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는 못된 버릇이 잦아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 연금 개혁안 합의과정에서 은퇴 후 받는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10% 높여 50%로 보강하기로 하면서 수익자인 국민의 추가 보험료 부담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반응했지만 기업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기업은 국민연금의 수익자도 아니지만 부담이 불가피하게 큰데도 기업 측의 의사는 무시하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복지부 계산에 따르면 기업의 보험료율이 4.5%에서 8.35%로 증가할 경우 2065년까지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299조원, 2083년까지는 751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이다.
최근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복지정책이 쏟아지는 반면 경제는 어려워져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국가 부채가 늘어나자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인사도 법인세를 올리자는데 맞장구를 쳤다. MB 때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렸던 세율을 복원시키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아주 편한 수법인 것처럼 여겼다.
기업에 책임을 돌리는데 사법부도 나섰다. 그동안 정부 정책이나 노사관계에 따라 상여금으로 적용해온 것을 통상임금이라고 판결, 올해부터 기업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연장근로나 휴일, 야간근무 등 초과근로 때 1.5배로 받는 각종 수당, 퇴직금 산정에 적용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주당 총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려는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방안도 기업을 옥죈다.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에는 추가 필요 인원 채용을 위해 연간 12조3,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국 경제원이 보고서를 냈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기업들의 하소연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많은 지도자들이 심각해진 양극화를 해소하고 분배문제를 풀고 복지를 늘리기 위해 손쉽게 기업에 대한 부담을 지우려 한다. 기업과 부자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오너인 부자들이 맘대로 기업을 운영하는 경향이 있기에 빚어지는 현상인 듯하다.
그러나 명백히 잘못된 길이다. 기업이 망하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민은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나라의 미래, 우리는 물론 후손들의 미래도 사라진다.
우리가 식민지에서 독립했을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달러에서 3만달러(올해 돌파 예상)로 300배 성장한 ‘한강의 기적’, 산업화의 배경에는 기업친화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이 잘되게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고속도로 철로를 깔고 댐을 막아 전기를 생산하며 기업에 생기는 많은 문제점을 해결해 준 데 있다. 물론 독재정치와 정경유착,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아픈 유산도 있기는 하지만.
이제 우리는 ‘잃어버린 20년’ 일본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 4룡으로부터 추격 받아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듯이 거센, 그리고 거대한 후발 산업국가 중국의 추격을 받아 더 위험한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대규모 양적완화로 엔저를 발판삼아 권토중래를 노리는 일본과의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이 보통국가로 전환하면서 무장할 경우 구한 말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분배와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부담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부담 조정과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풀어야 한다. 진보진영도 유럽처럼 복지를 늘리는데 대해 공동구매 개념을 들고 있다. 먼저 필요한 복지수준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고 재원은 법인세 인상이 아니라 소득세 인상과 조정을 통해 풀어야 한다. 복지수준은 유럽과 비교하면서 엄청 높은 유럽의 소득세율을 비교하는데 대해 입을 다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국민을 설득할 용기도 없이 만만한 기업에만 부담 지우려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이다.
수많은 협상을 통해 노사정 합의로 세계적인 기업 경쟁력을 갖춘 북유럽을 보라. 비록 인구가 적다하지만 ‘기업을 최우선’하는 방향만큼은 틀리지 않다. 무엇보다 지도자들이 기로에 놓인 우리 현실을 직시하고 섣불리 씨암탉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에 대한 애정으로 위기를 넘어 선진국으로 올라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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