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푸른 하늘에 학이 날아간다. 흰 날개를 한껏 펼치고 두 다리를 길게 뻗은 채 솟구치는 학의 눈동자가 유난히 검다. 꽤 높은 하늘을 날고 있는 듯 학의 다리 아래로 버섯 모양이 구름이 뭉게 피어오른다. 호놀룰루미술관의 <청자상감 운학문 매병, Plum Blossom Vase (Maebyong) with Crane and Cloud Design>(116)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옥과 같은 청자를 만드는데 성공한 고려시대 장인들은 아름다운 비취색의 청자에 어울리는 문양을 입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흙으로 만들어 섭씨 1,200도 이상의 온도로 구워 완성하는 도자기는 표면을 장식할 수 있는 재료가 제한적이었다. 제작과정에서 거치는 높은 온도를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도자기의 표면 장식에는 날카로운 도구로 문양을 새겨 넣는 조각적 장식이나 고온에서 타지않는 금속성 안료 등으로 그림을 그려 넣는 회화적 장식 등이 사용된다. 음각, 양각, 투각 등의 조각적 장식은 입체적이고 정교한 새김을 느낌을 줄 수 있었지만 색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도자기의 회화적 장식은 안정적으로 발색을 내는 안료를 다양하게 구하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색의 농담 조절 등이 어려워 선명한 효과를 보기 힘든 경향을 보였다. 이에 고려청자 장인들은 조각적 새김기법에 색을 채워넣는 상감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상감기법은 흙으로 형태를 만든 도자기의 표면에 날카로운 도구로 문양을 새기고 그 새김 공간 속에 흰색 혹은 검은색의 흙을 채워 장식하는 기법이다. 조각칼 같은 도구로 정교하고 선명한 문양의 깊이를 만들어낸 후, 붓을 사용해서 묽은 슬립 상태의 흰색 혹은 검은색 흙을 채워넣기 때문에 문양의 외곽선이 분명한 조각적 장점과 색을 사용할 수 있는 회화적 장점을 동시에 지닌 기법이기도 하다. 고려청자의 상감기법은 12세기 부터 13세기에 걸쳐 크게 유행하였다. 비색(翡色)의 청자색이 완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교하고 섬세한 상감장식이 베풀어졌던 것이다. 이와 같은 상감 청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호놀룰루미술관의 <청자상감 운학문 매병>(116)을 꼽을 수 있다. 미술관을 설립했던 앤 라이스 쿡의 기증품으로 맑은 유색과 정교한 문양장식으로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전시품 중 하나이다. 이 유물의 상감장식은 둥근 매병의 형태를 만들어 적당히 마른 표면에 문양의 위치를 잡은 후 학의 머리와 몸통, 구름 등을 먼저 조각 하고 백색 슬립을 채워 넣은 후 슬립이 건조되고 나면 다시 학의 눈과 부리, 다리 등과 구름의 외곽선 등을 묘사 하고 흑색 슬립을 넣어 완성되었다. 흙이라는 재료에 대한 이해와 치밀한 기술력, 그리고 오랜 인내심을 필요로 했던 상감청자에서 일천년 전 장인의 예민한 손 끝이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이와 같은 작품에 주저 없이 명품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 이 유물은 2015년 8월 13일부터 11월 8일까지 개최하는 “화려함과 단아함: 호놀룰루미술관의 한국 도자Splendor and Serenity: Korean Ceramics from the Honolulu Museum of Art”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호놀룰루미술관 관람 정보>
Honolulu Museum of Art
900 South Beretania Street
808-532-8700
www.honolulumuseum.org
관람료
일반 10 달러
만 17세 미만 무료 입장
관람시간
화요일-토요일 10:00-16:00
일요일 13:00-17:00
* 매주 월요일 휴관
* 매주 화요일 10:00~12:00은 한국어 도슨트 투어 가능
* 무료 관람일 및 휴일 관람시간은 홈페이지 참고
<하와이 한인미술협회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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