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들의 꿈
1970년대 워싱턴 D.C.는 전체 주민의 71%가 흑인이었다. 그래서 ‘초콜릿 도시’라는 별칭도 따랐다.
흑인들은 선천적으로 짧은 곱슬머리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들의 머리카락은 자라면서 짧게 꼬부라지고 엉켜서 펴지지 않는다. 그들의 소원은 동양인들처럼 긴 생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고 다니는 것이다. 흑인배우나 가수들이 생머리 가발을 쓰고 멋지게 쇼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흑인들은 자기들도 멋진 생머리가락 가발을 한번 쓰고 다녀보는 것을 소원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림의 떡, 가난한 흑인에게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70년대 당시 생 머리카락 가발은 구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파는 곳도 없고 비싼 가격에 엄두도 못 낼 형편이었다.
그런데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가발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값싸게 구할 수 있다면 어쩔 것인가. 거기다가 모양과 스타일도 좋다면.
당시 미국 흑인들을 상대로 인조가발을 처음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한인들이었다. 머리 좋은 한인이 인조가발을 개발하여 한국 공장에서 대량생산에 들어가고 이 제품들을 미 전국의 흑인들을 상대로 팔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여 김대중 대통령 시절 문화부장관을 지냈던 박지원(현 국회의원)씨도 당시 뉴욕 브로드웨이 한인상가에서 가발장사로 많은 돈을 벌은 사람 중의 한 분이다.
-상수 꺾는 하수
70년대 워싱턴 D.C.의 메트로 지하철 주변은 흑인들의 다운타운이었다. 백악관과도 그리 멀지않은 D.C.에서 송제경(전 워싱턴한인연합회장) 씨도 가발가게를 시작하였다.
송 회장은 바둑을 엄청 좋아하였다. 바둑 모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참석하고 바둑시합 후원과 관전하는 것을 즐긴다.
바둑 실력은 ‘50년 7급 절대강자’다. 누구와 바둑 두어서 지는 법이 별로 없다. 어깨 너머로 배운 바둑 7급인데 50년 동안 한 번도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고 승급(昇級)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바둑은 대등한 입장에서는 하수가 상수(上手)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그러기에 접바둑(급수대로 깔고 두는 바둑)을 두는 것이다. 하지만 50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하수(下手)를 접바둑으로는 당할 수 없다. 접바둑은 하수라도 실제 실력은 상수급이기 때문이다. 섣불리 상수노릇 하려 하다간 혼이 난다.
-동생 셋 데리고 흥남부두서
송 회장은 요즈음 화제인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얼마 전 워싱턴에서 상영됐던 ‘국제시장’을 보고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영화의 스토리가 자기가 겪었던 상황과 너무나도 빼어다 박았기 때문이다.
1.4후퇴 시 13살의 어린 아이였던 그는 흥남부두에서 어린 동생들 세 명을 데리고 미군 군용선을 타고 월남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도 없는 피난민 수용소에서 생활하며 국제시장에서 미 군수품을 팔아서 생활하였단다. 이제는 작고한 어머니와 어린 시절 생각에 송 회장은 지금도 눈물을 흘리신다.
뒤늦게 월남했지만 일찍 작고한 아버님은 생전에 북녘에 두고 온 형제 부모를 그리워하며 평생을 보내셨다 한다. 70년도 미국에 온 송 회장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소원을 풀어드리고자 헤어졌던 삼촌과 사촌동생을 만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이북의 친척들과 눈물로 상봉을 가진 바 있다. 늘 ‘남북통일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던 송 회장은 초창기 워싱턴 평통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하셨다.
지금도 평생 바둑 호적수인 김응태 씨, 원응식 씨, 안 교수, 정기용 씨, 홍광무 씨, 이종수 씨등과 기원에 모이면 바둑으로 세월을 낚고 계시다.
눈보라가 휘날리던/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봤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고향꿈도 그리-워진다/
송 회장이 가끔 흥얼거리는 노래다.
송 회장님, 항상 건강하셔서 언제 저하구도 바둑 한판 두시자구요.
(choi1581@daum.net)
필자: 풍운재 최환정(Charles Choi)
미국바둑협회(AGA) 공인 7단
워싱턴바둑동호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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