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케이톤스빌의 한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 할머니가 오전 2시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우연히 이웃 주민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태이다. 94세인 이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이 아파트 4층에 거주하는 할머니는 혼자 한밤중에 방을 나와 복도를 헤매고 다니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것으로 짐작된다.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사고 현장 바닥에 피가 흥건하자 폭행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 새벽에 주변 거주자들을 깨워 조사를 벌이는 소동도 빚어졌다.
한인사회도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으나 사회적 고민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앞의 사례에서도 다친 할머니의 딸이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으나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온전히 돌보기는 어려웠다. 치매 환자는 배회나 이탈 등의 위험성이 높다. 지역 경찰에는 한인노인들의 실종이나 사고 신고가 가끔 접수된다.
이들은 대부분 발견됐지만 일부는 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
빌리지 옥스 아파트의 현규환 한인노인회장은 “치매 노인들이 아파트 안팎을 배회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며 “이들이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수가 많아 문제”라고 우려했다.
하워드 한인 시니어 센터의 오광동 회장은 “치매에 걸리더라도 쉬쉬하며 숨기고 노인 아파트에 계속 거주하다 수도를 밤새도록 틀어놓아 아래층으로 물이 새거나,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놓고 돌아다닌다거나, 자신의 방을 찾지 못해 헤매다 치매 환자임이 드러나 아파트에서 나가게 되는 사례들을 본다”고 전했다.
오 회장은 가정에서 돌보기 힘든 치매 노인은 너싱홈 같은 전문기관에 보내는 것이 좋으나, 메디케이드가 없을 경우 비싼 비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만 65세가 되면 누구든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있으며 86세가 되면 그 위험성은 50%에 육박한다고 한다. 즉 2명 중 1명은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의 경우 치료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콜럼비아 소재 아리랑 노인복지센터의 최영재 대표는 “증세가 가벼운 노인들은 노인복지센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과 친교를 나누며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도 치매 걱정이 태산이다. 치매는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기에 치매가 암보다 더 무섭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메릴랜드대간호대의 송수 교수는 “한인들은 치매에 걸린 부모를 장기요양원으로 보내는 것이 불효라는 인식이 많으나, 집에서는 제대로 모실 형편이 못돼 가정이 파괴되는 수도 있다”며 “심지어 치매 부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집에 가둬 놓아 병세가 악화, 노인 학대라는 판정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장기 재활 양로원은 의사나 간호사가 상주하는 전문기관이기 때문에 안전하고, 노인들을 다방면으로 잘 돌본다”며 “오히려 요양원에 보내드리는 것이 부모에게 더 낫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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