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전쟁
바둑은 맞상대가 있어서 대국을 하면서 즐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들 바둑 두는 것을 관전하거나 혼자서도 유명 프로기사들의 바둑 기보를 복기(復棋)도 해보고 실제로 바둑판 위에다 바둑돌을 하나씩 두어 보면서 명인들의 바둑수를 연구해 보는 것도 바둑 두는 것만큼 재미가 있다.
그것도 세계적인 바둑시합이라든가 금세기 최고의 부와 명예를 획득한 국제적인 대회의 기록과 최고 프로기사들의 명국이라면 더욱더 복기를 해보고 감상을 해보고 싶어진다.
한 수 한 수 바둑을 순서대로 두어보면서 나 같으면 이렇게 두었을 텐데, 아니면 저렇게 두었을 텐데, 하며 혼자서 무릎을 치기도 하며 감탄과 찬탄을 연발하면서 바둑 삼매경에 빠질 때가 있다.
바둑 관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운동경기의 관전과는 또 다르다. 운동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순발력 있는 기지를 발휘하여 재능을 보이는 것을 관전의 재미라고 한다면 바둑은 깊은 수읽기와 깊은 생각으로 판단하여 착점 해야 할 곳을 찾아보는 생각하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바둑은 늘 공격과 방어도 기회는 한번으로 이루어지며 그 한수로 엄청난 변화와 세력판도가 끊임없이 승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프로기사들은 전략을 세우고 깊은 수읽기로 상대의 수보다 높은 수를 두려고 고심을 거듭하며 한 수 한 수 이어가는 것이다.
한 번의 실수나 헛수를 용납하지 않는 바둑판위에서 벌어지는 작은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증보의 위기십결
웬만한 기원에 가보면 벽에 한문으로 쓴 액자가 하나씩 걸려 있다. 중국 송나라 시절 당대의 대국수인 유중보(劉仲甫)가 지었다는 바둑 10계명 위기십결(圍棋十決)이다. 이름 하여 바둑 10계명이다.
바둑 두기 전에 한번쯤 생각해보고 두어보라는 문구이다.
1.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득과 실을 계산한다(不得貪勝)
2. 적의 세력에 들어갈 때는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入界宜緩)
3. 적을 공격할 때는 나를 먼저 살펴본다(功彼顧我)
4. 돌을 버리더라도 선수를 잡는다(棄子爭先)
5.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捨小取大)
6. 위험을 만나면 모름지기 미련을 버린다(逢危須棄)
7. 경솔하게 움직이지 않고 움직일 때는 신중하게 생각한다(愼勿輕速)
8. 움직일 때는 모름지기 서로 호응한다(動須相應)
9. 상대가 강할 때는 먼저 나를 보호한다(彼强自保)
10. 형세가 좋지 않을 때에는 싸우지 않는다(勢孤取和)
-인생은 한판의 바둑
바둑은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몇 천년 내려오면서 한 번도 똑같은 바둑을 두어본 사람이 없다고 전해진다.
작은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그 바둑 수(手)는 변화가 무궁무진하여서 절대로 예측을 불허한다.
어떤 과학자가 인공두뇌인 컴퓨터에 바둑수를 입력하여서 바둑기사들과 대국을 시켜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간의 머리에서 나오는 수읽기를 컴퓨터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이 났다.
천변만변의 바둑 수의 변화가 과학적인 계산으로는 결과를 산출해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바둑 황태자 구리(古力) 9단은 지난 한중국제바둑대회에 앞서서 인터뷰를 하면서, 그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바둑은 인생살이와 너무나 닮았다. 인생은 한판의 바둑과 같고 나는 늘 선택의 길목에 서있다. 인생은 일단 지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있고 바둑은 한번 두면 무를 수 없는, 단 한 번의 선택의 기회가 있을 뿐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네 인생살이. 한번뿐인 선택이라 어쩐지 산다는 것이 엄숙해진다.
choi15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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