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도 모든 걸 바치고 나면 후회가 없듯
▶ 다시 해도 이번처럼 열심히 할 수 없을 것 같다
[인터뷰 - `사랑하는 은동아’ 김사랑]
2010년 평균 시청률 35%를 넘기며 인기를 끌었던 SBSTV 드라마 ‘시크릿 가든’ 이후 최근 종영한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극본 백미경·연출 이태곤)로 복귀하기까지.
공백기 4년 동안 탤런트 김사랑(37)은 “배우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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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시크릿 가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광고 몇 개 찍고, 해외로 화보 촬영을 다녀오니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흘렀다. 예쁜 얼굴과 몸매 덕에 지금까지와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는 있었지만 “같은 건 그만 하고" 싶었다. 결정적으로 김사랑은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에 지쳐 있었다.
“피곤하고, 지치고, 왜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상태였어요. 배우로서 뭔가 특별히 하고싶지도 않고, 어떤 캐릭터를 내가 꼭 해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요. 대중의 사랑을 받고 또 찾아주셔야 할 수 있는 게 이 직업이잖아요. 오래 쉬다보니까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차에 ‘사랑하는 은동아’의 ‘지은동’을 만났다. 기억상실증에 걸려 과거를 모두 잊었지만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첫사랑 `지은호’(주진모)를 만나 기억을 찾아 가는 인물이었다.
“있을 수 없는 판타지 같은 순수한 사랑이 주제잖아요. 제가 ‘첨밀밀’ ‘원데이’ ‘노트북’같은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그 영화들이 떠올랐어요. 드라마 제목도 촌스럽고 소설 제목 같아서 좋았고요. 뭔가 나한테 용기를 주고 힘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에 하게 됐죠."
김사랑은 `지은동’으로 기존에 자신이 선보였던 화려하고 섹시한 이미지와는 정 반대의 인물을 연기했다. 전작 ‘시크릿가든’에서 비싼 옷과 화려한 액세서리, 힘 준 머리 스타일과 화장으로 치장했던 것과는 달리 기본만 한 화장과 최대한 몸매를 가리는 수수한 옷을 입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신 때문에 하반신 불수가 됐다고 하는 남편 ‘최재호’(김태훈)와 정신 차려 보니 낳은 아들 `라일’(박현수)을 대필 작가 일을 하면서 챙기는 아내이자 엄마 ‘지은동’을 연기하는 것은 김사랑에게 외적인 변화보다 더 큰 도전이었다.
패셔니스타, 스타일 아이콘,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계 대표 핫바디 등의 수식어로 표현되던 김사랑은 ‘사랑하는 은동아’에서 기억을 잃은 사람의 혼란스러움과 절절한 멜로 연기, 10살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까지 표현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마지막 회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기억이 30%, 50%, 80% 돌아왔을 때는 각각 어떤 감정일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되지. 놓치고 가는 감정이 없었으면 해서 1화부터 대본을 다시읽는 걸 반복했고, 10대 은동이(이자인)의 눈빛과 말투를 계속 떠올렸어요. 혹시 화면에 제가 보이지 않더라도 그 감정은 잡고 가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신경을 쓰니까 살이 쭉쭉 빠지더라고요."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김사랑은 다시 해도 이번처럼 열심히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연애도 모든 걸 바치고 나면 끝이 좋지 않더라도 후회가 없듯, 그에게 ‘사랑하는 은동아’는 그런 작품이다. "막 홀가분하지는 않지만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데 힘들지는 않고 그냥 최선을 다 한 느낌이에요."
잠깐 그만두려고까지 생각했던 `배우’라는 직업을 다시 할 수 있게 해 준 작품이기도 하다. 김사랑은 앞서 ‘사랑하는 은동아’ 제작발표회에서 “이 드라마가 끝나고도 배우를 계속 하고 싶은 열정이 남아 있다면,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작품이 끝난 뒤 “또 다른 작품에 몰입해서 빨리 하고 싶다"는 욕심이 처음으로 생겼다.
“많은 분들에게 계속 연기를 해도 된다고 허락을 받은 느낌이에요. 캐릭터로 사랑받는 기분을 처음 알게 됐고, 제가 열심히하니까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이런 열정이 있을 때, 공백기 없이 또 찾아뵙고 싶어요."
<조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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