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수정.로버트 모갠 씨 부부
▶ 100년된 시골학교 개조 여름 망중한
맨하탄에서부터 곧장 2시간을 북쪽으로 드라이브 해 간 , 엘리자빌(Elizaville)은 호수를 끼고 있는 한적하고 작은 마을이다. 뉴욕 어디서도 보기 드믄 흙 길에는 키보다 높게 자란 잡초들이 무성하고, 멀리 언덕엔 얼룩소가 보이는 이곳에 세계 최첨단 예술의 핵심지인 맨하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버트 모갠(Robert C. Morgan), 현수정 부부의 여름 하우스가 있다.
로버트 모갠 씨에게 따라다니는 이름은 미술 평론가, 화가, 시인, 학자이다. 그가 쓴 미술과 미술 철학에 관한 저서만 해도 10권이 넘으며, 세계 20개의 언어로 번역이 되어 있다. 개념미술(Conceptual Art)분야에 권위자인 그는 특히 중국을 위시한 동양 미술에 일찍이 깊은 관심을 두었으며 서구세계에 아직 동양의 작가들이 발을 딛지 못하고 있을 때부터 동서의 미술계를 연결한 업적을 쌓아오고 있다. 또한 그는 프랫미술학교에서 가르치는 동안에도 동양 학생들과 가깝게 지내며 많은 한국인 제자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그가 큐레이터 현수정 씨를 만나게 된 것도 바로 그의 동양미술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1990년대에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광주에 머물면서 현대미술을 강의하던 그 당시, 전남 대학교에서 미술사 석사를 하던 현수정씨와 알게 되었고, 지난 10여년을 뉴욕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일하며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조선대학에서 박사를 취득한 현수정 씨는 뉴욕에 와서 조선대학과 관련 깊은 김포 씨 갤러리에서 일을 하게 되었으며, 뉴욕의 한인 미술단체에도 관여를 했다. 그 동안 뉴욕과 한국에서의 전시회를 위시해 뉴욕 알 재단의 ‘아카이브’ 전시, 동화문화재단의 ‘민화전’, 강콜렉션의 ‘부다’전시를 기획했다.
Robert C. Morgan(www.robertcmorgan.com)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미술 평론가로 또한 수차례 개인전 등의 전시를 가진 화가로 수많은 사이트가 뜨는 그의 경력은 대단하다. 따라서 그의 바쁜 생활이 짐작된다. 부인 현수정 씨도 현재 실비아 왈드 & 김포 갤러리의 객원 큐레이터, 동화문화재단의 프로그램 디렉터, 또한 조선대학 미술관의 통신원 그리고 NY 아트 매거진에 글을 쓰며 1인 다역을 해 내고 있으니 바쁘기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곳에 오면 완전히 달라진다. 명실공이 시골생활이다. 집안에 TV가 보이질 않는다. 100년 전에 초등학교였다는 이 집은 요즈음 기준으로 보면, 자그마한 주택보다도 규모가 작은 단층집이다. 교실 하나짜리 학교였을 덩그러니 방 하나에 공중 중간 높이에 다락방을 만들어 침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높은 벽 한 면이 온통 책으로 덮여있다. 그리고는 책상과 식탁이 전부이다.
아침이면 타카닉(Taghkanic)호숫가로, 집 뒤 동산으로 산책을 가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린다. “이곳에 와 있으면 정말로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껴요.”라는 현수정 씨는 미리 와 있는 모간 씨를 만나면, 얼굴에 순수함이 보인다고 했다.
여름이면 한두 달은 주로 이곳에 머물고, 겨울에도 크리스마스나 신년 연휴에는 이곳에 온다고 한다. 모갠 씨는 ‘난방시설이 아주 잘 되고 있어요. 눈이 왔을 때엔 더욱 좋습니다.’고 한다. 모갠 씨와 오랜 친분을 갖고 있는 박서보 화백 등 그 동안 모갠씨가 작품 평을 써준 한국인 작가가 200명이 넘는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의 고요함 속에서의 생활로, 두뇌의 움직임이 분초를 다투며 빨라지는 도시의 리듬 속으로 들어갈 충분한 에너지가 저장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