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귀중품 집안 보관 늘면서 주택침입 기승… 노상강도도 증가
▶ 경찰, 은행 ATM 주변 순찰 강화
<아테네> 몇 주 전 어느 날 저녁, 아테네 교외 부유한 지역인 키피아에 거주하는 한 은퇴 재정 상담가는 부인과 함께 여름 밤 영화관람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그들은 셔터를 확실히 단속하고 알람을 작동시켰다. 영화를 반 쯤 보고 있을 때 알람 회사가 전화를 해 왔다. 집으로 급히 돌아와 보니 알람은 물에 젖어 있었으며 셔터는 뜯기고 보석들이 들어있던 금고는 텅 비어 있었다. 범인들의 범행 수법과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고 부인은 말했다. 그녀는 “경찰이 오기까지 10분 정도 시간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베개 주머니에 모든 걸 쓸어 담은 후 도주했다”고 밝혔다.
요즘 아테네의 거의 모든 저녁 모임들의 대화 주제는 금융위기 속에 기승을 부리는 주택침입과 절도, 강도 등에 관한 것들이다. 위기로 은행들이 폐쇄되고 현금 인출이 제한되기 이전부터 이런 범죄들은 증가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6월 말 자본규제 조치가 내려지기 전 수주일 동안 수십억 유로의 돈이 그리스 은행시스템을 빠져 나갔다. 그리스인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유로가 자동적으로 새로운 통화로 전환되고 그걸 경우 가치가 폭락할 것을 우려했다. 아니면 금융위기 속에 은행들이 스트레스에 빠질 경우 구좌 약수가 ‘삭감’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꼈다.
부자들은 그들의 돈을 스위스나 룩셈부르그, 혹은 세이프 디파짓 박스로 옮긴 반면 중산층들은 현금과 귀중품들을 매트리스 밑에 숨겨 놓느라 정신없었다. 최근 발표된 그리스 범죄 통계는 이것이 초래하고 있는 어두운 결과를 암시해 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중범죄는 감소 혹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절도와 강도는 상반기 중 증가세를 기록했다. 숨겨진 귀중품들이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증가세는 그리 크지 않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빈곤 및 실업 증가가 영향을 미쳤으리란 것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현금 의존도가 최근 커지면서 이것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 범죄보고서에서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과 수퍼마켓, 주유소 등을 타깃으로 한 범죄는 줄어든 반면 주택과 상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늘어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유명한 은행 강도 윌리 서튼이 말했듯 ‘나쁜 놈들은 돈이 있는 곳으로 가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테네 경찰 대변인은 “많은 사람들이 집에 돈을 숨기고 있다. 범죄자들에게는 위험한 은행 같은 곳의 범죄는 줄어들고 노상 행인들과 주택 같은 소프트 타깃들을 노리는 범죄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절도범들은 대개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조직범죄 소속원들이라고 아테네 법률협회 법률구조팀의 메리 만토우발로우 변호사는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물건을 훔치러 수퍼마켓으로 간다. 우리는 좀 더 심각한 범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간혹 이 범죄들은 폭력적이며 범죄자들은 필요하다면 이것을 불사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은행에서 돈을 찾아 나오는 노인들을 노려 온 갱들이 지난 7월 체포됐으며 교외 부유지역에서 13차례나 주택침입 절도를 저지른 젊은이가 체포되기도 했다. 절도범들이 돈과 귀중품이 있는 벽장 속 금고를 바로 뒤지면서 그리스인들은 물품 보관용 헛간 같은 새로운 은닉 장소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범죄자들은 항상 한 발 앞서가기 때문에 이들은 집안에 들어가지도 않고 헛간부터 뒤진다고 만토우발로우는 말했다.
전반적으로 범죄예방 경각심은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줄서 있는 은행 자동인출기 근처에서는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더 많이 목격된다. 특히 연금 의존자들이 많이 찾는 은행에서는 더욱 그렇다. 많은 아파트 문들은 금고에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새로운 중금속 잠금장치들이 설치되고 있다. 집 정문 위에는 레이저 와이어들이 설치되고 아테네 시민들은 거리에서 치기배들을 조심하고, 야간에는 발코니 창문을 꼭 닫으라고 서로 당부하고 상기시킨다.
반 이민 네오 파시스트 극우정당인 ‘황금의 새벽’(Golden Dawn)은 범죄 문제를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노인들은 은행까지 에스코트 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지지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올해 아테네가 전반적으로 안전하지만 여행객들은 도심 지역과 버스, 지하철 안에서 소매치기와 날치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스 위기 초기 단계였던 지난 2010년 노상강도와 살인이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아테네지역에서 6,600건의 주택침입 절도가 발생,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10건에 비해 6.2% 증가율을 보였다. 강도 사건은 13.6% 늘었으며 상점 절도 역시 20.8%가 증가했다. 해변과 공원 등에서의 좀도둑은 38%나 급증했으며 모빌 폰 강도 또한 급격히 늘어났다.
그리스 은행들이 부분적인 거래를 재개하기 바로 전날인 지난 7월19일 그리스 은행협회장은 그리스인들에게 은행을 다시 찾아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내일부터 은행들이 다시 문을 열고 정상화가 시작된다. 모두가 그리스 경제를 돕자”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안전하지 못한 서랍과 집에서 돈을 꺼내 은행에 다시 예금한다면 그것은 경제의 자금 유동성을 높여준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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