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장·골프연습장 만들고 사무실 업그레이드로 기 살려
▶ 우수 인재 몰리고 이직 줄어… 일부 “경영철학 모방이 더 중요”
알테라 LLC의 사무실 건물 안에는 NCAA(미대학스포츠협회) 정규 규격을 갖춘 번듯한 농구장이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다. 화면 속에 펼쳐진 드넓은 그린을 향해 호쾌한 샷을 날릴 수 있는 골프시뮬레이터 트루골프(TruGolf)는 물론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에 주파수가 맞춰진 90인치짜리초대형 TV도 설치되어 있다. 게다가 한 달에 한 번씩 푸드트럭이 사내로 들어와 직원들에게 무료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사무실마다 생수 병물이 가득 찬 냉장고가 설치돼 스태프의 갈증을 풀어준다.
알테라는 소프트웨어, 컴퓨터 칩, 혹은 무인 운전차량 등을 만드는 실리콘밸리의 우량기업이 아니다.
유타주 프로보에 위치한 알테라는 해충구제 서비스사다. 그러나 이곳의 매니저들은 자사 종업원들을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수재들 못지않게 대우한다.
알테라의 세일즈 매니저인 가렛 스웬슨(30)은 “우리를 해충구제 업계의 구글이라 부르는 것은 적절한 비유라 생각한다”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페스트-컨트롤 서비스사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 - -
최근 들어 회사를 빠른 성장궤도에 올려놓으려는 기업주들이 경쟁적으로 실리콘밸리의 공룡업체인 구글과 페이스북 ‘따라 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보험사, 전력공급 업체, 자동차론 대출사 등 실리콘밸리와는 관계가 없는 일반 기업들이 사무실을 업그레이드하고 무료 음식과 유급 휴가를 제공하는 등 ‘종업원 섬기기’에 열을 올린다.
대부분 ‘험한 업종’에 속한 회사들의 ‘종업원 기 살리기’ 노력은 신규인력 확보를 원활하게 하고 기존 인력 이탈을 막아주는 한편 유능한 인재를 가급적 오래 잡아두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인력관리 소사이어티의 2013년도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폐기물 관리업체의 11% 이상이 종업원들에게 무료 간식과 음료를, 보험사의 16%가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테라의 최고경영자 데이빗 로이스는 자포스닷컴(Zappos.com) CEO인 토니 셰이의 글을 읽은 뒤 종업원들의 행복감에 초점을 맞추는 경영방침을 채택하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셰이는 그의 책에서 “기업의 성공을 이끄는 동력은 직원들의 행복감”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로이스는 그 이후 실리콘밸리 테크놀러지 업체들의 사무실 사진을 온라인으로 살펴가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현재 알테라는 연간 수익 가운데 10% 이상을 직원들을 위한 무료 음식 제공과 편의시설 개선에 투자한다.
그는 “돈이 조금 들긴 했지만 확실한 투자효과를 얻었다”고 만족해 한다. 타 경쟁사에서 맞아들인 직원들은 첫 해 평균 70%의 판매실적 신장을 일궈냈다. 최소 1년을 기준한 종업원 유치율은 96%를 기록했다. 인력 이탈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입소문이 번지면서 ‘구글 따라 하기’는 여기저기서 급물살을 이루기 시작했다.
작업장 디자이너인 ‘스튜디오 O+A’의 프리모 오필라는 최근 들어 여러 업종의 기업들로부터 “눈이 번쩍 뜨이는” 작업공간을 설계해달라는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고 밝혔다.
옐프와 우버 테크롤러지사의 사무실을 디자인한 오필라는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과 유사한 수준의 편의시설을 갖추어달라는 주문이 많다”며 “아이러니컬한 점은 과도한 직원 복지시설에 염증을 느끼는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애써 설치한 락-클라이밍 벽을 사용하는 종업원이 단 한 명도 없다면 짜증이 돋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무실 집기 판매상인 ‘웍웰파트너스’의 창업주 겸 사장인 스캇 레시자도 자신의 고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무실을 구글과 같이 꾸며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야심은 구제적인 경비가 제시되는 것과 동시에 바람이 빠지기 일쑤다.
한 예로 어떤 고객은 구글의 맨해턴 사무실에 있는 ‘가짜 책장’을 설치해 줄 것을 원했다.
겉으로 보기엔 책장인데 버튼을 누르면 그 안쪽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드러난다. 그러나 집기에만 4만달러어치라는 말에 고객은 두 손을 들었다.
구글의 인력관리 책임자인 라스즈로 보크는 이런 현상과 관련 “일부 기업들이 뭔가 잘못 생각하고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을 움직이는 힘의 근원은 빈백 의자라든지, 사내 배구장이나 체육관 시설 따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제 아무리 훌륭한 시설을 갖추었더라도 투명성과 뚜렷한 목적 의식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지적이다.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경영관리학 교수인 에릭 아브라함슨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리더들은 제너럴 일렉트릭스의 잭 웰치라든지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거인들의 경영방식을 모방하려 든다. 그러나 이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핑퐁 테이블이나 무료 식사에만 눈길을 줄 뿐 그 바탕에 깔린 철학을 보지 못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구글 따라 하기에 나선 기업주들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한다. 수입이 올랐고 직원 채용경비가 감소했으며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일치된 주장이다.
펜실베니아주 체스터 소재 ‘파워 홈 리모델링 그룹’의 애셔 라파엘은 지난 2003년 처음 입사했을 당시 회사 사무실에는 칸막이 공간인 큐비클도 별로 없었고 자판기라곤 딱 한 대가 있었을 뿐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다르다. 종업원들의 편의를 위해 매년 400만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결과다. 이 예산으로 1,550명의 전 직원은 매년 칸쿤 휴양지로 단체여행을 떠난다. 사무실에는 나무로 덮인 ‘살아 있는 벽’이 설치됐다.
변화는 여러 형태로 찾아왔다. 우선 자질이 우수한 입사 지원자들의 수가 늘어났다. 직원 유치율은 지난 3년간 43%가 개선됐다.
작업환경 개선과 편의시설 확충작업이 시작되기 전인 2012년 이 회사는 입사지원자의 29%에게 일자리를 제안했지만 지금은 14%만이 취업 제안을 받는다. 입사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뜻이다. 물론 일자리 오퍼를 받아들이는 지원자들의 비율도 훨씬 높아졌다.
개혁에 시동을 걸었던 라파엘은 “직장의 작업환경이 너무 좋아 직원들이 퇴근하기를 꺼려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였다”며 “이건 그냥 우연히 생긴 현상이 아니다”고 환호했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다국적 보험사 자딘로이드 톰슨 그룹 PLC가 처음 본토 덴번에 차린 사무실은 “직장생활은 대학생활의 연장”이라는 컨셉에 바탕해 꾸며졌다.
이에 따라 일광욕을 위한 이루프 데크, 바비큐 파티를 벌일 수 있는 그릴과 생맥주 디스펜서인 케지레이터 등이 설치됐다. 이 정도면 사무실인지 휴식 전용공간인지 헷갈릴 법도 하다.
놀이시설이 완비된 탓인지 직원들은 주말에도 회사 수영장에서 생맥주를 마시고 바비큐를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자유롭고 특이하다”는 요란한 입소문 덕분에 지난해 스태프들을 채용하기 시작한 이래 외부 리크루터(인력모집 대행사)들의 도움에 의지할 필요가 없었다.
이처럼 많은 회사들이 구글 따라 하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구글을 넘어선 회사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 내 일하기 좋은 최고의 100대 직장 명단에 오른 미주리주 캔사스시티 소재 ‘번스 & 맥도넬’의 최고경영자 그레그 그레이브스는 최근 기획실 직원들에게 “작업환경 1위의 회사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우리가 그들을 제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부동의 1위는 낮잠방과 무료 급식, 펫 케어까지 제공하는 구글”이라는 보고서를 본 후 목표를 수정했다. 구글은 ‘신도 입사를 원하는 직장’이라는 불경한 우스갯소리가 나올법도 하다.
<김영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