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C 박물관 여행의 출발지, 스미소니언 캐슬
워싱턴 DC 인디펜던스 애비뉴에서 바라본 스미소니언 캐슬 전경.
해가 지고 나면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도심의 불도 꺼지는 텅 빈 도시. 관료 냄새 풍기는 무미건조한 도시…. 아마 워싱턴 지역의 주민들에게조차 DC는 오해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도시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 음악당에 눈을 돌려보면, 워싱턴이 갖는 숨은 매력에 흠뻑 취할 것이다. 본보는 워싱턴의 문화유산과 현장을 찾아 떠나는 문화기행을 시작한다. 박물관은 이영묵 전 워싱턴문인회장이, 미술관은 이정실 조지워싱턴대 미대 교수, 음악당은 이성희 전 워싱턴음악인협회 회장이 각기 인류의 문화와 인간의 예술적 지혜가 응축된 숱한 문명의 유산을 자신의 인문학적 지식과 오감을 통해 들여다 볼 것이다. 이 여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정보와 함께 명작에 얽힌 예술가들의 고뇌와 삶의 흔적, 보통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문화유산과 건축물에 얽힌 숨겨진 진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DC가 올해 최고의 관광지 세계 1위로 꼽힌 이유는...
미국의 평범하고 보통사람들의 일상생활은 어떤가, 혼자 생각해 본다. 아마도 여름철이면 친구들과 모여서 고기나 핫도그를 구어 먹으면서, TV로 야구 중계나 보면서 떠들썩거릴 것이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모두 모여서 피자와 맥주를 들이키며 풋볼의 자기 지방 연고 팀을 응원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겠고, 봄에는 농구, 그리고 시즌 중간에는 아이스하키를 보거나, 서부지역은 사냥총을 꺼내들고 사냥에서 곰 한 마리 잡았다고 자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도대체 미국에는 문화가 있소? 없소? 있다면 그것이 어디에 있소?”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어떻게 대답을 할까? “있지요. 두개 반(Two & half)이지요. 동부의 뉴욕, 서부의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문화의 크기가 반 정도이지만 남부의 뉴올리언스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당신의 말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최소한 하나 빠뜨린 것이 있소. 다시 말하여 세 개 반이며 그리고 추가 되는 하나가 바로 워싱턴 DC요. 당신 관광 가이드 업체 ‘론리 플래닛’이 2015 최고의 관광지로 워싱턴 DC가 이태리의 밀라노,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인도의 첸나이 등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선정된 걸 모르시오. 또 그 이유가 워싱턴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등 풍부한 문화 공간 때문이요.” 나는 한국일보사가 기획한 워싱턴 DC의 문화 탐방 팀에 합류하여 그 문화들을 섭렵할 예정이다. 내가 첫 번째로 글을 써야 한다. 그러면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이렇게 생각하다 주저할 것도 없이 ‘그것은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시작해야 하고, 그리고 그것들 중 스미소니언 캐슬에서 당연히 시작해야지’ 이렇게 스스로 자문자답하며 스미소니언 캐슬 앞에 섰다.
캐슬 앞에 서 있는 동상은 조셉 헨리(Joshep Henry)다. 그는 과학자이며 전기 발명자로서 유명한 미국인이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전기가 흐르는 곳에 지남철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거꾸로 지남철이 움직이면 전기가 발생하겠다는 가능성을 영국의 파라데이와 이 헨리가 서로 어떠한 교감도 없이 동시에 연구했다. 이것이 구리선이 감긴 원통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발동기의 시초이다. 불행하게도 연구 결과가 동시에 나왔으나 파라데이가 발표가 빨라 ‘파라데이 법칙’이라 한다. 프린스턴 대학의 총장을 지낸 까닭에 프린스턴 대학에서는 ‘파라데이 법칙’의 발견이 그라고 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한 그가 1846-1878년까지 스미소니언박물관 초대 관장을 지냈다.
문을 들어섰다. 왼쪽으로는 오늘의 스미소니언박물관을 탄생하게 한 스미소니언의 재단 창시자 제임스 스미스손(James Smithson)의 관이 있다. 그는 생전에 미국 땅을 밟아보지도 못했다. 죽어서 미국에 온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약 55만 달러의 돈을 넘겨주었다. 그 돈이 건네진 때가 1836년 전후이었고, 그 돈의 규모가 미국 정부 예산의 1/66에 해당하니까 약 1.5% 이었다. 왜 그리고 무슨 동기로 쾌척을 했을까?사실 스미스손의 유산이 어찌하여 한 번도 와보지 못 했던 미국으로 오게 되었는가는 아무도 모른다. 허지만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라고 추측하는 것은 필자의 권리이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과학자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과학자로서가 아니라 명문가의 아들로서 더 알려진 모양이다. 그는 그것이 꽤나 자존심이 상하고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유언에 현실을 감안해서 그가 죽으면 자기 조카에게 물려주라고 했다. 그러면서 토를 하나 달았다. 그 유산 상속인인 조카가 자식이 없어 물려줄 사람이 없으면 그 유산을 자기 모국 영국이 아니라 미국에 주어라 한 것이다. 그런데 왜 미국이었을까? 미국이라는 땅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의 라파예트를 비롯한 프러시아, 폴란드 등의 젊은이들이 꿈의 이상향을 그리면서 참전을 한 땅이다. 그리고 스미스손의 유언 작성 때는 유럽 대륙은 나폴레옹 1세, 공화정 등으로 정치적으로 꽤나 혼란했고, 영국은 아일랜드의 구교를 비참하게 탄압하고 있어 종교의 자유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 청교도들이 그는 새삼 생각났을 것이고, 서민들의 현실은 산업혁명으로 국가의 부는 축적돼 갔으나, 방직공장에서 어린 여인들이 폐병으로 죽어 가고, 러시아의 농노들의 비참한 생활이 활자화 하던 수난의 시대이었다. 물론 그가 죽은 후 50년이나 지나서 안톤 드보르작이 ‘신세계’라는 교향곡을 작곡하기는 했지만 이미 스미스손이 유언을 작성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미국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그래서 그의 유언에 미국에 유산을 넘기라 했을 것 같다. 복도를 지나 메인 홀에 들어섰다. 스미소니언박물관을 총괄해서 안내해 주는 곳에 자원 봉사자들이 꽤나 많이 데스크에 앉아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조용히 담소하며 쉴 수 있는 의자와 샌드위치와 음료를 팔고 있다. 또 기념품과 스미소니언박물관에 관한 책자도 살 수 있다. 나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얼마의 시간을 보낸 후, 반대편의 인디펜드 에브뉴(Independence Ave) 쪽으로 나온다.
정면에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진다. 기증한 에니드 호트(Enid Haupt)의 이름을 딴 정원이다. 사철마다 색다른 꽃을 선보이고 있고, 멸종해 가는 새를 잊지 말자며 만들어놓은 청동 조각이 잘 어울린다. 양쪽에는 빅토리아풍의 가든 의자 등이 있어 가까운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숲속에 ‘달의 문(Moon Gate)’이라는 이름의 작은 중국풍의 조각 공원이 있다. 달이라는 천상의 원과 인간 세상이라는 사각형의 조각으로 되어 있는데 이 조각 공원은 중국 북경에 있는 것을 축소해서 만들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인디펜드 에브뉴 길을 가는 문을 나서기 전에 왼쪽에는 아프리카 미술 박물관(Africa Art Museum), 오른쪽에는 새클러 화랑(Sackler Gallery)이 있다. 미술 역사를 전공한 이정실 교수에 맡기며 스미소니언 캐슬을 떠났다.
◆스미소니언 캐슬에 관한 정보 -캐슬 안에 Information Center가 있다.
-개장 시간 8:30-5:30(12월 25일 제외)-입장료 무료 -주차: 스미소니언 몰 안에 주차장이 있다. 다만 끈기를 가지고 파킹할 곳을 찾아야 한다. Independence Ave쪽에 미터기 주차 시설이 있고 주차가 좀 용이하다.
지하철 사용도 한 방법이다. 정거장 이름은 Smithsonain Station.
<이 묵/전 워싱턴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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