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시한 협상’ 기대·불안감 교차
▶ 국민투표 직후 환호 이젠 무표정
그리스 시민들이 9일 아테네의 한 은행에서 인출한도인 하루 60유로(약 66달러)라도 인출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 그리스 위기/ 아테네 현지 르포
“누가 진정으로 승리할지는 12일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을 거부한 국민투표 결과에 아니요 라는 뜻의 ‘오히’(OXI) 함성이 쏟아졌던 그리스에 긴장된 분위기가 다시 감돌고 있다.
유로존(유로그룹 사용 19개국) 정상들이 8일 회의를 열고 오는 12일을 시한으로 협상을 한다는 반응을 내놓아 일단 채권단의 즉각적인 거부는 넘겼지만 최종 결과에 대해선 불안감이 여전하다.
아테네 주재 코트라에서 일하는 그리스인 존은 8일 “국민투표 이후 언론보도들을 보면 ‘반대’에 투표한 사람들이 같은 생각으로 ‘반대’에 투표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유로존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긴축을 거부하려는 사람,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사람 등 ‘반대’ 투표에 담긴 표심은 다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덧붙였다.
이제 그리스 국민들의 시선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최종협상 결과로 쏠리고 있다.
과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어떤 협상을 해낼지 지켜보는 시선에 기대와 불안감이 섞였다. 영국 런던에서 유학 중으로 방학을 맞아 잠시 집에 돌아온 한 대학생은 “채권단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받은 이후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친구들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반대표를 던졌다”면서 “그러나 유로존이 우리 생각을 듣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가난한 주가 있으면 도와주는데 유로존은 하나라고 강조하면서 가난한 국가를 그냥 놓아두려 한다”는 불만을 표출했다.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의 환호 분위기가 다시 냉엄한 현실에 다소 가라앉는 것 같다.
한편으론 10일째 계속된 은행 영업중단과 자본통제에 따른 불만에도 점점 지쳐가는 듯 현금 자동입출금기(ATM) 앞에 늘어선 사람들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릴 뿐이었다.
엘무의 상점들도 여름 세일에 들어가 손님들을 맞고 있지만, 가게들은 전체적으로 한산한 편이었다. 또 엘무에 텅 빈 상점들이 여럿 눈에 띄었고, 중심가 안쪽으로 들어가면 철문을 내렸거나 문을 열지 않은 상점들이 많았다. 수년째 지속된 경기침체를 보여주는 듯싶다.
아울러 밀가루나 쌀, 파스타 등이 텅 빈 진열대 사진과 함께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섰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 그리스 시민들 표정
은행을 믿지 못할 처지에 내몰린 그리스 시민들이 차라리 명품을 사들이며 재산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 보도했다.
국제채권단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예금 손실이나 드라크마화 도입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이 없을 것이라고는 보장할 수 없는 만큼 환금성 높은 명품을 사두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변호사 소피아 마르코울라키스(48)는 명품가방을 살지 고민 중이다. 그전 같으면 명품가방을 사치로만 여겨 사 본 적이 없지만 자칫 은행에 넣어둔 예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는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면서 “돈이 이제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크리스 다코(25)는 최고품질의 비싼 신발을 사기로 했다. 매일 현금으로 봉급을 받아 예금해온 그는 “내 돈을 가져가게 두느니 내가 쓰겠다”고 말했다.
이들 사례에서 보듯 그리스 시민이 돈이 많아 명품을 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리스 인구의 44%는 빈곤상태고 은행 영업이 중단된 이후로는 줄잡아 4만∼5만명이 직장을 잃거나 월급을 받지 못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상당수가 공과금을 내거나 생필품을 사지 못하는 형편이지만 그나마 있는 돈이 휴지조각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명품 구입이라는 고육지책까지 나오는 것이다.
아테네 부촌인 콜로나키 지역에는 롤렉스 등 명품시계와 보석을 팔러 나온 시민들도 있었다. 한 보석상 주인은 지난주에 골드바 등을 찾는 전화를 20∼30통 받았다고 전했다.
<연합>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