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기 급등 부담감… 한달새 34% 빠져 상장사 절반‘거래중지’부양책 안 통해
▶ “거인 쓰러지면 쓰나미”세계경제 초비상
중국 안휘성 북서부의 푸양시 한 증권사 객장에서 지수 폭락을 확인한 중국인 투자자들이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다. 중국 증시는 최근 한 달 간 30% 이상 급락하면서 중국 대륙은 물론, 주변국 증시에까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중국 증시가 한 달 새 30% 이상 폭락하면서 대륙을 패닉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거의 전 국민이 주식투자 대열에 참여한 가운데 상장 종목의 절반이 거래 중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중국 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중량급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한여름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쉽사리 해동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증시 폭락의 여파가 내수침체 등 실물경기로 본격적으로 전이될 경우, 최근 그리스 사태는 잔물결에 불과했고 거인이 쓰러지며 세계 경제에 초대형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격렬한 조정 장세
8일 상하이종합지수는 219.93포인트(5.90%) 하락한 3,507.19, 선전성분지수는 334.71포인트(2.94%) 떨어진 1만1,040.89로 각각 마감했다. 상하이지수는 지난달 12일 장중 고점인 5,178.19와 비교하면 한 달도 안 돼 34%나 떨어졌다.
주가 급락에 상하이와 선전증권거래소 전체 상장 종목 2,800여개 중 절반인 1,400여개 종목 거래가 중지됐다. 여파는 홍콩과 대만에도 미쳐 홍콩 항셍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5.84%와 2.96% 하락했다. 특히 항셍지수는 장중 한때 8% 이상 떨어져 2008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폭락의 이유는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세가 격렬하게 일어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상하이지수는 지난해 7월 중순 2,033에서 지난달 12일 5,178로 150% 이상 급등했다. 최근 한 달 새 고점 대비 30% 이상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전에 비해선 여전히 70% 이상 오른 상태다.
■중량급 대책 불구, 백약이 무효
중국 정부는 지수 하락을 막는 동시에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이달 초 신용규제를 완화하고 주식거래 수수료를 내려주는 1차 부양책을 내놨다. 별다른 효과가 없자 공기업을 관리하는 국가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나서 보유지분 매각을 금지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다급해진 당국이 지난주는 기업공개(IPO)의 속도 조절과 자금 수혈을 골자로 한 2차 부양책을 제시했지만 시장에 먹히지 않았다. 다시 진앙지인 증시에 집중해 8일에는 즉효처방으로 상장기업 대주주 등의 증자를 허용하고 상장사 대주주와 이사, 감사 및 고급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지원키로 했다.
비이성적인 투식 투매의 고리를 끊는다는 명목으로 감독당국은 중소기업 가치주에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나 폭락상황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쌈짓돈이 거덜 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투기로 키운 버블, 세계경제 덮칠까
중국 증시는 올해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 재정자금 방출, IT 업종 정책대출 확대 등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전 국민의 주식투자에 때맞춰 증권당국은 4월1일 ‘1인1계좌’의 족쇄를 풀었다. 개인이 최대 20개까지 계좌를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온 국민이 본업을 팽개치다시피 하고 증시로 몰렸다. 중국의 증권계좌 숫자는 5월 말 현재 2억1,300만개로 상하이와 선전증시에 각각 계좌를 갖고 있다고 가정할 때 1억명 이상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한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한때 상하이 증시의 거래량은 뉴욕 증시를 추월할 정도가 됐고 지수는 5,000선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대륙을 덮는 거대한 거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지난 6일 ‘거인은 어떻게 쓰러졌나: 일본의 붕괴에서 중국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률 전망이 여전히 낙관적이며 자산 가격이 더 하락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세계 경제도 중국 증시를 주시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나이젤 스테플레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그리스는 인구가 1,100만명에 불과하고 유럽에 영향을 주는 정도지만 중국은 전 세계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도 미국 은행이 그리스보다 중국에 10배 이상 노출돼 있다며 중국 상황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분석했다.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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