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공업·제조업·주택시장 부진 맞물려… 성장목표 하향 조정
▶ ‘소비경제’로의 전환 안간힘... 내수 자극 위해 금리 인하
<홍콩> 중국의 철강 수출이 치솟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경제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중국은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제철소들을 갖고 있다. 이 문제는 철강의 최대 소비자인 주택시장 위축으로 한층 더 악화되고 있다.
국내 수요가 줄면서 남아 있는 제철소들은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3울부터 올 2월까지 12개월 동안 총 1억 메트릭톤의 철강을 해외로 수출했다. 전년에 비해 55%가 늘어난 것이다. 로열 스코틀랜드 뱅크의 중국 담당 수석경제학자인 루이스 쿠이스는 “누군가 팔 사람이 있어 다행이겠지만 이것은 중국정부가 원하던 전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제조업과 부동산, 그리고 지방정부들의 인프라 건설 지출은 현재 중국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 분야는 계속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둔화가 중국 지도부가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국 정부는 소비자 지출과 시장 중심으로 경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일자리와 성장, 인플레 관련 정책들은 여전히 중공업과 제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철강과 철도, 주택 건설 같은 산업들은 고도로 상호 연계돼 있으며 한 업종의 위기는 다른 업종들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 나온 경제 관련 데이터들은 한숨을 돌릴 여유를 주지 않는다. 얼마 전 발표된 통계는 산업생산이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로 늘어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한 금년 첫 2개월 동안 증가율은 6.8%에 불과했다. 이런 둔화세는 상품가격 하락과 생산자 가격지수 하락 등과 맞물려 중국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쿠이스는 “중국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업종을 꼽으라면 중공업”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낙관적이다. 최근 연설에서 리커창 총리는 금년도 성장 목표를 7%로 낮췄다. 이는 지난 25년 사이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리 총리는 전통적 업종들과 대출을 기반으로 한 투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의 새로운 지주로 소비자 수요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소비를 늘리기 위해 우리는 모든 지출이 조금도 헛되이 낭비되지 않고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정부의 정책적 변화는 다급함을 드러내 준다. 지난 2월 중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또 한 차례 인하했다. 얼마 전 안하에 이어 또 다시 내린 것이다. 또 은행들의 지불준비금 액수를 낮춰 줌으로써 시중에 돈이 풀리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았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총 1,320만개의 도시지역 일자리가 늘어났다. 하지만 금년 들어 일자리 증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들었다. 담당 장관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금년도 고용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첸 후아빈 같은 근로자들은 중국 전통 경제의 혼란을 체감하고 있다. 첸은 앵주에 소재한 개인소유 제철소에서 수출담당 직원으로 일해 왔다. 금년 35세인 첸은 2003년부터 2008년 사이 제철소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직원 수가 150명에서 1,800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당시 사장은 시장에 대한 자신감에서 벌어들인 이익 모두를 시설을 늘리는데 재투자했다. 대출 받기도 쉬웠다”고 첸은 말했다.
그러다 제철업은 일련의 시련을 맞이한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다 덤핑 관세를 맞은 것이다. 첸은 2013년 말 이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는 중국산 철강 수입을 원하는 중동과 동남아 회사들을 도와주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바이어스 마켓인 만큼 이를 최대한 이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내 역할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따른 여파는 경제 전반에 걸쳐 느껴진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개발업자들은 프로젝트를 줄이고 있다. 고층 빌딩 건설이 줄어든다는 것은 철강과 시멘트, 우리 수요가 감소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생산한 제품들의 가격 또한 그만큼 떨어진다. 그리고 이런 업종에 원료를 대는 광산과 채석장의 생산 활동도 둔화된다. 중국 서부와 호주 서부지역 광산회사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홍통의 J.P. 모건의 중국 담당 수석경제학자인 하이빈 주는 “부동산과 제조업 같은 전통적 부문의 둔화가 급속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 단기적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분야가 개발돼 현재의 지주 업종들을 대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때까지 하강 국면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한 예로 중국의 인프라 투자는 대부분 지방 정부들에 의해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하지만 금융부문 개혁으로 시와 지방 정부들이 자금을 대출 받기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약화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때문에 지방 정부들의 주요 수입원인 개발업자들에 대한 토지 매각 역시 둔화될 전망이다, 주는 올해 토지매각 수입이 3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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