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교육재단 모국방문- 병영체험 현장을 가다
<경기도 파주시=함지하 기자> “한국전쟁(6·25전쟁)이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 제15차 뿌리교육재단 모국방문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84명의 한인 학생 중 이 질문에 정답을 말한 학생은 다섯 명 남짓. 이들 마저도 정답에 확신은 없었다. 부모님 세대엔 상식과도 같은 6·25전쟁 발발 연도를 모르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 어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실시된 학생들의 한국군 병영체험은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깨닫게 하는 색다른 기회를 제공했다.
학생들이 병영체험을 위해 입소한 곳은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소재 제1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신교대가 속한 1사단은 한국전쟁 당시 백선엽 장군 등 6·25당시 전설적인 활약을 한 인물이 거쳐 간 부대이기도 하다. 현재는 개성공단 출입로와 도라산역, 공동경비구역(JSA) 등의 경계를 맡고 있다.
우경석 신교대대장(중령)이 6.25 당시 최초로 평양탈환을 한 곳이라고 소개한 1사단에서 학생들은 햇볕이 내리쬐는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실제 장병들이 기거하는 생활관을 중심으로 하루를 보냈다. 어색한 군복에, 식사 땐 생전 처음 보는 철제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았고, 제식훈련 등을 통해 짧은 시간이지만 군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경험을 했다.특히 1사단 전차대대를 방문했을 땐, K1 전차에 올라 타 각종 무기를 만져보면서 분단의 현주소를 몸소 느꼈다.
이날 학생들이 머문 1사단은 임진강을 사이로 북한과의 거리가 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신교대대에 머무는 동안에도 학생들은 먼 나라 북한이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는지는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이 때문에 병영체험 이틀째인 17일 제3땅굴과 북한의 개성이 눈에 들어오는 도라산 전망대를 찾은 학생들은 대부분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박지민(16)양은 “이렇게까지 가깝게 있다고 생각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전망대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한승원(16)군은 “갑자기 북한이 내려오면 우리는 어디로 피해야 하느냐”고 진지하게 묻기도 했다.
개성행 열차의 정착지인 도라산 역을 방문해서도 ‘평양 방면’이라고 써진 문구를 본 학생들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등 신기해했다. 안내원이 ‘유라시아 횡단 열차가 현실화되면 이곳을 통해 북한을 거쳐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프랑스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하자, 학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병영체험을 시작하기 전 ‘통일’에 대한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학생 대부분은 병영체험 후 좀 더 의젓하게 생각이 바뀌었다.
강우석(16)군은 “한 나라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서로 맞대고 있으니 가슴이 아프다”며 “하루빨리 서로에게 겨눈 총을 내려놓길 바란다.”는 생각을 밝혔다.
지난 2000년부터 모국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뿌리교육재단 회장은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북한은 그저 멀리 있는 나라, 뉴스에서나 보는 나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같은 병영체험을 하고 나면 모국의 현실을 깨닫고, 스스로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된다.”면서 “지난 15년간 배출된 1,000여명의 한인 2세들이 모두 미래의 통일의 주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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