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맘’ - 김희선]
"술 마시면 살도 빠지고 피부도 좋아져요. 소주는 안 되고요. 자, 적으세요! 막걸리, 사케, 샴페인, 와인. 막걸리도 흔들어서 마시면 안돼요. 위에 맑은 것 위주로 드셔야 해요."(김희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가 나왔다며 기뻐하는 김희선(38)에게 몸매 관리 비결을 묻자 "술을 마신다"는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 대답을 듣자 지난 3월 MBC TV 드라마 ‘앵그리맘’ 제작발표회에서 같은 질문을 받고 "마음이 썩으면 얼굴도 썩는다"고 말하던 호탕한 모습이 떠올랐다.
동시에 "20년 째 그런 질문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던 모습도 생각났다. 그리고 타고난 사람에게 괜한 질문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데뷔 후 20여 년 째 대한민국 대표미인 자리를 내놓지 않는 김희선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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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 타고난 얼굴과 몸매 덕분에 그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앵그리맘’에서 교복을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가 맡은 역할은 `조강자’,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딸을 지키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위장하고 학교에 잠입하는 엄마였다.
대중은 언제나 싱글일 것만 같은 김희선의 첫 `엄마’ 연기에 주목했지만정작 그는 엄마연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는 실제로 7살 난 딸 연아를 둔 ‘연아 엄마’이기 때문이다.
“김희선이 애를 직접 키우겠느냐, 김희선은 마사지나 받고 운동하고 쇼핑이나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어떤 상황이건 엄마 마음은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강자가 딸 `아란’이를 생각하는 마음이나 제가 연아를 생각하는 마음이나 마찬가지에요."(김희선)
오히려 캐스팅 제의를 받고 한 달여 망설인 이유는 교복때문이었다. 제 아무리 김희선이라지만 그도 어느덧 마흔을 목전에 둔 아줌마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복을 소화할 수 있을까, 시청자가 교복을 입은 제 모습을 불쾌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김희선의 고민은 기우였다. "김희선이 아니면 대한민국의 어떤 여배우가 엄마와 학생을 동시에 연기할 수 있겠냐"는 최병길 담당 PD의 말처럼 김희선은 위화감 없이 고등학생들 틈에 섞였다. 심지어 극 중 17살로 등장하는 `고복동’(지수)과 `잘 어울려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교복을 입은 김희선의 미모나 ‘조강자’의 사랑은 ‘앵그리맘’에서 곁다리에 불과했다. 드라마의 핵심은 고등학생이 된 ‘조강자’가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조강자’가 딸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김희선과 함께 자리한 최병길 PD는 “드라마의 진정성이 훼손될까봐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의도치 않은 ‘케미’에 ‘고복동’과 ‘조강자’의 사랑을 응원하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전부 잘라냈다.
"수정한 부분이 많아요. 복동이와 강자가 포옹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손을 잡는 걸로 고치기도 했어요. 복동이와 강자, ‘박노아’(지현우)와 강자의 멜로를 더 넣었으면 아마 느끼했을 거예요."(최병길PD)
그렇게 드라마는 학교폭력에서 출발해 왕따, 폭력, 원조교제, 자살, 재단비리까지 사회의 굵직한 문제로 이야기를 끌고 갔다. 부실공사로 붕괴된 학교에 갇힌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세월호 참사도 정면으로 건드렸다.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악역 `홍상복’(박근형)이 지병 때문에 3개월 만에 특별 사면되는 것도 답답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저도 하면서 답답한 부분이 많았어요. 제가 영웅이 돼서 ‘홍상복’을 때려죽여도 모자랄 판인데. 제 뜻대로 안되니까 속상했죠. 그래도 일단 이런 현실을 말할 수 있는 경험이 주어져서 정말 좋았어요. 배우가 아니라 엄마로서 사회에 하고 싶은 얘기를 한 기회였죠."(김희선)
김희선은 “`앵그리맘’은 얻은 게 제일 많은 드라마"라고 말했다. 관심도 없던 신문의 사회면과 뉴스를 보기 시작했고 주위를 둘러보게 됐다. ‘연아 엄마’로서 연아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계획도 세웠다. 그저 예쁜 탤런트였던 김희선을 배우로 인정하는 대중의 시선도 따라왔다.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저는 그냥 했던 연기는 또 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좋은 말만 하면서 눈물만 흘리는 역할, 저는 이제 그런 건 안 하고 싶어요. 젊을 때 많이 해봤잖아요."(김희선)
<조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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