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업기업 중 3대까지 가는 건 12%에 불과
▶ 창업주 존재 너무 커서 후계자 활동 제약
[루퍼트 머독, 아들에게 21세기 폭스 경영권 승계]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은 아베디스 질드지안 처럼 운이 좋을까? 17세기 아르메니아의 연금술사였던 질드지안은 금을 만들기 위해 시도 중 구리, 주석, 은의 합금을 만들어냈다. 이 합금의 울림이 아주 특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이를 이용해 궁중 악사들을 위한 심벌즈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근 400년이 지난 지금 그의 후손들은 여전히 질드지안 이름으로 세계 최고의 타악기 주자들을 위한 심벌즈를 만들고 있다. 매서추세츠, 노웰에 있는 사기업, 질드지안이 바로 그 회사이다.
- - - - -
루퍼트 머독은 21세기 폭스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아들 제임스에게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보장하면서 경영권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작업은 종종 일대 모험이다.
먼저 사주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 어렵다. 84세의 머독은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 회장직을 맡지만 앞으로도 21세기 폭스 경영에 깊이 관여할 것은 분명하다. 지난 2013년 따로 분리한 뉴스 코퍼레이션의 회장직도 그가 맡고 있다.
그는 회사를 750억달러의 왕국으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그의 경영 기술이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고 계속 남아있는 것이 아들에게는 도전이 될 수가 있다.
예일 경영대의 제프리 소넨펠드 교수는 머독이 연장자 골프 대회에나 참석하며 살리는 없다고 말한다.
“머독의 전화는 계속 울려대고 머독은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 결정들은 결코 아들 제임스의 결정보다 하위에 있지 않을 겁니다.”기업을 자녀가 승계한 많은 가족 기업에서 어려움이 따랐다. 회사를 세운 아버지가 사업에서 손을 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미디어 재벌인 바이어컴과 CBS의 섬너 레드스톤 회장도 샤리와 브렌트 남매를 경영에 참여시키려 하다 아픔을 경험했다. 자녀와의 사이에서 불화가 깊어질 대로 깊어져 급기야는 아들 브렌트가 회사의 지분을 놓고 아버지를 상대로 10억 달러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그는 완전히 아버지의 눈 밖에 났다. 지금 92세인 레드스톤 회장은 이제 딸 샤리를 승계자로 만들기 위해 딸과의 사이를 긴밀하게 하려 애쓰고 있다는 보도이다.
뉴욕 양키스의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할과 하크 스타인브레너에게 경영권을 넘긴 후 이들 형제는 성공적으로 양키스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아버지가 세세히 감독해서 가능했다.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뉴욕 양키스 리더십에서 물러나겠다고 말을 했어도 누가 경영을 주도할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었다.
레드스톤 회장이나 스타인브레너 회장처럼 머독 회장의 힘도 막강하다. 모두가 아들 제임스의 일거수 일투족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살필 것이고, 전설인 아버지와 그를 비교하게 될 것이라고 노스이스턴 대학 가족경영기업 센터의 테드 클락 사무총장은 말한다.
42세의 제임스 머독은 이미 시험대에 올랐었다. 런던의 뉴스 코퍼레이션에서의 전화 해킹 스캔들로 평판이 엄청 나빠져 2012년 뉴욕으로 도망쳐 왔다. 그때부터 그는 21세기 폭스의 최고운영책임자로 일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그가 뉴미디어에 밝다는 것은 넷플릭스, 페이스북, 애플 등의 기업들의 도전을 받으며 21세기 폭스를 이끄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대마다 새로 사업을 재창조할 필요가 있다”고 클락은 말한다. 세대를 이어가며 번창하는 기업은 시대에 맞출 줄 안다. 기업을 똑같은 상태로 유지하려 하면,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최근 그같은 변화를 겪은 대표적 가문은 워싱턴의 그래험 가다. 워싱턴포스트로 유명한 그래험가는 SAT 등 표준검사 준비 기업으로 성공한 카플란을 개발했다. 하지만 2013년 그래험가는 가문의 상징과도 같던 워싱턴 포스트를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에게 팔았다. 과거를 뒤로 하고 앞으로 전진할 필요가 있었다고 클락은 말한다.
가족기업 중 2대로 승계되는 기업은 30%에 불과하다. 3대까지 승계되는 경우는 12%, 그리고 단 3%만이 4대까지 계승된다. 디스카운트 소매점 왕국을 건설해 갑부가 된 허버트 해프트는 자녀들과의 불화가 심해 아들을 해고하고 유언장에서 자녀들을 모두 빼버린 것으로 유명하다.
버드와이저 맥주 회사인 앤하우저 부시는 5대에 걸쳐 가족 운영을 해오다가 세대간 소송에 휘말리면서 지난 2008년 인베브에 팔렸다.
루퍼트 머독은 아버지 키스 머독으로부터 승계받은 것을 토대로 오늘의 21세기 팍스와 뉴스 코퍼레이션을 만들어냈다. 경영권을 제임스에게 물려줌으로써 머독가는 3대가 가업을 이어가는 12%에 속하게 된다.
“그만하면 대단한 성취“라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존 데이비스 교수는 말한다. 반면 가업 승계가 비즈니스에 좋을 지 아닐 지는 분명하지 않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연구에 의하면 호황기에는 가족경영 기업들이 별로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침체기에는 가족 운영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성적이 좋다.
루퍼트 머독은 둘째아들 제임스를 승계자로 정하기 전 다른 자녀들을 모두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맏아들인 라클란은 지난 2005년부터 회사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호주에서 그 자신의 관심분야에 매진했었다. 이제 그는 아버지 곁에서 공동 회장직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후계자로 고려되었던 딸, 엘리자베스는 샤인 그룹을 창업했다가 지난 2011년 아버지에게 6억7,300만 달러에 팔았다.
제임스는 형제들 중 가장 아버지 곁에 가까이 머물면서 회사 내 여러 역할을 맡은 경험이 있다. 머독의 미디어 왕국이 대를 이어 성공하려면 앞으로 형제들이 제임스에게 힘을 모아주어야 할 것이다.
형제들 사이의 불화로 가족기업 왕조가 무너진 예는 많다. 지난 2007년 다우존스를 머독에게 매각한 밴크로프트 가문 역시 같은 경우이다.
수 세대를 걸쳐 이어져온 기업이라고 항상 탄탄대로는 아니다. 수백년 동안 심벌즈를 만들어 온 질드지안에서 지난 1970년대 두 형제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그중 한명인 로버트가 질드지안을 떠나 사비안이란 회사를 세웠다. 지금 질드지안의 최대 경쟁회사는 바로 사비안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