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세 워런 버핏, 현 CEO 2명 중 택일
▶ 아지트 자인… 인도 출신 보험분야 능력 입증 // 그렉 애이블… 에너지 분야 수훈‘딜 메이커’
워런 버핏은 ‘오마하의 현자’라고 불린다. 단순히 돈 잘 버는 투자가를 넘어선다는 의미가 녹아 있다. ‘똑똑하다’든가 ‘배팅을 잘 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지혜롭다’는 칭찬이다. 선함과 나눔을 외면하고선 ‘현자’라는 칭호를 들을 수 없다.
진정한 리더는 자리를 비워도 조직이 아무 탈 없이 돌아가게 만든다. 동료 직원과 고객의 마음을 사지 않고는 힘든 일이다. 참다운 지도자는 자신의 후계자를 세워두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본인은 세상을 떠나도 평생 키워 온 기업은 왕성하게 살아남길 소망하기 때문이다.
버핏은 세상이 다 아는 부자다.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부호 순위에서 1, 2위를 다툰다. 그가 쌓은 부의 기반은 투자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구글처럼 시대를 이끌어가는 아이디어 제품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포드, GE, 보잉과 같이 거대한 제조회사를 일군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개인의 투자 결정과 경영 능력만으로 기업을 사들이고 살리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거대한 재산을 모았다.
버핏은 1930년생이다. 오는 8월30일이면 85세를 맞는다. 당연히 누가 그의 뒤를 이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식들은 일찌감치 후보에서 제외됐다. 큰 아들 하워드 버핏은 농부로, 막내아들 피터 버핏은 투자와 무관한 음악가로 살고 있다. 다만 장남인 하워드는 아버지가 물러난 뒤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의 비상임 회장을 맡게 될 예정이다. 투자나 경영과는 관계없이 선대의 정신적 자산을 계승하고 가치를 보존하는 게 그의 몫이다.
‘투자의 귀재’는 버핏의 또 다른 별명이다. 그런 그가 앞으로는 투자로 돈 벌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로 지난 28일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에게 보낸 연례 서한을 통해서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순가치는 50년 전 창업 때보다 무려 7만5,100배가량 올랐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앞으로도 좋은 실적을 내겠지만 이전처럼 엄청난 실적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역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WSJ)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41억6,000만달러(주당 2,529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49억9,000만달러, 주당 3,035달러)에 비해 17%가량 줄어든 규모다. 영업이익은 39억6,000만달러로 주당 2,412달러를 기록했다. 예상치 2,702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경제 전문가들은 투자 수익 감소와 보험 인수 부진 등이 타격을 줬다고 분석하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은 지난 1일 버핏의 후계 경쟁구도를 집중 파헤쳤다. ‘버핏을 이어 버크셔를 이끌 두 사람의 경쟁이 막을 올렸다’는 제목으로 최고경영자(CEO) 후보 두 사람을 소개했다. 이번 연례 서한에 후계자 구도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후보 두 사람은 아지트 자인과 그렉 애이블이다.
후계자에 대한 서한은 버핏이 아니라 그의 파트너인 찰스 멍거 부회장이 보냈다. 멍거 부회장은 “아지트 자인과 그렉 애이블은 입증된 실력자들이며 버핏보다 나은 경영인”이라고 치켜세웠다.
멍거 부회장은 버크셔의 미래에서 자인이 차지하는 무게를 주주들에게 확인시켜 줬다. 자인은 63세로 인도에서 출생했다. 버크셔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며 현재 보험분야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 자인은 채용 당시 “재보험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다”며 고사했지만 버핏은 그에게 보험 비즈니스를 맡겼다. 버크셔가 지난해 보험으로 벌어들인 840억달러 가운데 425억달러가 자인의 역할 덕분이다. 버핏의 탁월한 안목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월스트릿 저널은 자인이 “돌발적인 위기가 주는 가치를 측정하고 새로운 고부가 비즈니스를 창출해 내는데 뛰어나다”고 전했다. “버크셔의 현금을 조달하는 비즈니스 엔진인 보험업을 계승하는데 필수적인 능력”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장기 근속자로서 누구보다 버핏과 버크셔의 성향과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점도 큰 힘이다.
이와 함께 버크셔 그룹에서 에너지 비즈니스를 책임지고 있는 애이블도 버크셔의 회장 자리를 이을 수 있는 강력한 후보라고 월스트릿 저널은 보도했다. 애이블은 버크셔의 ‘딜 메이커’다. 자인이 금융 출신이라면 애이블의 배경은 기업이다. 52세인 애이블은 2000년 버크셔에 합류했다.
지금까지 300억달러에 달하는 에너지 부문 합병과 투자의 중심에 그가 서 있다. 향후 버크셔의 원동력이 될 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합병 대상과 주식 투자와 매각을 책임지고 누구보다 버핏과 가까운 지근거리에서 일해 왔다. 지난해 에너지 분야의 매출은 200억달러에 육박했다. 버핏은 에너지 사업을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발전동력’이라고 손꼽았다. 그 만큼 애이블이 버크셔의 수장을 차지할 여지가 넓어진 셈이다.
지난 세기 가장 탁월한 투자성공을 거둔 버크셔 해서웨이의 21세기를 걸머질 경영인은 과연 누구인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결판에 세계의 눈길이 몰리고 있다. 그 결론에 따라 글로벌 투자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존 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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