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러싱 아파트에 유서“함께 떠나야”
▶ 칼로 찌른후 사체에 담요 씌워 불질러
추석 다음날 새벽 생활고에 시달리던 퀸즈 플러싱 50대 한인남성이 아내와 아들을 살해, 방화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시경(NYPD)에 따르면 9일 오전 4시50분께 뉴욕시소방국(FDNY)은 퀸즈 플러싱 루즈벨트 애비뉴 선상의 아파트 6층(143-40 Roosevelt Ave)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화재 진압중 이종훈(50)씨와 부인 이성혜(54)씨, 아들 현빈(16·미국명 브라이언)군이 거실에 쓰러진 채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현장에는 곳곳에 유혈이 낭자한 가운데 부인 이씨와 아들 현빈 군의 사체는 불이 붙은 담요에 씌워져 있었고, 남편 이씨는 손목에 자상을 입은 상태로 숨져 있었다. 불은 약 40분만인 오전 5시30분께 진화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빚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의 남편 이씨의 유서와 피가 묻어있는 칼이 발견된 점을 미뤄 남편 이씨가 부인과 아들을 칼로 찔러 살해한 뒤 불을 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유서 일부에서 이씨는 “내 삶에 너무 많은 문제가 있다. 나 혼자 죽는다면 너무 많은 짐을 내 아이와 아내에게 안기게 된다. 우리는 함께 떠나야 한다”고 밝히고 있어 동반자살임을 암시했다.
109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기름 등 인화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불은 크게 번지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시신 역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크게 타지는 않은 모습이었다”고 확인했다.
이씨는 뉴저지 카니에 위치한 피그 테이너 트러킹 회사에서 트랙터 트레일러 운전기사로 일을 했으며, 부인은 맨하탄 소재 네일살롱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들 현빈 군은 뉴욕시 특목고인 브루클린 테크니컬 고교 11학년으로, 사고 전날 개학을 맞아 엄마와 함께 에버크롬비 의류매장에 가기도 했다는 게 이웃들의 전언이다.
지인들에 따르면 남편 이씨는 2005년 10만 달러 상당의 부채 문제로 개인파산을 신고하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최근 들어서는 부인 이씨의 건강까지 악화되는 등 가정에 여러 악재가 겹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에는 지난 2011년 발생했던 교통사고 피해로 제소했던 소송에서 패하면서 보상금을 전혀 받지도 못했다.
이씨 가족이 출석했던 퀸즈 베이사이드 소재 새누리장로교회 김형석 담임목사는 “남편은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고, 부인과 아들이 약 10년간 교회에 출석했다”면서 “현재 경찰이 사고 원인에 대해 수사 중인만큼 가족들에 대한 정보를 밝히는 건 최대한 자제하자는 분위기”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이군이 다녔던 브루클린 테크니컬 고교의 랜디 애셔 교장은 이날 애도 성명을 통해 “이군은 콘서트 밴드부에서 활동하는 등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했다”며 “깊은 슬픔에 빠졌을 친구들과 가족, 친지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발표했다.
<조진우·천지훈·함지하 기자>
A1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