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볼티모어 ‘업타운 리커’ 윤 모씨의 딱한 사연
지하실까지 몽땅 털려 피해액 30-40만달러
벽돌에 맞아 실신...주민 덕에 목숨은 건져
집까지 쳐들어와 지금도 창밖 보며 불안 떨어
“폭도들은 집까지 쳐들어와 약탈하려 했습니다.”
지난달 27일 볼티모어 폭동 때 가게를 약탈당하고 폭도들에게 폭행당해 중상을 입은 윤 모(60) 씨는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처진다고 했다.
폭동 진원지인 펜실베이니아 인근 웨스트 노스 애비뉴 선상에 자리 잡은 ‘업타운’ 리커 스토어를 딸과 함께 운영하던 윤 씨는 오후 7시쯤 시위대가 행진을 시작하자 가게 문을 서둘러 닫고 바깥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시위대가 가게 앞에 다다르자 일부가 갑자기 윤 씨의 가게로 몰려왔고, 바깥의 철문은 순식간에 뜯겨져 나갔다. 시위대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던 윤 씨는 여러 명에게 폭행당하며 업소 밖으로 끌려나갔고, 뒷머리를 벽돌에 맞으면서 정신을 잃었다.
CNN이 공중에서 촬영한 화면을 보면 폭도들은 정신을 잃은 윤 씨를 인도에 내팽겨졌고, 일부는 윤 씨에게 발길질을 했다. 몇몇 주민이 윤 씨를 인도 한쪽으로 끌어내자 폭행이 멈춰졌고, 윤 씨는 한동안 땅바닥에 쓰러져 있다 누군가 안아서 다른 쪽으로 옮겼다.
윤 씨는 가게 안으로 몰려온 폭도들이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고 했다. 평소 보던 동네 주민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윤 씨를 폭행하면서 뒷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갑과 차 열쇠부터 탈취했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폭도들은 지갑에 든 신분증에서 집 주소를 알아내 곧장 윤 씨의 차를 몰고 하포드카운티에 있는 윤 씨 자택까지 갔다. 다행히 윤 씨가 집안에서 키우는 맹견 덕에 폭도들은 입구에서 줄행랑쳤지만, 병원에서 돌아온 윤 씨는 현관문이 활짝 열려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윤 씨는 시위대를 가장한 갱들의 소행인 듯하다고 말했다. 윤 씨 가족들은 폭도들이 다시 올까봐 이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연신 창밖을 내다보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경찰도 3번씩이나 와서 이 집 주위를 둘러봤다.
폭도들의 폭행으로 뒷머리를 3바늘 꿰맨 윤 씨는 아직도 머리가 욱신거린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폭도들은 여성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아버지를 찾던 윤 씨의 외동딸도 구타, 앞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혔다. 20대인 딸은 다행히 지나가던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갈 수 있었지만, 윤 씨는 구급차가 올 때까지 2시간 가량 인도에 쓰러져 있어야 했다. 윤 씨는 “평소 동네주민과의 관계가 좋았다”며 “폭행당할 때 주민들이 말려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씨가 이 가게를 시작한 것은 7년전. 열심히 노력한 끝에 창고에 늘 상품을 가득 채워둘 만큼 가게도 성장시켰다. 하지만 이번 약탈로 모든 것을 잃었다. 1층 매장은 물론 지하 창고의 물건까지 싹쓸이 당했다. 심지어 사다리로 올라가야 하는 천장쪽 진열대의 전시품까지 다 가져갔다. ATM의 현금 수만달러는 물론 캐쉬대의 잔돈 수천달러도 다 털렸다. 윤 씨의 부인은 피해액이 30-40만달러 가량으로 추산했다.
윤 씨의 가게는 보험이 없다. 보험회사에서 가입을 거부하거나 터무니없는 프리미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윤 씨의 부인은 “지금까지 줄곧 리커 스토어만 했기에 다른 업종은 할 자신이 없다”며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보험이 없는 피해 업소는 윤 씨의 업소만이 아니다. 6일 저녁 한인비상대책위가 개최한 보험·보상 설명회에 참석한 피해자들 중 보험가입자는 절반에 그쳤다. 나머지는 생계의 터전을 잃고 앞날을 기약하기조차 힘들다. 보험가입자들 또한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한인사회의 온정과 격려가 필요하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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