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중분석 / 줄잇는 대형악재 ‘자바시장의 현주소’
▶ 돈세탁·원산지 단속에 소매체인 줄도산…대형업체들‘2세에 대물림’유행도 사라져 투명한 경영·온라인 등 새 시장개척 절실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을 덮친 각종 대형 악재로 한인 의류업계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자바시장에 줄지어 늘어선 의류 도매업체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LA 다운타운 자바시장 한인 의류업계가 잇따른 대형 악재로 휘청대고 있다.
한인의류협회 및 다수의 한인의류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자바시장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멕시코 마약조직의 돈세탁 및 불법 현금거래 관행에 대한 연방 수사당국의 대대적인 수사, 많은 한인업체들이 물건을 납품해 온 주류 대형 의류체인들의 줄도산,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정부의 원산지 단속 등 거듭된 악재로 많은 업체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인력 이탈현상이 가속화하는 등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한인 의류업계의 현주소, 자바시장이 곤경에 처하게 된 주원인, 향후 전망 등을 진단해 본다.
■지난 2년간 한인업체 20% 폐업, 고객 30% 감소
한인의류협회에 따르면 현재 자바시장에는 대략 2,000여개 업소가 영업하고 있으며 이 중 한인업체는 90% 수준인 1,800여개에 달한다. 한인업체의 경우 ▲디자인 ▲하청 ▲수입 분야의 제조업체가 90%, 도매를 전문으로 하는 홀세일 업체가 10%이며 전체의 50%는 직원을 3~5명을 둔 영세업체, 40%는 직원 20~50명의 중견업체, 직원 50명 이상을 거느린 대형업체는 10% 수준이다.
조내창 한인의류협회 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주류 대형 소매체인들의 파산, 지난해 9월 자바시장에서 펼쳐진 멕시코 마약조직 돈세탁 수사 등의 여파로 한인업체의 20%가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한인업체들의 폐업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 송 한인의류협회 이사장은 “잇따른 대형 악재로 고객의 30% 정도가 발길을 끊었고 한인업체들이 운영해 온 쇼룸의 20%가 폐쇄됐다”며 “일부 업주들은 불경기 타개를 위해 기존 쇼룸 운영을 접고 월 렌트비가 5,000달러 정도인 창고를 임대, 물류센터로 활용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전했다.
자바시장 쇼룸의 경우 월 렌트비가 1만~2만달러에 달하고 최소 3년의 리스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 선뜻 쇼룸을 계약하겠다고 나서는 업주는 드문 게 현실이다.
■2세 대물림 현상도 뜸해져
자바시장에 위기가 닥치면서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한인 1.5세 및 2세들의 ‘비즈니스 대물림’ 현상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창업주의 자녀 중 상당수는 리스크가 큰 의류업체 경영 대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택하거나 변호사, 회계사, 재정상담가 등 전문직에 진출하는 실정이다.
‘폴 클로딩’의 원 김 매니저는 “한창 경기가 좋을 때는 이민 1세 창업주들이 대학을 갓 졸업한 자녀에게 업체 경영권을 물려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며 “미국에서 나고 자란 2세들에게 ‘의류업체를 경영해 보지 않겠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내창 회장은 “자바시장 자금 흐름이 유대인 큰손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한인업주들이 공동으로 자본을 투자해 쇼룸을 마련하거나 새로운 시장개척에 나서 자바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한인 경제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세탁·불법 현금거래 관행 수사
지난해 9월10일 연방국세청(IRS), 연방수사국(FBI), 연방마약단속국(DEA) 등에 소속된 수사관 1,000여명이 자바시장 일대를 급습, 대형 한인 의류업체 QT 패션 대표 박종학(56)씨와 매니저 박상준(36)씨 등 10여명을 돈세탁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연방 정부는 멕시코 마약조직의 마약자금 수천만달러가 자바시장 의류업체 등을 통해 불법으로 세탁된 정황을 포착한 후 이날 대대적인 단속작전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단속에서는 또 QT 패션을 포함, 멕시코 지역과 거래를 해오던 최소한 14곳의 한인업체들이 수사 당국의 압수수색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두 박씨 외에도 Z사와 A사, S사 관계자들이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대상이 된 한인업체들은 대부분 연 매출이 1억달러가 넘는 대형업체들로 나타나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자바시장의 불법 현금거래 관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결국 업체-바이어 간 3,000달러 이상 현금거래를 의무적으로 연방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특정지역 수사권’(GTO)이 지난해 10월9일부터 올해 4월6일까지 발동돼 의류업계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원산지 단속
지난 4월21일부터 사흘간 자바시장 일대에서 연방 정부가 벌인 제품 원산지 위조단속도 파괴력이 만만치 않았다. 연방국경보호국(CBP) 수사관들은 자바시장 일대의 한인 의류도매업체들을 급습, 원산지 증명서류 위조, 의류 레이블 바꿔치기 및 불법 현찰거래 관행을 단속했다.
■ 주류 의류 소매체인 줄도산
돈세탁·원산지 관련 수사 외에 한인 의류업체들로부터 물건을 납품받아 소비자들에게 판매해온 주류사회 대형 의류 소매체인들의 잇따른 챕터11(파산보호) 신청도 불황타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의류업계의 발목을 잡았다.
미 전역에서 80여개 매장을 운영해온 대표적인 한인운영 소매체인 ‘러브컬처’가 지난 7월16일 경영난 악화로 챕터11을 신청했고 이어 주류 여성의류 소매체인 ‘뎁 샵스’(Deb Shops), ‘델리아스’(Delia’s), ‘웻 실’(Wet Seal), ‘카시‘(Cache), ‘바디 센트럴‘(Body Central)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한인의류협회는 한인업체들의 피해 현황 파악에 나서고 상법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밀린 대금 대신 거래처에 납품한 물건을 회수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 새로운 판로개척 급선무
현재 자바시장에는 검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숱한 장애물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한인 의류업계는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정부 당국의 불법행위 단속도 문제지만 가주·로컬 정부의 경쟁적인 근로자 최저임금 인상법안 발의 및 통과, 종업원 상해보험료(워컴)의 지속적 인상, 건강보험 개혁법(오바마케어) 시행에 따른 직원 건강보험 제공 의무화 등으로 인한 비용 상승도 의류업계가 설 땅을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이 있듯이 작금의 위기를 타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희망도 있다. 한 한인 의류업체 관계자는 “지금처럼 고객이 급감한 상황에서는 새로운 시장개척이 필수”라며 “의류업계도 기존의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온라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의류협회 관계자는 “새로운 판로개척도 중요하지만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현찰거래 관행을 과감히 청산하고 깨끗한 비즈니스 풍토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한인업체들이 정부의 단속 타겟이 되지 않도록 협회 차원에서 업주들을 대상으로 계몽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성훈·이우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