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곡 ‘니 팔자야’ 기괴한 뮤직비디오… 10주년 기념 콘서트 준비도
듀오 ‘노라조’의 신곡 ‘니 팔자야’ 뮤직비디오는 ‘이게 뭐야’라는 말이나올 정도로 기괴하다. ‘최면자가 말하는대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생동감이 넘치는 이 노래가 나를 부자로 만들어준다‘ ‘나는 대박 난다’ 등의 내레이션이 흐르는 식이다.
조빈의 눈에서는 레이저가 쏟아지고, 겨드랑이에서는 털이 순식간에 자란다. 이혁의 항문으로는 로또 당첨 예언 번호가 적힌 공이 나오고, 눈으로는 손이 나온다. 조연으로 출연한 할머니는 ‘복사, 붙여넣기’돼 무리를 이루고 막춤을 춘다.
흥미로운 건 영상이 계속되면 ‘이게 뭐야’라는 반응이 웃음으로 번진다는 점이다. 나아가 뮤직비디오 끝에 이르러서는 감동이 느껴질 정도다.
최면이다. 최면에 걸린 까닭이다.
‘올해는 대박이야’‘ 완전 팔자가 좋아’ 등의 가사가 담긴 뮤직비디오가 공개 2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200만을 돌파한 것도 최면 덕분이다. 영상은 ‘반복해서 볼수록 피암시성이 높아진다’고 친절하게 강요하고 있다.
“글쎄요. 저희도 안 하던 걸 새롭게 한 것도 아니고 원래 하던 걸 한건데 이런 반응이 있네요. 뮤직비디오 심의가 음원 포털 사이트도 통과 못 했다는 소문을 듣고 많은 분이 궁금증이 생긴 게 아닐까요? 사람들은 보지 말라고 하면 더 보고 싶은 경향이 있잖아요."(조빈)
영상 속에서 뮤직비디오를 많이 보고, 소문을 내고, 음원을 유료 구매하라고 부추기던 이들은 정작 인기의 요인을 최면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았다. 케이블을 포함한 방송사들이 ‘니 팔자야’ 뮤직비디오를 내보내지 않은 게 주목받고 있는 이유라는 해석이다. ‘본 영상은 과학적 근거가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명기하라는 방송사 측의 요구를 거절했던게 통한 셈이라며 웃는다.
“사람들이 좋아해 줄 때 붕 떠서 부수적인 것들을 얻으려 다니는 것보다는 기회가 왔을 때 탄탄하게 기반을 마련하려고 합니다."(조빈)
과연 데뷔 10년 차 다운 처세술이다. 노라조는 뮤직비디오 인기에 힘입어 화사한 외모를 뽐내는 화장품광고 촬영도 마쳤다.
“지금까지를 생각하면 기억에 남는 게 몇 없는데 벌써 10년이 지났더라고요. 그만큼 음악과 활동에 몰두했으니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겠죠. 하기 싫은 걸 하면 언제 계약이 끝나나 했을 텐데, 이렇게 무언가를 10년 동안 해본 게 처음이에요."(이혁)
엽기적인 가사 뒤로 음악적인 성취를 숨기는 것도 ‘잘 빠진’ 정규 5집 ‘전국제패’로 끝이 났건만, 이들이 여전히 ‘엽기’를 붙잡고 있는 것도 시작은 처세술이었다.
“처음에는 틈새를 공략해보자는 생각이었죠. 저희가 아이돌의 풋풋함을 이길 수 없잖아요. 그들이 안 하는 것들을 하기로 했죠. 그러다 ‘돌아이 같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칭찬처럼 들리더라고요. 여기저기서 저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생기다 보니 더 엽기적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멋있는 가사를 쓰시는 분들은 많잖아요. 저희는 어렵지않은, 기분 전환용으로 쓰고 뒤돌아서면 생각나는 그런 가사를 쓰는 거죠."(조빈)
다만, 그들은 ‘10주년’이라는 수식어에 최면이 걸린 상태다. 최근에는 곡 작업에 몰두하기 위해 작업실을 파주로 옮기기도 했다. 10주년 기념콘서트 준비, 소설로 치면 외전 격인 ‘노라조 엑스포’ 앨범 작업 등으로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집에서 여태까지 냈던 앨범을 한 장씩 세워서 도미노를 해봤어요.
‘아, 앨범으로 도미노가 될 정도로 많이 냈구나’했죠. 조금만 더 잘했으면 더 좋은 질의 앨범을 낼 수 있었을 텐데, 앨범이라는 게 한번 내면 영원한 건데 말이죠."(이혁)
노라조가 감성적으로 변했다고, 응원해오던 기괴한 발랄함이 사라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흰머리가 나도 핫한 음악을 하고싶습니다. 노래는 어르신이 부르는데 퍼포먼스는 대단하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게 목표랍니다."(조빈)
“나이가 들어도 정신만은 뒤처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 나온 음악들을 찾아 듣는 것도 그런 이유죠."(이혁)
우리는 그냥 ‘걱정은 개나 줘’라는 ‘니 팔자야’ 가사의 가르침을 따르면 된다. 이들은 제대로 놀기 위해 판을 벌이고 있는 거니까, 여전히 즐거우니까, 늙어도 젊을 테니까.
“나를 믿듯이 너희를 믿어라. 안좋은 생각은 파멸일지니 기쁜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아끼고 압축해서 쓰다 보면 나와 같은 세상을 볼 수 있으리라. ‘노맨, 유료구매.’"(조빈)
<오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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