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운 사람 도우려 선택한 길, 보람은 덤이죠”
▶ 다양한 사건 통해 인생경험 할 수 있어 매력적인 직업
맨하탄서 5년, 퀸즈서 20년 근무
한인관련 사건도 심심치않게 맡아
국선변호사는 여러 가지 사정상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헌법에 의거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한다. 대중매체에서는 가난하고 억울한 편에 서는 정의로운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사랑과 봉사정신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국선변호사는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법조인이다. 한인사회에서도 어려운 이민자들을 돕기 위해 국선변호사만 고집하고 있는 여성 변호사가 있다. 그는 바로 리걸에이드 소사이어티 소속 25년차 베테랑 김미혜(50) 국선변호사이다.
■국선변호사의 길
그는 7세 때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 1.5세다. 어린 시절부터 낯선 이국땅에서 이민자로서 고생을 한 경험은 또 다른 이민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그리고 자라면서 늘 이민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했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힘없는 이민자들을 위해 할 일은 뚜렷이 없었다. 그리고 이민자들의 힘이 되고자 선택한 것이 보스턴칼리지 로스쿨이었다. 사람을 사랑하면서 사람을 위해 일’하는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것이다.
로스쿨을 다니면서도 자신의 꿈을 실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또 찾았다. 법 공부를 하면서 책상에만 앉아 있는 변호사보다는 법정에 직접 나서는 변호사가 체질임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갈 길을 국선변호사로 정했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 무죄와 집행유예로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자신이 할 일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졸업과 동시에 망설일 없이 국선변호사로 나섰다. 지난 1989년 무료변론 비영리단체인 리걸 에이드 소사이어티에 채용됐다. 그 후 25년 동안 형사사건 담당 국선변호사로만 쭉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국선변호사가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이지요”
■국선변호사로서 하는 일
그는 리걸 에이드 소사이어티 소속의 국선변호사 일을 시작하면서 1989년부터 1994년까지 5년 동안은 맨하탄 형사법원에서 일을 했다. 그 후 1994년부터 현재까지 20년 동안은 퀸즈 형사법원으로 옮겨서 일을 하고 있다.
퀸즈 형사법원의 국선변호사로서 음주, 무면허 운전과 같은 교통사고에서 강도, 살인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사 사건의 도맡아 하고 있다. 그 곳에서 사설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형편이 못되는 모든 피의자와 피고인의 변론을 하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법대를 졸업하자마자 25년 동안 국선변호사만 하다보면 힘들만도 한데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다독거리고 도움을 주고 있는 것들이 자신이 하고 싶었던 국선변호사로서의 모습이었기에 ‘만족’하며 자신이 선택한 길을 즐기면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미국은 유죄로 판명되기 전 까지는 무죄다. 때문에 법정에서 피고인의 잘못을 입증하는 것은 검사 몫이고, 국선변호사가 하는 일은 피고인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의거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라며 “내가 하는 일은 과학적인 확실한 증거 없이는 고객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대변해 주는 역할”이라고 귀띔한다.
■법정서 만난 한인들
그는 맨하탄 형사법원에서 국선변호사로 처음 맡은 사건이 헤로인 복용혐의로 체포된 노숙자 케이스였다. 첫 변론에 긴장된 마음으로 나섰는데 증거가 확실해 감옥에 수감되는 데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는 못했기에 한인사건이 아닌데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그렇게 5년 동안 맨하탄 형사법원에서 일을 할 때는 한인들의 케이스를 맡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퀸즈 형사법원으로 옮기고 형사사건을 맡다보니 한인 케이스를 하나 둘 접하게 됐다.
그가 맡은 한인 케이스는 주로 음주나 무면허 운전, 가정폭력과 매춘 혐의 체포 등이 대부분이다. 특히 한인유학생들이 음주운전으로 체포돼 오면 이민과 법적 위험성을 설명해 주는 데도 자기 잘못이 뭔지도 잘 모를 때는 참으로 부모의 입장에서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또 점점 늘어나고 있는 한인여성들이 매춘혐의 체포 사건은 대부분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국선변호사로 도와주는 데도 체포사실에 대해 부정만 하고 실직적인 이야기는 잘 안하는 편이라 매우 힘든 경우라고 한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원래부터 그런 길로 갔는지 살다보니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민족으로서 불쌍하면서도 창피한 일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한인 케이스는 아니지만 그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아있는 사건은 지난 2010년 무기 소지와 성폭행 혐의의 흑인피고의 케이스라고 한다. 이 사건은 뉴욕포스트 등 주요 언론에서도 재판 과정을 수차례에 걸쳐 보도될 정도였다.
유죄가 확정되면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가석방 없이 최고 종신형까지 처해질 수 있는 사건이었다. 결국 그는 배심원단으로부터 증거부족의 이유로 무죄평결을 이끌어 냈다. 자신의 고객의 권리가 침해 받지 않도록 무죄 변론을 할 수 있었기에 오래 동안 기억을 떠나지 않고 있다고.
그는 “피고인들이 힘들게 하는 사건 중에는 동양여성이 왜 나를 도와주려고 하냐는 인종차별이나 젊은 청소년들이 잘못은 뉘우치지 않고 자신이 형량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는 경우 등도 있지만, 어떤 피고인을 만나도 국선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보람이 더 크다”고 말한다.
■국선변호사는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피고인들을 변론해 승소를 이끌어 낼 때가 가장 자랑스럽고 보람 있다”
그는 법률적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국선변호사지만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던 피고인들의 속상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독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늘 사람에 대한 애정과 깊은 이해심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 때로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이성적으로 피고인들을 대하는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
피고인들은 대부분 감정적으로 결핍되어 있고 국선변호사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불신으로 핵심을 얘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짜증을 내지 않고 무슨 말을 하든지 다 들어주는 자세로 일하다 보면 그들의 마음의 문도 열리고 재판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한다.
그는 “국선변호사로서 일정 월급을 받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에 얽매이지 않고 사건에 몰두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피고인이나 그 가족들이 변론준비 및 자료수집에 관해 협조해 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그래도 재판 후 고맙다는 표현을 해주는 피고인들을 볼 때면 제가 하는 일이 너무 행복하고 보람 있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국선변호사의 경험 남기고파
그는 한인 국선변호사가 별로 없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한인법대생들이 국선변호사의 정의로운 겉모습만 보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일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말을 귀 기울이고 헌신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도 봉사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도 국선변호사 일을 계속하면서 그를 통해 평생 갈고 닦아온 지식과 경험을 신임 변호사와 법대생들에게 전수하고, 내 삶에 대한 기록을 자서전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남은 일생동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1녀(20), 1남(18)의 어머니이자 의사남편의 아내로서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그는 모태신앙의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건강하게 주위사람을 도와주고 어울리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생각을 하면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다양한 사건을 통해 다양한 인생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을 국선변호사의 매력으로 꼽는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국선변호사는 나에게 보람을 주는 일”이라며 국선변호사가 천직임을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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