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김 모(18)군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가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한국은 물론 워싱턴 한인사회에도 큰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무엇보다 김 군이 중학교를 중퇴한 뒤 지난 수년간 방 안에 기거하며 인터넷으로만 세상과 소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인이민가정에도 이 같은 ‘은둔형 외톨이’ 자녀로 고심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 가정상담소의 지난 2013년 상담사례 1,553건의 절반이 우울, 분노, 불안, 자살 등 정신문제였다. 자살 등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 가운데 ‘은둔형 외톨이’들이 많다는 사실은 여러 보고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세상과 단절이 ‘분노’ 키운다
가족과도 소통 거부한 채 인터넷 속으로 칩거
언젠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한인사회도 관심을
■한인사회도 예외 아니다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요즘 ‘은둔형 외톨이’가 된 10대 아들 때문에 남들에게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 중이다. DC에서 장사를 하는 김 씨 부부는 새벽에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생활 속에서 아들이 문제를 일으키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하다 최근 학교에 결석이 잦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아들이 ‘은둔형 외톨이’가 된 것을 알게 됐다.
‘은둔형 외톨이’는 학교나 교우관계 등 사회적 접촉을 끊은 채 방안에만 머물러 있는 청소년 등을 지칭한다.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들은 대부분 방안에서 인터넷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모와의 소통 거부는 물론이고, 식사조차도 컴퓨터 앞에서 혼자 먹는다. ‘은둔형 외톨이’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만의 분노를 마음속에 계속 쌓아두다가 언젠간 폭발, 큰 범죄나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인식을 같이 한다.
■대책은 없나
가정상담소 모니카 이 카운슬러는 “고립된 아이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강조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까지 ‘부모와의 갈등’, ‘사춘기 시절 방황’, ‘왕따’ 등 분명하고 확실한 계기가 있는데, 이같은 요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로 자라게 되고 언젠간 터진다는 것. 실제로 버지니아 텍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청소년들 대부분이 은둔형 외톨이였다.
이 카운슬러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시기가 대부분 중학생 시기”라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 전까지 공통적으로 부모에 대한 존중이 급격히 사라지고, 대화 장벽이 생기면서, 같이 식사도 하지 않는 등의 문제를 보인다”고 말했다.
복지센터 석지영 청소년 담당 소셜 워커는 “생업에 바쁜 이민 가정에서는 이런 문제 발생 소지가 더 크다. 평소 자녀의 생활에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청소년재단 이재민 총무는 “자녀들의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 SNS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 따돌림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대화가 끊이지 않게 해야 한다. 자녀와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라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소년재단에서 전개 중인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Behavioral Health) 캠페인’도 이 같은 맥락에서이며 다음 달 락빌 소재 청소년재단에서 세미나를 시작한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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