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세 커플이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청춘들의 사랑처럼 설레고 풋풋하진 않아도, 누구보다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서로를 사랑한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맨도롱 또똣’(극본 홍정은 홍미란,연출 박홍균 김희원)의 이성재-김희정,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극본 하청옥,연출 김근홍 박상훈) 김정은-송창의,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극본 박현주,연출 이대영 김민식) 김성령-이종혁의 ‘중년 로맨스’가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제껏 수많은 드라마에서 중년 커플의 러브스토리는 청춘 남녀의 로맨스에 재미를 더하는 부가적 요소로 등장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안방극장에선 ‘중년 로맨스’를 빼고 사랑 이야기를 논할 수 없다. 청춘 남녀의 ‘밀당’(밀고 당기기)에 지친 시청자들이 저돌적인 ‘중년 로맨스’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 ‘맨도롱또똣’ 이성재-김희정, ‘돌직구’형 로맨스
이성재-김희정 커플의 ‘맨도롱 또똣(기분 좋게 따뜻한)’한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심장박동수를 높이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리조트 CEO 송정근(이성재)과 해녀 김해실(김희정)의 사랑은 여느 젊은 연인들보다 저돌적이고 화끈하다.
조건만으로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던 이들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 사랑이라는 손님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어 안방극장에 설렘 지수를 높이고 있다.
스쿠터를 타고 가다 과속방지턱에 걸려 해실의 가슴을 부여잡는 사건을 통해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하게 된 정근. 그런 정근의 관심을 거부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들뜬 가슴에 얼굴에 홍조를 띠게 되는 해실의 모습은 안방극장에 해피바이러스를 불어넣고 있다.
정근은 10일 방송에서 해실의 마음을 확신하며 저돌적인 키스를 감행, 로맨틱 긴장감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정근은 자신이 리조트 사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냉랭해진 해실을 설득하다가 “이제 일 분도 넘게 참을 수 있게 됐다”며 키스를 시도해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와 같은 이성재와 김희정의 돌직구 ‘중년 로맨스’는 ‘우주 커플’인 유연석(백건우 역)과 강소라(이정주 역) 못지않은 드라마 인기 요인으로 부상했다.
■ 로맨스 ‘여자를울려’ 김정은-송창의, ‘학부모’ 로맨스
‘이 커플은 다른 중년 커플과 함께 언급되기엔 다소 어린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극중에서 이들이 겪은 아픔과 감정의 깊이는 다른 커플 못지않다. ‘여자를 울려’ 정덕인(김정은)과 강진우(송창의)는 극 중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불혹을 막 넘긴 나이의 학부모다.
덕인은 아들을 사고로 떠나보낸 뒤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경찰직을 그만두고 학교 앞에서 밥집을 운영하며 마음의 위로를 찾는다. 아내의 죽음 이후 세상에 마음의 문을 닫았던 고등학교 교사 진우는 밥집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알뜰히 살피며 떠나간 아들에 대한 아픔을 치유하는 덕인을 만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엄마의 죽음을 아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고등학생 아들과 트러블을 겪는 진우는 덕인의 속사정을 듣고 동변상련의 감정을 느끼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로맨스’가 마냥 화창한 것은 아니다. 덕인은 아직 ‘이혼하지 못 한 여자’이기 때문. 더군다나 덕인의 남편 황경철(인교진)은 강진우의 여동생 강진희(한이서)와 불륜관계다. 이혼을 요구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이들을 괴롭히는 경철-진희 커플 때문에 이들의 사랑은 현재 가시밭이다. 이들의 비련의 사랑이 힘들수록 시청률은 올라간다. 김정은과 송창의의 로맨스가 언제쯤 장밋빛 결말을 맺을 수 있을지 시청자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여왕의 꽃’ 김성령-이종혁, ‘태풍’로맨스
젊은 커플만 시어머니의 방해공작에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여왕의 꽃’ 레나정(김성령)-박민준(이종혁) 커플은 주위의 방해공작에 바람 잘 날이 없다. 많은 아픔을 극복하고 사랑에 빠져 결혼한 두 사람에게는 수시로 시댁의 태클이 다가온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경험과 연륜이 있다. 젊은 연인들처럼 당하고만 살지 않는다.
최근 민준-레나 커플 사이에 시어머니 마희라(김미숙)의 사주를 받은 민준의 첫사랑 신지수(김채연)가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증폭됐다. 하반신 불구인 모습으로 10년 만에 나타난 지수를 떼어내지 못한 민준을 본 레나는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사람다운 내공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지난 6일 방송에서 지수가 사는 오피스텔에 화재 경보를 울려 맨발로 도망쳐 나오는 모습을 민준이 직접 목격하게 만든 것. 그러나 민준은 가족의 평화를 위해 레나에게 입단속을 시킨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을 지키고 싶은 레나가 참을 것 같지 않아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전망이다. 젊은 연인 못지않은 위태로운 중년 로맨스가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중장년의 사랑 이야기가 안방극장 로맨스의 주축을 이루게 된 이유는 뭘까?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청춘 남녀의 로맨스가 다수의 케이블 채널에서도 그려지고 있기에 지상파에서는 주시청자인 중장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라며 “러브스토리 대상이 본방 사수를 하지 않는 젊은이들보다 지상파의 주시청자인 중장년 세대에 맞춰 상향 조절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중장년의 로맨스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불륜으로 그려졌지만, 이제는 새로 시작하는 사랑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라며 “중장년 로맨스에 불륜이 제거되고 이혼, 사별 등으로 사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