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영국의 축구장이나 격투기장에 온 듯했다. 시작부터 남성 관객들의 환호성으로 귀가 따가웠다. 16일 오후 8시 서울 광장동 악스홀에서 영국 출신의 ‘메탈 갓’인 ‘주다스 프리스트’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이다. ‘드래고노트(Dragonaut)’를 들려주고 스크린에서 용이 시뻘건 불을 내뿜자 수은주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징 가득 박힌 가죽 재킷을 입고 민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보컬 롭 핼포드가(64)가 ‘웰컴 투 마이 월드 오브 스틸(Welcome to my world of steel)’이라고 토해내자 공연장은 금속성 사운드로 뒤덮였다. 철를 다루는 용광로에 진입한 듯했다. 뜨거운 열기에 시작부터 목이 말랐다.
‘천둥 같은’ 사운드가 공연장을 내리치고, ‘메탈 갓’이 본격적으로 재림하기 시작했다. 1300여 팬들에게는 메탈로 충만한 은혜의 순간이 이어졌다.
‘데빌스 차일드’들의 아우성은 공연장을 뒤덮었고, ‘러브 바이츠(Love Bites)’는 울부짖음이 됐다.
핼포드는 ‘터보 러버’를 들려준 뒤 “아름다운 나라, 헤비메탈 팬들을 다시 만나길 돼서 기쁘다"면서 “40여년 동안 응원하고 지지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매한 새 앨범의 동명 곡이자 이들의 건재를 알린 ‘리디머 오브 솔스(Redeemer of Souls)’와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브레이킹 더 로’가 흘러나오자 화룡점정을 찍었다.
‘브레이킹 더 로’의 화끈한 떼창 뒤에 드디어 핼포드가 ‘헤비메탈’ 상징 중의 하나인 오토바이를 타고 무대 위에 등장했다. 오토바이 위에 앉아 부르는 ‘헬 벤트 포 레더(Hell bent for leather)’는 모든 팬을 들썩이게 했다.
앙코르 때 ‘일렉트릭 아이’에 이어 들려준 ‘유브 갓 어 어나더 싱 커밍’은 약 10분 동안 말 그대로 질주하며 관객들의 진을 빼놓았다.
여기서 끝날 리가 없었다. 공연 내내 드럼 채를 공중에 돌리며 연주하던 드러머 스콧 트라비스가 “당신들을 위한 곡이 더 있다"면서 폭탄 투하 하듯 드럼을 연주했다. 드디어 핼포드의 앙칼진 목소리와 함께 ‘페인킬러’가 흘러나왔다. 공연장 내 수은주는 한계치를 넘은 듯했다.
마지막 앙코르인 ‘리빙 애프터 미드나이트’를 들려준 뒤에도 은혜를 넘치게 받은 팬들은 공연장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메탈 성령 충만한 상태로 10여분간 메탈 갓이 다시 나오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응답은 다음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년 전 내한공연이 고별 무대라고 아쉬워했으나 주다스 프리스트는 보란 듯이 부활했다.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100분간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과시한 핼포드는 내한 직전 서면 인터뷰에서 “팬들의 놀라운 반응 때문에 예정에 없었지만 다시 돌아와서 이번 앨범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더 힘껏 기도할 일만 남았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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