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안정을 이룩하고, 국제 관계에서 튼튼한 한미 안보동맹을 유지하는 길이, 중국에 정치 경제적으로 예속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국제 관계라는 것을 설득해야 할 것 이다. 그렇게 된다면 단결되고 굳건한 한국을 중국과 국제 사회가 모두 존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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