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화나·코케인 자연스럽게 경험... 아편성 진통제 등 처방약 눈 돌려
▶ 2013년 약물관련 사망 1만2천명
마약이 보편화되던 시절 젊은 성장기를 보냈던 베이비부머들이 나이가 들면서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부적응, 신체 통증 등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 습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우려했다.
[노년층 마약범죄 체포·재활 사회문제화]
경제 전문지 월스트릿 저널은 전후세대로 태어나 자유롭게 자라며 마약류에 과도하게 노출됐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나이 들어 은퇴연령에 접어들면서 또다시 진통제 등 마약류와 술 등에 의지하며 노년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마이크 매시라는 58세 남성의 예를 들어 이같이 보도하면서 마약 과다복용과 과음으로 인한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70년대 중·고교 생활을 보낸 매시(58)는 전형적인 베이비부머 세대다. 부모를 놀라게 했던 장발에 서핑과 롤링스톤을 롤 모델로 록밴드에 심취됐었고 마리화나와 코케인을 주기적으로 흡입했다. 물론 70년대 어렸을 때 이야기다.
자유분방하게 살던 그가 30대에 접어들면서 마약 복용도 중단했고 배관공 노조의 간부직까지 올라가 LA 근교에 집을 마련했으며 단란한 가정도 꾸려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가 50세에 접어들면서 매시는 무릎 부상으로 다시 진통제 비코딘을 복용하다가 진통 효과가 더 좋은 아편 물질인 오피오이드와 술을 섞어 마시게 됐다.
매시는 “옛날 마약을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며 “몸은 결코 이런 기억을 잊지 않았고 있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13년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마약과 술을 끊고 재활에 열중하는 중이다.
매시의 스토리는 오늘날 베이비부머 세대의 중·장년들이 겪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을 아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 약물범죄 증가
나이든 세대에서 약물남용과 마약범죄로 인한 체포, 약물 과다복용에 의한 사망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증가세는 특히 1946~1996년 태어난 7,6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더욱 높아진다. 신체적 노쇠로 인한 통증과 나이를 먹는데 대한 부적응 등으로 한때 마약 사용률이 가장 높았던 이들 베이비부머들이 또 다시 약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 보건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연방 정부 산하 마약남용 전국연구소의 윌슨 캄튼 부국장은 특히 노년층의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질병통제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가 없었던 1990년대의 45~64세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률과 베이비부머 세대가 포함된 2010년 같은 연령대의 사망률은 무려 11배나 차이가 났다. 또 2013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해 숨진 베이비부머는 1만2,000명 이상에 달했고 이 숫자는 자동차 사고나 독감과 폐렴에 의한 사망자 수보다 더 많았다.
캄튼 부국장은 “일반적으로 나이든 사람들은 약물 남용과 중독의 위험성이 낮다고 생각되지만 예전에 마약류를 사용해 봤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중장년으로 접어들면서 위험성도 함께 배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세대에서 발생하는 약물문제는 2가지 요인의 복합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아편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성분의 남용이 보편화되던 시대에 자라면서 경험한 항정신제에 대한 미련을 가진 세대. 또 연방 마약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 보건 서비스청에 따르면 진통제는 이들 세대가 기분을 좋게 하는 마리화나의 대용품이 되고 있다. 아편성 진통제는 또 과다 복용의 가장 대표적인 약물이며 그 다음이 항우울제, 코케인, 헤로인 등을 나타났다.
▲ 노령화, 부적응
월스트릿 저널은 수십여 명의 나이든 마약 복용자와 재활 중인 중독자를 인터뷰해 이들의 중독현상을 알아봤다.
이들 중 몇 명은 평생 마약을 복용해 오고 있었고 또 일부는 어렸을 때 복용한 경험이 있었는데 끊었다가 이혼이나 가족 사망 또는 실직 등의 영향으로 마약을 다시 시작했다.
유명한 반전 록 페스티벌이었던 우드스탁 사고방식에 사로잡혔던 청년기의 기억에 불을 붙여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들에 대한 마약 재활 프로그램은 젊은 세대와는 다르게 진행된다. 연방 정부 유관 연구에 따르면 2020년까지 50대 이상의 약 570만명이 약물재활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병원마다 마약과 관련된 건강문제로 입원하는 노인들 역시 크게 늘 것이다.
연방 보건후생부 행동건강통계센터의 피터 델라니 국장은 “이같은 미래의 문제를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이 마련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 10대보다 심각
과거 10년동안 50대 이상자 중에서 불법 약물 복용자 비율은 마약 남용이 가장 우려되는 10대에서보다도 더 늘어났다. 마약 체포비율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1997~2012년 젊은 세대들의 마약 체포비율은 감소세에 있지만 45~64세 연령대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961년에 태어난 1979년 고교 졸업반 학생들의 불법 마약류 사용은 어느 연령보다 가장 높았다. 이 마약 사용 비율은 나이가 들면서 급격히 감속됐다가 나이가 들면서 과거 어느 세대 때보다도 더 늘어나 3배나 증가한다.
세대별 경향에 관해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역사학자 닐 하위는 부머 세대들은 언제나 전통을 깨고 마약사용과 같은 위험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젊은 세대들이 위험을 피하려고 하지만 부머들은 스스로 위험에 뛰어드는 행동들을 계속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CDC에 따르면 45세 이상 연령자의 주요 성병 감염률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아편제 처방전
연방 정부 자료는 아편제는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가장 흔하게 처방되는 약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2012년의 경우 45~64세 연령대에서 마약 복용자의 36%는 헤로인이었으며 22%는 크랙 코케인, 12%는 아편성 진통제였고 10%는 메탐페타민이었다. 또 술과 함께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도 절반 이상이나 됐다.
부동산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가 은퇴를 앞둔 클레어 매니온(64)은 전국을 옮겨 다니며 살다가 5년 전 플로리다에 정착했다.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뭘 더 바라느냐, 은퇴 준비해라고 말할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는 절망감만 커졌고 결국 처방전 약물과 술에 쉽게 의지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매니온은 벤조디아제핀스라는 항우울제와 술을 섞어 복용하다가 2차례 DUI로 체포된 후 2013년부터 베이비부머를 위해 꾸려진 재활 프로그램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젊은 사람들보다 더 부작용이 심하다고 지적한다.
캄튼 부국장도 신체 연령이 높을수록 신진대사가 늦어지고 그로 인해 약물을 분해하는 속도가 느려진다고 경고했다.
약물관련 건강문제로 응급실을 찾고 병원에 입원하는 비율이 나이든 노년층에서 지난 20년간 크게 증가했다. 2012년 병원에 입원한 45~64세 연령자 중에서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이 가장 높았다.
매시의 경우 거의 2년 전 약물남용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재활에 성공한 케이스다. 어느 날 밤 진통제 칵테일을 복용하고 침대에 누워 있던 그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는 “깨어나 보니 부인은 화가 나 있고 자녀들은 울고 있는 상태에서 응급 처치반 요원들이 심폐 소생술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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