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헌(맨체스터대학 철학교수)
3주 전에 발간된 자유주의 성향의 잡지 뉴 리퍼블릭 (The New Republic)의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전 예일대학 부교수였던 윌리엄 더레시위츠 (William Deresiewicz) 가 기고한 기사였다.
기사의 요점은 아이비리그 (Ivy League)로 불리는 미국의 유명 대학들이 소위 미국의 특권층을 길러내는 산실이라는 비판 이다. 이 대학들이 사려 깊고 의미 있는 삶을 준비하는 교육 보다는, 성공 지상주의를 주입 시켜서, 하는 일은 뛰어나게 잘 하지만 인생의 목표나 자기가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별로 그 의미를 생각해보지 않는 인간들을 길러낸다는 것 이다.
특권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성공을 향해 한 방향으로 만 우르르 몰려가는 “우수한 양떼 (Excellent Sheep)”들로 이들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이 기사를 쓴 분이 아이비리그의 하나인 컬럼비아 대학 출신이요,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주립대학의 질을 높이고 우수한 젊은이들을 그 곳에 입학 시켜 보다 다양 한 인종과 배경의 학생들과 함께 생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인데…… 그렇게 하면 특권층 이 없어질까? 이런 비판이 우리와 같은 이민자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일까?
우선 미국의 특권층이 누구인가를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특권층 은 조상으로부터 많은 부와 명예를 물려받아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쌓아온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다. 카네기, 라커펠러, 케네디, 부시 가문과 이들과 비슷한, 소위 미국 사회의 지배계층 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의 밑바닥으로부터 일어나 자수성가한 사람들, 예를 들면 스티브 잡스라든가 빌 게이츠처럼 자신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해서 성공하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또한 미국의 특권층으로 부를 수 있을 것 이다. 그러나 한 발 물러나 생각해 보면, 현재 미국의 특권층으로 불리는 사람들도 사실은 그들의 조상이 빈손으로 이민한 사람들 이었다.
우리 한인 이민자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보다 나은 삶, 성공하는 삶을 살기 위해 정든 모국을 등진 것 이다. 이민 당대가 아니면 2세들이라도 좋은 교육을 받고 미국사회에서 공헌하며 잘 살고 성공하기를 바라며 밤낮 가리지 않고 힘써 일 하는 것 아닌가? 자녀들이 우수한 경우, 부모들이 희생을 감수 하며 예일 이나 하버드를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성공할 기회가 더 많다고 믿기 때문이고, 또 실제로 그렇다. 주립 대학의 질을 높여야 하고 좋은 주립 대학에 자녀를 보내자는 생각이 옳은 것도 사실 이요, 실제로 아이비리그에 버금가는 주립 대학도 많이 있다. 그러나 데레시위츠가 비판 하는 것처럼,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 한다고 해서 단지 세속적인 성공만 추구 하는 사람이 되고 좋은 주립대학을 졸업해야 사회에 공헌 하는 사람이 된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정직하게 말 한다면, 아이비리그 대학을 보낼 수 없어서 안 보내는 것이지, 보낼 수 있는데도 안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외가 있지만, 미국 사회의 주류에서 활동하는 많은 한인 2세들의 경우, 아이비리그에서 교육 받은 젊은이 들이 대부분 이다. 한인 이민자녀들이 미국 사회의 주류에 진입하는 길이 많이 있겠지만, 보다 효과적인 길의 하나는 자녀들을 아이비리그에 보내 학문과 덕을 튼튼하게 쌓아 미국 사회의 인정을 받는 길이다. 블루 칩(Blue Chips)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레시위츠가 비판하는, 자자손손 상속 계승 되는 특권이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보다 더 높은 목표를 이루려는 인간의 속성은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요, 이 추구가 특권이라면 나쁠 것도 없다. 다만 어떻게 이를 갖지 못한 사람들과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느냐 하는 도덕 철학적인 문제를 부모들이 조심스럽게 가늠하여 대학을 선택하면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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