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진단-속으로 곪다 폭발 한인가정, 대책은없나
한인봉사단체협의회 소속 기관 관계자 및 지역 정치인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한인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기관들을 찾아 도움을 받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인들 체면 때문에 쉬쉬하다 기회 놓쳐
외부 상담만으로도 문제의 반은 해결돼
상담기관도 더 적극적으로 손 내밀어야
지난 9일 새벽 퀸즈 플러싱에서 발생한 한인 일가족의 참극<본보 9월10일자 A1면 보도> 소식이 전해지자 한인들은 ‘어떻게 그런 일이~’라는 충격과 함께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는 한인 가정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일가족의 문제나 고민이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인가정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며 한인사회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복되는 극단적 행동, 문제해결은 미숙
아내 이성혜씨와 고등학생 아들을 칼로 무참히 살해한 뒤 집에 불을 붙이고 자살한 이종훈씨의 가정의 참극은 반복되는 한인가정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여실히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끔찍한 사건이 주는 충격도 컸지만 이 가정이 겪었던 어려움을 주변 이웃이나 친지들이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다는 데에서 온 충격은 더욱 크게 와 닿았다.
이씨와 30년간 친분관계를 맺고 있던 한 지인이 “절대로 죽을 이유가 없었다. 살림살이가 어려웠어도 절대로 죽을 만큼 힘들진 않았다.”고 단언한 점은 이같은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처럼 주변 이웃이나 친지들 모르게 가족 또는 부부들만의 문제로 고민하다 동반자살 등 존속살해로 발전한 사건은 1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인가정에서 반복되고 있는 참극의 주된 이유는 대부분 한인들이 자신들이 처한 문제 해결에 서투르기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 결국 자력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어느 순간에 가서는 극단적으로 폭발해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뉴욕가정문제연구소 레지나 김 소장은 “한인사회의 체면문화와 쉬쉬하는 문화 때문에 자신들의 문제를 다른 사람들에게 잘 털어놓지 않은 경향이 많다”면서 “문제가 있을 때 외부 사람이나 전문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야 말로 문제의 크기를 반으로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건 역시 “제대로 된 상담을 받고, 여러 사람이 함께 해결방법을 모색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잘못된 문화를 고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인 상담기관 적극 이용해야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인사회의 가정문제 상담 기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뉴욕일원 한인사회에는 가정, 노인, 여성, 청소년 등 각 가정이 처할 수 있는 여러문제를 다루는 상담기관 및 단체는 20여곳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문을 두드리기까지 자존심을 포기하는 등의 상당한 용기가 필요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숫자는 극히 드문 상황이다.
이와관련 15일 뉴욕한인 봉사단체들의 연합체인 한인봉사단체협의회 관계자들과 지역 정치인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인사회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이용해달라는 당부의 시간을 마련했다.
뉴욕한인봉사센터(KCS)에서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는 KCS와 뉴욕가정상담소, 민권센터, 시민참여센터(KACE), 패밀리터치, YWCA, 뉴욕밀알, 뉴욕한인청소년재단 등이었으며, 론 김 뉴욕주하원의원과 피터 구 뉴욕시의원도 자리를 같이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면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달라”고 한인사회에 촉구했다.
KCS 린다 리 사무총장은 “각 가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단체가 존재하고 있다”면서 “KCS의 경우 정신건강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내제된 어려움 해결을 돕고 있다. 직접 발걸음을 하기 힘들다면, 옆에서라도 데려와 도움을 받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함지하 기자> 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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