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해소, 명상 효과 있다”며 수요 급증
▶ ‘비밀의 정원’ 칼러링 북 한국서만 43만부 팔려
‘비밀 정원’의 한 페이지.
스코틀랜드의 일러스트레이터, 조해나 배스포드는 어른용 칼러링 북‘비밀의 정원’을 만들어 140만부 이상을 팔았다. 칼러링 북 색칠을 하다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명상의 시간을 갖게 된다고 출판사 측은 홍보한다.
[어른용 칼러링 북 전 세계적으로 인기]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였던 칼러링 북 색칠하기가 어른들의 취미활동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일러스트레이터, 조해나 배스포드가 그린 어른용 칼러링 북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더니, 지난달에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까지에 올랐다. 배스포드의 칼러링 북 ‘비밀의 정원’은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높아 43만부 이상이 팔렸다.
우아한 선들이 섬세하게 얽힌 드로잉으로 칼러링 북을 만드는 조해나 배스포드의 고백을 들으면 팬들은 아마도 놀랄 것이다. 그의 고백인 즉 자신은 칼러링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색칠을 하다보면 선에서 빗겨나가기 일쑤라고 그는 말한다.
배스포드의 칼러링 북 ‘비밀의 정원(Secret Garden)’은 꽃, 잎, 나무 그리고 새들을 소재로한 정교한 흑백 잉크 드로잉 그림책. 96페이지로 된 이 칼러링 북은 지금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지난 2013년 봄 처음 판매를 시작한 후, ‘비밀의 정원’은 총 22개 언어로 번역되며 140만부 이상이 팔렸다. 지난 3월에는 하퍼 리, 폴라 호킨스 등 작가들과 경쟁하며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어갔을 정도이다.
지난 2월에 나온 그의 두번째 칼러링 북 ‘마법의 숲(Enchanted Forest)’ 역시 초판 22만6,000부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배스포드의 성공이 특히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칼러링 북을 내놓으면서 타깃으로 삼은 대상이다. 칼러링 북에 색칠하기를 좋아하는 어른들을 그는 타깃으로 했다.
그런데 색칠 좋아하는 어른들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았다. 스코틀랜드, 애버딘셔에 사는 31살의 일러스트레이터, 배스포드는 처음 일종의 틈새 마켓을 노렸지만 더 이상 틈새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시장이 커졌다.
플레이-도, 정글 짐, 동요, 칼러링 북 등은 학령 전 아동들에게 잘 맞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어른들을 위한 칼러링 북이 시장성도 있고 이윤도 좋다는 사실에 배스포드와 그의 출판사는 적잖이 놀랐다.
‘비밀의 정원’을 처음 출간하면서 출판사는 시장 점검 차 초판으로 조심스럽게 1만6,000부를 찍었다. 잘 팔리지 않으면 “우리 엄마가 잔뜩 사들여야 할 줄 알았다”고 배스포드는 말한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책들이 팔려나가자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수요가 밀려들고, 팬들로부터 이메일이 밀려들었다. 팬들은 바쁜 전문직 종사자들로부터 칼러링 북에 색칠을 하다 보니 긴장이 해소된다고 털어놓는 부모들 등 다양하다. 사람들이 색칠한 이미지들을 온라인에 올리면서 소셜미디어에도 칼러링 바람이 불었다.
열성 팬들은 한꺼번에 여러 권을 사서 색깔들을 바꿔 가며 실험을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칼러링을 사교활동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호주, 퀸즈랜드에 사는 적십자사 직원 레베카 진 더티는 카페나 누구의 집에서 모여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색칠하기 시간을 갖는다. 색칠을 하다보면 인생에서 편안했던 유년기로 돌아가게 된다고 그는 이메일에 썼다.
배스포드는 특히 한국에서 일종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비밀의 정원’이 한국에서 43만부나 팔린 것이었다. 이런 열풍이 분 데는 K팝 스타 김기범이 한 몫을 했다. 그가 배스포드의 칼러링 북에 나온 꽃 그림을 정교하게 색칠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80만명에 달한다.
칼러링 북이 인기를 끄는 데는 스크린 아닌 뭔가 손에 잡히는 것에 대한 푸근함이 작용을 한다. 스크린과 인터넷에 둘러싸여 사는 시대에 뭔가 아날로그적이면서 창의적인 것을 한다는 데 사람들은 정말로 신나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칼러링은 텅 빈 백지나 캔버스처럼 겁나지 않지요. 스트레스 해소의 좋은 방법입니다.”
배스포드는 처음 패션계에서 실크 스크린 디자인을 했다. 그 후 스코틀랜드에서 송어 연어를 양식하는 그의 부모 양어장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고급 호텔이나 부틱을 위해 직접 손으로 그려서 만드는 벽지를 디자인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몰아치면서 비즈니스는 날아가 버렸다. 스튜디오를 닫은 후 그는 스타벅스나 나이키, 소니 등 회사들을 위한 상업용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맡아했다.
그가 전기를 맞은 것은 2011년, 로렌스 킹 출판사의 한 편집자가 그의 작업을 온라인으로 보면서부터였다. 그 편집자는 배스포드의 우아한 그림들이 아동용 칼러링 북에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스포드의 반응은 달랐다.
“나는 어른들을 위한 칼러링 북을 만들고 싶다고 했지요. 잠깐 침묵이 흐르더군요.”
어른 용 칼러링 북이란 건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출판사 측을 설득하기 위해 그는 모자이크 풍의 세밀화 5개를 샘플로 만들었고, 출판사가 마침내 받아들였다.
이후 9개월 간 배스포드는 낮에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밤에는 책 작업을 했다. 그러면서 이따금 회의가 들곤 했다고 그는 말한다. “어른 용 칼러링 북이란 게 어리석은 짓 아닐까, 나만 칼러링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그런데 색칠 좋아하는 어른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어른용 칼러링 북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군소 출판사는 물론 리틀, 브라운 같은 주요 출판사들도 어른들을 위한 칼러링 북 출판에 나섰다. 칼러링 북 색칠하기에 심취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려서 건강에 좋다는 홍보가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
배스포드는 현재 세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바다를 주제로 한 칼러링 북을 만들면 좋겠다는 팬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늘 오후에는 불가사리와 해마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한편 ‘비밀의 정원’은 많은 시장에서 다 팔려서 더 이상 구할 수가 없다. 로렌스 킹 측은 미국 시장을 위해 7만5,000부를 다시 인쇄하고 있다.
한편 새 칼러링 북을 기다리는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그는 새 책이 몇 주 후면 인쇄를 마치고 판매된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자 몇몇 팬들은 “몇 주라니? 몇 주를 어떻게 기다리느냐!”라며 불평 아닌 불평을 터트리고 있다.
<뉴욕 타임스-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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