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연방 정부의 2015년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1조1,000억달러 상당의 지출이다. 이번 예산법안은 예정시간보다 일곱시간이 지연되었는데 그것은 월스트릿 로비스트들에 의해 삽입된 금융 파생상품 관련 법안을 저항하는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 때문이었다.
은행들은 지난 2012년 7월21일에 통과된 금융개혁안, 즉 ‘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 법안에서 금지시킨 공적 금융구제를 재생시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들은 이번 예산법안에 금융 파생상품으로 인한 피해로 은행들이 넘어갈 경우 국민 세금으로 구제(bailout)해 준다는 구절을 삽입시켜 예산안 통과와 함께 목적 달성을 이루게 되었다.
현재 미국의 탑25 은행들이 소유하고 있는 금융 파생상품은 약 300조달러에 달한다. 그것은 미국 1년 GDP의 17배, 글로벌 GDP의 4.5배가 넘는 액수다. 그러한 액수만 보아도 만약에 또 한 번의 금융사태가 터진다면 문제가 서브프라임 멜트다운(subprime meltdown)을 능가하는 초대형 문제가 될 것으로 쉽게 예상된다. 그러한 이유는 현재의 글로벌 부채 수준이 2008년 당시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미국 은행 중에 가장 큰 액수의 파생상품을 소유하고 있는 곳이 JP Morgan Chase(JPM) 은행이다. JPM의 전체 자산은 2조5,000억달러, 파생상품 소유액은 68조달러가 넘는다. 그것은 자산 대비 28배에 달한다. 그 외로 파생상품 소유액이 큰 은행들은 Citigroup, Goldman Sachs, Bank of America, Morgan Stanley, 북미 HSBC, Wells Fargo, Mellon Bank, State Street, PMC, GE Capital 순이다.
미국 탑25 은행들의 파생상품 소유액은 총 302조달러이고 그들의 총 자산은 14조달러이다. 파생상품 부채(liability)와 자산비율은 21.5배가 조금 넘는다. 게다가 그들의 순자산(net equity)과의 비율은 아예 계산의 의미도 없을 정도다.
만약에 이자율이 오르고 자산시세가 떨어지는 사이클로 접어들면서 한 은행이 헤징을 목적으로 한 파생상품 운영에 실패하는 경우가 나오게 된다면 그 여파는 그 은행의 실패를 책임져야하는 카운터 파티(counter party) 금융기관으로 퍼지게 되고 카운터 파티 은행의 부채를 책임지도록 계약되어 있는 또 다른 금융기관도 그 여파를 피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결국 도미노(domino)식의 파산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AIG가 무너지게 된 이유도 크레딧 디폴트 스왑(CDS)과 같은 헤징용 파생상품에 대한 카운터 파티 위험을 AIG가 대부분 맡았기 때문이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그처럼 넘어가는 AIG를 구제해 줘야만 했던 사람들은 우리 납세자들이었다. 그때 월스트릿은 AIG가 무너지게 되면 글로벌 금융기관들 모두가 도미노 식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겁을 주었고 금융에 문외한 연방 의회는 하는 수 없이 7,000억달러를 월스트릿에 건네주어야만 했었다.
그 이후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Dodd-Frank 금융개혁안을 통과시켜 은행들의 파생상품 피해에 대한 공적 구제를 사실상 금지시켰지만 이번 예산안에 끼워 넣은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Dodd-Frank 법안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음이 시사되고 있다.
그와 같은 월스트릿의 노력에 정면으로 대항하고 있는 정치인은 엘리자베스 워런(민주) 매서추세츠 연방 상원의원이다. 소녀시절의 부친상으로 소박한 환경에서 자란 워런 상원의원은 하버드 법대 교수를 역임한 이후 금융 지식이 부족한 서민과 중산층 국민들을 대변하고자 정치계에 뛰어 들었다. 정치계에서는 워런 상원의원이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민주당 경선에 맞붙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돌고 있다.
이번 예산안 투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월스트릿을 상대로 한 정치적 싸움은 데이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케 한다. 어쩌면 또 한 번의 파생상품 사태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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