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는 금값시대
80년대 한국의 전두환 대통령은 친미정책으로 레이건 정부와의 우호관계가 발전하여 워싱턴을 국빈방문하기도 했다. 한국 정국도 전두환 정권의 강력한 통제로 안정을 되찾았고 아시안 게임과 88 서울올림픽 유치의 성공으로 경제발전의 기틀이 잡혔다.
하지만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다. 외국에서 많은 원자재를 구입해야 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많은 제조공장을 세워야 했다.
절대적으로 미국 달러가 필요한 시절이었다. 당시 한국과 미국의 물가는 엄청나게 차이가 나서 초창기 한인 이민자들은 미국생활 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일단 미국에 당도하여 막일을 포함해 무슨 일이든 하여서 돈벌이를 하게 되면 한국의 웬만한 직장인의 봉급보다 많은 달러를 벌수가 있었다.
말 그대로 달러 가치는 금값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인 고학력 이민자들도 미국인들의 기피(忌避) 직종인 세탁소, 미니마켓, 캐리아웃, 샌드위치 샵 등 많은 시간과 노동이 필요한 일자리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러벌이에 나섰었다.
워싱턴 플로리다 마켓에서 수입물품 도매를 했던 필자도 작은 자본을 투자하여 미국의 일용 생활 잡화나 워싱턴의 기념품 등을 한국이나 홍콩, 대만 등에서 저렴하게 제작, 수입하여 미국시장에 도매하였다. 달러의 강세로 소규모의 무역으로도 많은 소득이 보장되었기 때문이었다.
-뉴욕에서의 조우
80년대 한국과 대만에서 국제상품박람회가 있다고 하여 뉴욕발 한국행 비행기를 탔었다. 당시 워싱턴에서는 서울 가는 직행 비행기가 없어서, 뉴욕 공항을 통하여 가야만 했다. 탑승구 앞쪽에서 웬 젊은 신사가 비행기에 탑승을 하고 있었다.
“에고, 이분이 누구신가, 강 사장 아니신가?”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나. 아주 오랜만에 뉴욕 공항에서 워싱턴 지역에 거주하던 강신억 바둑고수를 만난 것이다.
“웬일이야?” 하고 물어보니 서울로 출장 간단다. “좌석은 어딘데”하고 물어보니 앞쪽을 가르킨다. “거긴 특석인데”하니 씩 웃으면서 “이따 놀러와” 한다.
착석 후 승무원한테 물어보니 작은 바둑판이 있단다. 그래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바둑대국이 벌어졌다.
그는 자칭, 자기 바둑이 미국 내에서는 천하무적(天下無敵)이다, 어느 누구든 적수가 없다고 큰소리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당시에 세계아마추어바둑대회가 일본 동경에서 열렸는데 미국에서 AGA(미국바둑협회) 선발대회에 출전하여 그가 전승으로 우승하였다.
당당하게 미국 대표로 일본에서 열렸던 세계바둑대회에 원정출전까지 했었던 경력의 진정한 전미 바둑 최강자인 것이다.
-의류업으로 자수성가
강씨는 70년도에 메릴랜드 볼티모어에 정착하여 무역업을 하다가 뉴욕으로 이전하여 의류업으로 자수성가한 한인 기업인이다.
필자와는 70년대 볼티모어 AGA 바둑대회에서 바둑으로 인연이 되어 만나 30년 지기 호적수가 되었다.
참, 바둑 인연이란 묘하다. 오랫동안 연락도 되지 않고 만날 수가 없어도 어디서 바둑대회가 있다면 그는 슬그머니 나타난다.
지난해 버지니아 비엔나에서 열렸던 한국바둑협회 주최 세계바둑대회에서 우연찮게 또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강산이 변해 어느새 30년이 지나 젊은 모습은 사라졌어도 그의 멋진 신사(紳士) 모습은 여전하다.
이보게, 강 사장. 우리 다시 한 번 만나세. 누가 진정 상수(上手)인가 바둑 10번기 한판 벌여 보자구.
choi1581@daum.net
풍운재 최환정(Charles Choi)
미국바둑협회(AGA) 공인 7단
워싱턴바둑동호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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