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를 비롯한 전국 도시의 렌트비가 끝없는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젊은 층의 고통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LA 지역 한인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윤모(34)씨는 한 달 전 미러클마일에 위치한 월 렌트비 2,900달러짜리 2베드 아파트에 입주했다.

윤씨는 “월급으로 아파트 렌트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 한국에 계신 부모님으로부터 매달 필요한 생활비를 조달받고 있다”며 “한인타운 중심부라고 렌트비가 싼 것도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환경이 쾌적한 미러클마일 지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글렌데일에 살면서 LA 한인타운 직장에 다니는 한모(35)씨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월 렌트비 2,100달러짜리 1베드 아파트가 보금자리인 한씨 역시 월급에서 렌트비를 빼면 남는 돈이 500달러에 불과해 어쩔 수 없이 크레딧카드를 긁어대며 생활한다.

한씨는 “그나마 아이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며 “이대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는 생각에 평생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아내가 조만간 직업전선에 뛰어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LA 지역의 살인적인 아파트 렌트비로 인해 ‘마이 홈’이 없는 한인 등 젊은층의 살림이 날로 궁핍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 사이트 ‘질로우 닷컴’에 따르면 현재 LA에서 밀레니얼 세대(1980년 이후 출생자)가 렌트비를 감당할 수 있는 아파트 및 주택비율은 12.5%에 불과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도 밀레니얼 세대가 렌트비를 낼 수 있는 아파트 비율은 20% 수준이다. 샌디에고는 22%, 보스턴은 28%, 샌호제는 32%로 각각 조사됐다. 문제가 가장 심각한 마이애미의 경우 렌탈 리스팅의 92%가 젊은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LA를 비롯한 미국 내 23개 주요도시 렌탈 리스팅의 50% 이상은 젊은층이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질로우 닷컴은 밝혔다. 지난 한해동안 가주 내 아파트 렌트비는 5.4% 상승해 전국 평균인 2.7%보다 두 배나 높았다.

반면에 LA 거주 밀레니얼 세대의 중간 연 소득은 3만5,027달러에 불과하다. 월급이 그로스로3,000달러도 안 되는 셈이다. 집을 사려면 연 8만달러는 벌어야 하고, 아파트 렌트비도 감당 못할 수준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일부 젊은층은 불편을 감수하고 생활비 절약을 위해 부모 신세를 지려고 한다.

패사디나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박모(65)씨는 “IT 회사에 다니면서 또래보다 많이 버는 35세 아들이 3,000달러가 넘는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며느리, 두 살난 아이와 함께 당분간 우리 집에 들어와 살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와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며 “직장에 다니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 한인 커플이 주변에 몇 쌍은 있다”고 전했다.

질로우 닷컴의 스벤자 구델 경제 분석가는 “2010년 이후 아파트 렌트비는 전국적으로 평균 15% 정도 올랐지만 중산층 이하 계층의 소득은 1988년 이후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득에서 렌트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렌트비가 가구 소득의 30%를 넘으면 일단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봐야 하며 이럴 경우 값비싼 자동차, 장거리 여행, 케이블 TV를 비롯한 각종 유료 서비스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