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 40% 급락, 일부 회원국 재정위기
▶ OPEC 현 생산량 유지 고수, 공조 흔들
인위적인 유가 부양을 포기하는 결정을 이끈 알리 아이브라힘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자원부 장관이 27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OPEC 회의에서 기자들과 회견을 하고 있다.
[유가전망 분석]
세계가 사용하는 원유의 40%를 공급하면서 국제 유가를 사실상 결정해 온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새로운 석유질서(new oil order)를 선택했다. OPEC은2004년과 2006년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유가하락 때마다 감산으로 가격 결정권자(price-setter)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가격 수용자(pricetaker)로서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질서에 따라 결정되는 유가를 수용하고 구조조정을 통한 가격 안정을 기다리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인위적 유가 부양 포기
OPEC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중 하나로 기록될 27일 석유장관회담에서 12개 회원국들은 인위적인 유가 부양을 포기했다. 국제유가가 지난 5개월 동안 40% 가까이 급락해 일부 회원국들이 재정위기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지만 OPEC은 현 생산량 유지를 고수해 사실상 추가 유가 하락을 용인하기로 했다.
이 같은 OPEC의 선택은 과거와는사뭇 다른 것이다.
5개 걸프만 산유국들이 50년 전서방의 석유 메이저들로부터 국제 석유패권을 빼앗아 오기 위해 창설한 OPEC은 유가 급변동 시기마다 대규모 감산과 증산 등을 통해 국제유가를 주물러 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 번에 걸쳐 하루 420만배럴에 달하는 감산을 결정해 이후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 사우디의 승부수
이번 OPEC의 결단에는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10년을 내다보는 전략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있다. 일부 감산을 해봤자 유가 하락대세를 거스르기 힘든 상황에서 시장점유율만 하락할 뿐이라는 것.
AP통신은 사우디가 “단기간 고통을 감수해야만 유가를 수년간 80달러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로 회원국들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낮은 유가가 지속되면 평균 생산단가가 배럴당 65달러선 안팎으로 추정되는 미국 셰일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공급 안정을 가져온다는 계산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모하메드엘에리언 전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단기)전술이 아닌 (장기)전략을 택했다"고 논평했다. 일부 산유국들의 주장대로 100만~200만배럴 가량 감산할 경우 단기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셰일, 북해 및 남미의 심해유전, 신 재생에너지 등 경쟁자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면서 OPEC의 점유율만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OPEC 카르텔 붕괴 때 35달러까지
OPEC이 유가 방어 포기를 공식화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유가는 60달러선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최대 정유사인 로스네프의 이고르 세친 대표는 내년 상반기 유가가 60달러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OPEC 산유국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유가의 점진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전적으로 내년 하반기 글로벌 경기회복 여부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OPEC 카르텔이 붕괴되면 유가가 배럴당 3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유가 회복 안 되면 대규모 감산 가능성
그러나 내년 하반기에도 유가 회복조짐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OPEC은 입장을 바꿔 대규모 감산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라파엘 라미레스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정은 향후 감산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말하며 감산 주장을 굽히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다. OPEC은 내년 6월 다시 회의를 열어 감산 여부와 전반적인 유가정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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