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무기금수조치 50년 만에 해제… 호주·인도 등 적극 공략
▶ 미쓰비시·히타치·도시바 등 유명 기업들… 잠수함·수륙양용 항공기·첨단 부품들 생산
<요코하마> 모터사이클과 세탁기, 그리고 랩탑 컴퓨터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 대기업들이 새로운 글로벌 제품들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다. 군사용 무기들이다. 소음이 없는 공격용 잠수함과 수록양용 수색구조 비행기, 다가오는 적을 정확히 집어내는 함선 적재용 레이더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일본정부가 지난 50년간 지속해 온 무기 수출 금지가 해제되면서 미쓰비시, 히타치, 도시바 등은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할 준비가 됐노라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지난 5월 요코하마에서 열린 해양 안보 전시회는 일본에서 열린 최초의 군수산업 트레이드 쇼였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일본 무기제조업체들이 처음 선보인 자리이기도 했다. 주기적으로 이런 엑스포에 참석하는 호주 군 무기 조달책임자 믹 페어웨더 소장은 “그동안 일본 업체들을 본 적이 없다”며 “앞으로 이들을 점점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군사적 수출 금지조치를 지난해 해제했다. 이런 조치에 많은 일본인들이 반대했지만 아베는 뒤늦은 감이 있다며 강행했다. 일본과 가깝지만 항상 우호적이지는 않은 중국의 커지는 존재감도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아베는 이 결정을 통해 중국에 대한 우려를 일본과 공유하고 있는 이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과 인도는 일본 군사무기의 가장 큰 잠재적 고객들이다.
일본은 호주에 대해 미쓰비시 중공업과 가와사키 조선소가 제조한 소류 클래스 잠수함의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00억엔, 미화 4억1,000만달러짜리 이 잠수함은 적이 전혀 감지하지 못하도록 소리를 내지 않는 디젤-전기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적의 해안에 병력을 투입하는 수록양용 항공기도 개발 중이다. 이 제품은 궁극적으로 미 해병대가 사용하는 미국산 제품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일본인이 아니라면 일본 군수업체 이름을 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 내에서조차 이 업체들은 거의 노출이 안 돼 있다. 하지만 일본의 일부 대기업들은 그동안 사이드라인에서 탱크와 비행기 등 군사 제품들을 제조해 주로 일본 자위대에 납품해 왔다. 모모야마 가쿠인 대학의 마쓰무라 마사히로 교수는 “전쟁을 하지 않을 때 군수산업은 성장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산업총생산 가운데 군사부문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가 발표한 전 세계 100대 무기생산업체 가운데 일본 업체는 단 4개에 불과하다. 가장 큰 업체인 미쓰비시의 경우 전체 수입 가운데 무기로 벌어들이는 비중은 10% 미만이다. 생산량이 적어 생산가격이 높고 무기들에 실제 전쟁경험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도 장애가 되고 있다. 마쓰무라 교수는 “미국은 수많은 전쟁을 치른다. 그리고 무기들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며 일본은 전쟁 경험이 없어 피드백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2차 대전 이후에 전쟁에 병력을 투입해 본 적이 없다. 일본은 현재 미국 같은 우방을 지키기 위해 군대를 파병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법률을 추진하고 있다. 자국산 무기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구매자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해준다. 예를 들어 크레딧 보증을 통해 개발도상국들이 일본산 무기들을 좀 더 용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지난 달 일본은 필리핀, 그리고 말레이시아와 무기교역 관련 협상을 시작했다.
인도는 이미 대형 해상용 비행기인 US-2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비행기는 덤프트럭과 공항에서 사용하는 승객용 보딩브릿지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신마이와 중공업이 일본 해군을 위해 만든 것이다. 인도 군은 이 비행기가 본토에서 수백마일 떨어진 인도양의 안다만과 니코바 열도 순찰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유착관계인 거대 업체들이 지배하는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본 입장에서 박 터지게 경쟁하는 것보다는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으로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들은 이미지 센서들과 카본 파이버 항공기 부품들처럼 민간수요를 겨냥해 만들어진 제품들이라는 것이다. 모리모토 사토시 전 방위상은 “우리는 일부 뛰어난 부품들과 서브시스템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전투기 같은 완제품들을 우리의 독자적 힘만으로 개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은 이미 상당한 하이텍 무기 부품들을 미국 업체들에 팔고 있다.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에 시용되는 미사일 추적 센서들 같은 제품들이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일부 금수 예외조치에 따른 것이다. 새로운 무기들은 여러 나라들이 공동 개발하는 추세여서 금수해제는 일본 군수업체들에 더욱 많은 기회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민간 항공기 시장에서는 이미 대단히 주요한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이들은 보잉사의 787 드림라이너 부품들을 만들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록히드 마틴이 제조하는 F-35 전투기 부품들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신형 전투기들을 구매하고 있으며 미쓰비시 같은 경우 미국 디자인들을 다뤄온 수십년의 경험이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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