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 연구에서 아이디어
▶ 직원들 집사고 자녀 교육시킬만한 봉급 약속
최저연봉 7만 달러 소식에 환호하는 직원들. 현재 그래비비 페이먼츠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4만8,000달러이다.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CEO인 댄 프라이스. 그는 앞으로 3년에 걸쳐 모든 직원들의 연봉을 최소 7만 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해서 120명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시애틀의 젊은 기업가 파격적 제안]
시애틀의 청년 사업가인 댄 프라이스는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한 기사를 읽은 후 어떤 아이디어가 스멀스멀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연 소득 7만달러 이하인 경우 소득이 늘어나는 데 비례해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연구 내용을 보며 CEO로서 이를 실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직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고, 집을 사며, 아이들 교육비를 댈 수 있을 만큼의 봉급을 주는 것. 젊은 CEO는 전 직원 연봉 최저선을 7만 달러로 하겠다는 야심찬 발표를 했다.
지난 13일 프라이스의 중대 발표로 120명 직원들은 너무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앞으로 3년에 걸쳐 봉급 인상을 단행해 봉급이 가장 낮은 단순 사무직 종사자, 고객 서비스 담당직원, 세일즈맨을 포함하는 모든 직원의 연봉 최저 기준선을 7만 달러로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004년 나이 19살에 크레딧카드 결제회사, 그래비티 페이먼츠를 시작한 프라이스는 직원들의 봉급 인상을 위해 우선 자신의 봉급을 깎았다. 거의 100만 달러의 연봉을 7만 달러로 깎고 올해 기업의 순익 예상치인 220만 달러 중 75~80%를 사용할 생각이다.
이렇게 봉급을 재조정하면 70명 정도의 직원들은 봉급이 인상되고, 30명은 봉급이 배로 뛰게 된다. 현재 그래비티의 평균 연봉은 4만8,000달러. 직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고, 집을 사고 자녀들의 교육비를 감당할 만한 봉급을 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프라이스의 작은 개인 회사가 봉급을 인상한다고 해서 이것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그의 평범하지 않은 제안으로 인해 CEO와 일반 직원들 간의 엄청난 봉급 격차 문제에 전국적 관심이 쏠리게 하고 있기는 하다.
CEO 연봉은 일반 직원들의 연봉의 거의 300배나 되면서 미국은 세계에서 관련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 중의 하나이다.
프라이스는 자신과 같은 CEO들이 보통 받는 봉급은 보통 사람들과 비교해 말도 안 되는 액수라고 말한다. 그 자신 사치를 좀 한다면 스노우보드 타기와 술집에서 술값 내주는 것 정도라며 지금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12년 된 아우디라고 밝힌다. 그마저 지역 딜러십으로부터 서비스 대가로 받은 것이다.
지난해 그래비티의 고객은 1만2,000여 사업체, 총 카드 결제액이 65억 달러에 달했다. 이 회사를 프라이스는 시애틀 퍼시픽 대학 재학 중 기숙사 방에서 형으로부터 종자돈을 얻어 시작했다. 그 몇 년 전 록밴드 멤버로 동네 커피샵에서 연주를 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커피샵 여주인이 크레딧카드 결제 회사와 어려움을 겪으며 수수료가 너무 과중해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 주인을 위해 카드 결제 명세서를 들여다본 그는 자신이라면 더 싸게 더 효과적으로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자라난 아이다호 남서부 시골은 창업 정신이 넘치는 곳이었다. 제일 가까운 수퍼마켓에 가려해도 30마일을 가야 했던 시골에서 그는 12살 때까지 홈스쿨링으로 공부를 했다. 그의 4형제 중 한 형이 베이스볼 카드 사업을 시작하자 9살의 댄은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가서 선전에 열을 올릴 정도로 열심이었다. 그의 아버지, 론 프라이스는 컨설턴트이자 동기유발 연사로서 비즈니스 리더십에 관한 책을 저술했다.
댄 프라이스의 사업에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최대 고객 2개 업체가 두 주 간격으로 연이어 파산을 하면서 수익의 20%가 사라져 문닫기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그는 감원이나 수수료 인상 없이 버텨나갔다. 대부분 젊은이들인 직원들이 똘똘 뭉친 덕분이었다.
프라이스는 이번 결정이 어떤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게 아니라고 말한다. 연방 최저임금인 시간당 7달러25센트보다 훨씬 많이 받아도 생계를 잇는 일이 너무나 어렵다는 이야기를 그는 친구들로부터 늘 들어왔다. 친구들은 1년에 4만 달러를 벌려면 시간당 임금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 지를 이야기하고, 렌트비가 갑자기 올라 가슴 철렁하고 크레딧카드 빚에 짓눌려 사는 어려움들을 이야기했다. 그런 이야기를 매주 들으면서 그는 속이 패여 들어가는 아픔을 느꼈다.
그래서 이런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뭔가를 하고 싶어 내린 결정이 ‘최저 연봉 7만 달러’ 계획이었다. 봉급 인상에도 불구 고객 수수료 인상이나 서비스 삭감은 없을 것이니 그는 사실 좀 긴장하고 있다. 한편 그 자신의 봉급은 회사의 순익이 새로운 봉급 기준 적용 이전 수준이 될 때까지는 연봉 7만 달러에 고정시킬 계획이다.
그래비티의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 헤일리 보트(24)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렌트비가 오른 데다 최근 응급실 치료비도 내야 해서 걱정이 많던 중에 이런 소식을 들었으니 왜 안그렇겠는가. 현재 그의 봉급은 연 4만5,000달러이다. 모두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말만 하지 않고 실천을 하고 있으니 이런 곳에서 일하다는 게 행운이라고 그는 말한다.
프라이스의 이번 결정 배경에는 프린스턴 대 교수로 노벨상 수상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만과 앵거스 디튼 교수의 행복 연구가 있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개개인이 매일 생활하면서 느끼는 기쁨, 스트레스, 슬픔, 분노, 사랑 등 사람의 삶을 기분좋게 혹은 힘들게 하는 경험의 빈도와 강도로 결정되는 정서적 안녕, 행복감은 소득에 비례해 높아진다. 그런데 그 효과는 연 소득 7만5,000달러 선이 한계라는 것이다.
카너만 박사는 소득이 그 이상으로 많아진다고 행복감이 더 높아지지는 않지만 돈이 부족하면 행복을 앗아간다고 설명한다.
상인 관계 팀에서 일하는 필립 아카반(29)은 이번 발표를 듣고 입이 벌어졌다. 현재 연봉 4만3,000달러인 그는 이번 인상안으로 주위 모든 사람들의 삶이 바뀌게 되었다고 신나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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