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령 1만호 발행을 축하하고 의미를 새겨보는 대담이 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강철은 전 한인회장, 조지영 워싱턴복지센터 총무, 박규훈 전 한인회장.
논란이 되는 문제, 사실이 무엇인지 밝혀줘야
구태의연한 형태 등 제대로 꼬집는 역할 기대
1만호를 제작하는데 40년이 넘게 걸렸다. 인생으로 치면 가장 혈기 왕성하게 일할 나이. 한국일보도 워싱턴 한인사회의 따뜻한 격려와 따끔한 충고 속에 성장을 거듭해 정상에 올랐고 그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의 가족보다 바깥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던 애독자들이 한국일보의 민낯과 또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 잘 알고 있을지 모른다. 초기 발행 시절부터 함께 울고 웃으며 1만호가 되기까지 조금도 변함없는 애정으로 지켜본 독자들이 사실 할 말이 더 많다. 기대도 더욱 크다.
박규훈 전 워싱턴한인회장, 강철은 전 워싱턴한인회장, 워싱턴한인복지센터의 조지영 총무를 초청해 특별 대담 시간을 마련했다. 덕담도 없지 않았지만 보다 바람직한 한인언론으로의 발전을 위한 쓴 소리와 아이디어도 오고갔던 대담을 정리했다. <이병한 기자>
-10,000호를 제작하기까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신문은 많지 않다. 그 의미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박규훈 전 한인회장(이하 박); 한국일보가 태어날 때부터 구독한 사람이다. 어쩌면 내가 가장 오래된 독자인지도 모른다. 그당시는 박정희 대통령의 군부독재, 특히 유신에 크게 반대하던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동포 신문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묶음으로 가정에 배달되는 열악한 환경이었기에 한국일보의 발간은 아주 반가운 일이었다. 신문다운 신문이 처음 나오게 된 것이다. 잘 한 것, 잘 못한 것이 모두 있겠지만 워싱턴 한인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믿음을 주는 신문이었다.
▲강철은 전 한인회장(이하 강): 해외 한인 동포들이 조국이 그리울 때마다, 민주화의 몸살을 앓고 있는 조국의 소식이 궁금할 때마다 의지한 것이 한국일보였다. 미주한인 동포들의 조국사랑이 식지 않았던 것은 한국일보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통계를 보면 미주 한인 전체가 한국으로 보낸 외화가 57억달러였다. 엄청난 액수다.
세월이 흘러 해외 동포들이 계속 늘어났어도 한국일보가 조국 소식을 계속 전해줬기 때문에 워싱턴 한인들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 사명을 잘 이어가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한국일보를 펼쳐보는 게 습관이다.
▲조지영 워싱턴한인복지센터 총무(이하 조): 워싱턴 한인 이민사의 산증인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1960년대에 이민법이 개정되고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한인들이 몰려왔다. 이후 늘어나는 한인들을 위한 복지 서비스의 중요성 때문에 워싱턴한인복지센터가 생겨났는데 복지센터는 필요한 정보를 얻을 때마다 한국일보를 크게 의존한다. 즉 한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해주고 또 정부에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그랜트를 신청하려면 자료가 필요한데 제일 먼저 검색하는 대상이 한국일보 기사다. 이렇게 본다면 한인들과 각 단체, 또 주류사회를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한국일보가 잘 해줬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일보가 아쉬웠거나 부족했던 점은?
▲박: 쓸 것을 안 쓰고 안 써도 되는 걸 쓸 때가 없지 않다. 신문은 무엇을 지향하는지 분명해야 한다고 본다. 반대로 사건을 너무 극적으로 전개해 필요 이상의 파장을 일으켜도 안된다. 한 신문이 지닌 힘이 얼마나 큰 지는 모두 잘 알 것이다. 물론 시비를 가리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신문이라면 편집 방향과 철학, 지침이 분명해야 한다고 본다.
▲강: 나도 한인회장으로 일할 때 원치 않는 구설수에 오라 힘들었던 적이 있는데 최근 모 단체장이 물러나면서 재정 비리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이런 일을 기사로 처리할 때 공정하게 처리하는 원칙은 중요하지만 독자들은 오히려 무엇이 실체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양쪽 주장만 똑같이 실을 게 아니라 기자들이 조금 더 수고해서 웬만한 사실은 밝혀줄 책임이 있다. 만일 신문이 사회정의 실현에 앞장서지 못하면 그 기능을 잃는 것이다.
-한국일보가 구체적으로 보강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박: 한인사회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에 대한 검증 작업을 신문이 해줘야 한다. 갑자기 나타나서 한인회장 하겠다고 하는데 알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어리둥절해 한다. 어떤 과거를 갖고 있는지, 지금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등등을 신문이 알려줘야 한다. 이 지역에서 50년 넘게 살았지만 지금 한인사회를 대표한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가 이렇게 투명하지 못하면 안된다.
▲조: 자녀를 둔 여성으로서 자녀교육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그래서 한국일보가 신통하게 시의 적절하게 교육 관련 기사들을 내보낼 때마가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복지센터 총무를 하면서 더욱 한국일보를 의지하게 된 것은 한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한국일보가 많이 제공한다는 뜻이다. 다만 1세를 넘어 차세대 독자 개발을 위해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복지센터도 2세들을 타겟으로 한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한국일보도 그에 발을 맞춰주면 참 좋겠다. 거기에 더해 어른들과 자녀들이 함께 읽는 신문이 됐으면 금상첨화이겠다.
▲강: 과거에 한 번 시도했던 것으로 아는데 2세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으로 영문판을 제작해보면 어떨까? 일주일에 한 번이든, 한 달에 한 번이든 괜찮다. 손주 다섯이 있는데 같은 기사를 읽고 대화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LA는 물론 워싱턴 지역에서도 미 정계에 진출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는데 이런 기사는 2세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시야를 확대해 동포 언론의 사명을 짚어 달라.
▲강: 한국이 통일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경제는 나아졌는지 모르지만 정치는 아직 멀었다. 신문이 한국의 정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본국 신문이 만일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다면 동포 언론이 먼저 나서서 미주한인사회부터라도 통일한국을 대비해 한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해외 동포들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나는데 전국구에 출마하라고 권유해 놓고 정치자금이나 챙기는 일들이 얼마 전에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벌어져도 한국 신문은 잠잠하다. 동포언론이 이럴 때는 먼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박: 한국 기사가 바탕이 된 미주판 제작에 불만이다. 항상 뒤를 보며 눈치를 보는 것은 더 이상 안 된다. 한인 이민자들이 이제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정체성이 세워지고 있는데 아직도 조국만 바라본다는 것은 옳지 않다. 해외 한인들을 본국 지향적으로 만들고 건강하게 발전해가는 이민사회가 되지 못하게 막는 것은 해외 공관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과거나 자랑하며 돌아다니는 인사들의 구태의연한 행태를 꼬집는 역할은 신문이 담당해야 한다.
▲조: 동포신문이기 때문에 더 장점이 있을 수도 있다. 글로벌화 된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찾는데 동포 언론이 더 유리하다. 인물을 찾아서 키우고, 함께 존경하는 리더로 만드는 책임을 언론이 감당할 수 있다.
한국일보를 통해 한인사회가 달라진 것 중에 하나를 예를 들겠다. 바로 기부 문화다. 이제 많은 한인들이 큰 이슈가 있으면 성금을 잘 내는데 이것은 신문이 시민의식을 제대로 교육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개최한 청소년들을 위한 여러 경시대회도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한 좋은 프로그램들이다. 나도 수혜자 중 하나여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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