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밴 샌트 영화감독
지아장커 영화감독
거스 밴 샌트, 난니 모레티, 자크 오디아르, 고레에다 히로카즈, 토드 헤인즈, 지아장커, 파올로 소렌티노…. 올해도 칸을 찾는 감독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베니스와 베를린을 넘어 ‘세계 최고 영화제’라는 수식어가 이상하지 않은 영화 예술의 별들이 모인다. 경쟁부문에는 올해도 한국영화가 없지만,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탐구로 영상 예술의 극점을 보여주는 감독들이 한 데 모였다는 점에서 제68회 칸국제영화제는 국내 영화팬에게도 가치가 있다.(경쟁부문 17편)
■ 아시아 거장들의 약진
올해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중 3편이 아시아 감독의 작품이다. 이들은 영화 언어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거장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예술가들이다.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68)과 중국의 지아장커(45),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53)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대만 뉴 웨이브 운동의 기수. 1980년 ‘귀여운 여인’으로 데뷔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펑꾸이에 온 소년’(1983) ‘비정성시’(1989) ‘희몽인생’(1993) ‘해상화’(1998) ‘카페 뤼미에르’(2003) 등 기억할 만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대만 근현대사를 영화로 옮기며 주목받은 그는 ‘비정성시’로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 ‘희몽성시’로는 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올해 칸에 초청받은 ‘니 인니앙’은 아직 어떤 작품인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암살자’로 해석되는 제목의 이 영화로 그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관심을 끈다.
지아장커 감독도 칸에 좋은 기억이 있다. 2013년 ‘천주정’으로 각본상을 받은 것. 허우 샤오시엔 감독과 또 다른 공통점은 그 또한 2006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스틸 라이프’로 황금사장상을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국내에도 이미 마니아를 보유한 유명 연출가다. 2013년 국내 개봉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흥행에도 성공했다. 가족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고레에다 감독은 ‘원더풀 라이프’(2001) ‘아무도 모른다’(2005) ‘걸어도 걸어도’(2009)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등으로 가족과 그 구성원의 내밀한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제2의 오즈 야스지로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에 칸에 간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역시 자매를 통해 가족을 이야기한다. 만화가 요시다 아키미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했다.
■ 감각적 연출의 예술가들
2003년 ‘엘리펀트’로 칸에서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모두 거머쥐고, 2007년에는 ‘파라노이드 파크’로 칸영화제 60주년 특별기념상을 받은 거스 밴 샌트(63) 감독은 침체기를 겪었다. ‘밀크’(2010)는 션 펜의 연기가 영화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고, ‘레스트리스’(2011) ‘프라미스 랜드’(2013)는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절치부심 밴 샌트 감독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불러 모아 명예회복에 나섰다. 일단 그 영화가 칸에 갔으니 중간 평가 결과는 나쁘지 않다.
‘시 오브 트리스’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한 남자가 삶을 끝내기 위해 일본의 자살 숲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를 막아서는 일본 남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자살과 생존이라는 주제, 산과 숲, 그리고 서양 배우와 동양 배우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밴 샌트 감독의 매혹적인 미장센 구축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매슈 매코너헤이와 일본의 대표 배우 와타나베 켄, 나오미 웟츠 등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인다.
감각적 연출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토드 헤인즈(54) 감독이다. ‘포이즌’(1991) ‘벨벳 골드마인’(1999) ‘파 프롬 헤븐’(2003) ‘아임 낫 데어’(2008)로 이어지는 그의 필모그래피는 단 세 번의 장편 극영화 연출 경력에도 그를 영화계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예술가로 만들었다.
헤인즈 감독이 칸에 가져온 ‘캐럴’은 1950년대 뉴욕에 사는 백화점 직원이 주인공인 영화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이 인물을 그가 또 어떤 형식에 담아 표현했을까.
■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난니 모레티
난니 모레티(62) 감독은 로베르토 베니니, 지아니 아메리오 감독과 함께 이탈리아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1976년 ‘나는 자급자족한다’로 데뷔한 그는 10대 때부터 드러내기 시작한 좌파적 색채를 자신의 영화에도 자연스럽게 이식했다. ‘에체 봄보’(1978) ‘좋은 꿈 꿔’(1981) 등으로 반자연주의적 화술로 희망 없는 현실을 그려내던 모레티 감독은 1998년 이탈리아 정치사와 자신의 가족사를 교직한 ‘4월’로 이탈리아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두 번째 시간’(1994)으로 칸에서 감독상을 받은 그는 2001년에는 ‘아들의 방’으로 황금종려상을 안았다. 2012년에는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중산층 가정의 위기를 그린 ‘아들의 방’은 그를 대가의 경지에 올려놓은 작품으로 “정치색을 떠나 삶을 관조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번에 칸에 초청받은 ‘내 어머니(MIA MADRE)’에서 모레티가 인간과 인간의 생을 어떻게 더듬어 갈지, 그리고 그가 다시 한 번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다음 달 13~2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프랑스 에마뉘엘 베르코 감독의 ‘당당하게(LA TETE HAUTE)’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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