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한인사회가 소란스럽다. ‘곳간 문제’ 때문이다. 한인단체의 비밀스런 재정 문제가 곳곳에서 우악스럽게 불거지고 있다.
시발은 워싱턴한인무역협회였다. 회장 선거를 둘러싼 분규 당시 김병철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 그룹이 제기한 주요 명분이 재정의혹이었다. 전직 회장들이 주축이 된 비상대책위는 세계한인무역협회의 지원금 내역 공개와 회계감사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응답은 없었고 결국 비대위는 새로운 회장을 선출했다.
신년 들어 한인사회는 ‘집단적으로’ 발칵 뒤집혀졌다. 우태창 노인연합회장이 여러 단체의 재정 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광고를 내보낸 것이다. 한인연합회 린다 한 전 회장, 이문형 선관위원장, 버지니아한인회, 평통, 미주한인재단 등 주요 단체가 망라돼 있었다.
실명을 거론하며, 마치 의혹이 있는 듯한 공개 요구에 당사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광고를 통해, 이들은 결백함을 밝히며 분개했다. 그리고 우태창 회장의 공금 유용도 주장했다.
한인사회를 달구고 있는 재정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헌신과 봉사로 지탱되는 대부분의 단체에서 사실 재정은 ‘주머니 돈이 쌈지 돈’ 격이다. 재정의 상당부분을 회장과 임원들의 주머니에서 충당하는 구조상 정확한 회계기록과 보고는 요원한 게 현실이었다. 재무관리를 대수롭지 않게 처리해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새로운 회장 체제에 인계인수를 해도 ‘융통성’이 발휘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루뭉술한 관습이 언제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한인단체의 분규에는 늘 ‘돈 문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인단체들에 외부 지원도 늘고, 1세대에서 1.5세로 세대교체도 되고, 한인들의 인식도 바뀌면서 재정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버지니아한인회의 외부 감사 실시 결정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외부감사 실시의 배경에는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홍일송 전임 회장 당시 중단된 페어팩스 카운티의 지원금을 재신청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그랜트가 끊기면서 26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고 한인회 부설 종합학교는 큰 타격을 입었다.
김태원 신임 회장 체제에서 자신들의 ‘과거의 치부’를 드러낼 수도 있는 외부 감사를 결심한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전임자의 반발이나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언사들이 그들의 결행을 막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사회의 결정은 한인사회에 경종을 울려주었다.
한인단체, 특히 한인회 같은 비영리단체의 재정은 며느리도 모른다는 식이 되어선 안 된다. 오해와 분란을 막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고 투명한 재정관리가 절실하다.
<박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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