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럼 절제된 감정 연기 벅차… 분출하지 못한 감정 ‘악몽’꾸며 풀었죠
▶ 두 번째 칸 레드카펫 밟았지만 수상에는 실패… ‘나의 희망’ 전도연 선배와 만남 불발 아쉬워
[’마돈나’ - 서영희]
배우 서영희에게 영화 ‘마돈나’(감독 신수원·연출 준필름)는 특별하다. 그간 스크린 속 서영희는 처절했다. 짓밟히고 눈빛은 흔들렸다. ‘추격자’속 김미진과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속 김복남이 그러했다. 하지만 ‘마돈나’속 서영희는 다르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 관찰자를 자처한 그의 눈은 공허하다. 그러나 텅 비었던 그의 눈은 극이 진행될수록 점차 또렷해지고 급박해진다. 디테일을 살릴 줄 아는 배우라는 찬사가 나온 순간이었다.
7월 2일 개봉을 앞둔 ‘마돈나’는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평범한 여자 미나(권소현)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VIP 병동으로 실려 오면서 생기는 일을 그린다. 재벌 2세 상우(김영민)가 미나의 심장을 필요로 하고,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을 돈으로 매수한다. 이후 해림은 미나의 주변 인물을 찾다가 소외된 여성이었던 미나의 과거를 추적하게 된다.
“마돈나가 중심에 있지만 해림의 시선이 중요했어요. 마돈나 역할이 욕심이 났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마돈나의 삶이 곧 해림의 삶이기도 해요. 마돈나의 과거를 쫓지만 그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이었죠. 절제된 감성 속에서 어떻게 해림을 그려낼 수 있을지를 생각했어요. 이전까지는 표현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절제에 집중했죠. 이전까지 역할들과는 확실히 달랐어요.”
영화 속 서영희는 무미건조하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얼굴을 반쯤 가린 단발머리, 그리고 표정 없는 얼굴은 해림이 씻을 수 없는 과거의 사건을 겪고 살아가고 있음을 짐작하게한다. 서영희 역시 영화에는 제대로 표현되지않은 해림의 과거를 계속 떠올리며 연기에 임했다. "마음에 상처가 많은 인물이에요.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 봐 항상 조심하죠. 사람을 피하지는 않지만 소통은 하지 않아요. 해림 역을 위해 앞머리까지 내렸어요. 뭔가 감추고 싶어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사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은 남의 여유를 돌아볼 수 없잖아요. 해림은 그런 사람이었어요. 깊은 상처 때문에 표정도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사람이요. 그렇게 꾹꾹 눌러왔던 감정들이 마돈나의 삶을 쫓아가면서 조금씩 드러나게 돼요.”
악몽까지 꿀 정도로 힘들었던 촬영인 만큼 개봉 전부터 보람된 소식을 들었다. ‘마돈나’가 올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것. 때문에 서영희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이후 두 번째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러나 점쳐졌던 수상은 불발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처음에 갔을 때 현지 반응이 너무 좋아서 영화제를 제대로 즐기고 왔어요. 이번에 방문했을 때도 반응이 너무 좋아서 내심 수상도 기대했어요. 주변에서도 상을 노려볼 만하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불발돼서 아쉽더라고요.
그래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음에는 더 멋있는 영화로 다시 가길 바라고 있어요.”
특히 그는 함께 초청을 받은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무뢰한’의 전도연에게 존경심을 드러냈다. 남성이 주목받는 영화계에서 여자 선배들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 서영희는 “김혜수, 전도연 선배가 앞에서 길을 열어주니까 ‘마돈나’ 역시 여성영화로서 힘을 얻는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칸에서 전도연 선배를 뵐 수 있었으면 했는데 이뤄지지는 못했네요. 그분들이 계속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힘이 돼요. 쫓아갈 수 있는 희망을 주거든요.”
<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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