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려<지국장>
최근들어 손자 손녀들까지 합해서 3대가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세 자녀를 둔 어느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녀들 각 가정마다 두 명씩의 손자 손녀들까지 해서 총 14명이 여름 방학을 이용해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말을 잘 이해 못하는 자녀와 손주들을 위해 외국인을 위한 가이드 여행으로 여러 명승지를 구경했고, 따로 밴을 빌려 서울, 대구, 광주 등 지방으로 친척들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아직 손자 손녀가 어린 어느 가정에서는 작은 아이가 유치원만 들어가면 다 같이 한국에 가겠다는 계획을 세운다고 했다. 3,40년 오랜 이민 생활 후에 이곳에서 나름대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자손들과 함께 조상의 나라를 다녀온다는 것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곳에서 태어난 2세, 3세 들이 한국을 다녀오는 것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 좋은 경험이다.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한국엘 가면 아이들 측에서는 한국에 가서 부모가 직접 양가 쪽 친척들과 만나는 광경을 대하며 자신들이 동떨어진 존재가 아님을 더욱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친척들의 환대를 받으며 아마도 자신들이 이렇게 중요한 존재이라는 것을 더 실감했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아이덴티티에 갈등을 겪어왔을 이민 2세들에게 현실적으로 자신의 실제를 실감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왠지 모르게 어딜가나 영어가 짧아 자신이 없고 어정쩡한 태도로 살아왔던 자신들이 한국에서는 얼마나 말도 잘하고 아는 사람도 많은지를 그리고 어디엘 가도 얼마나 당당한 모습인지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되어준다.
얼마 전 내 가족도 이 비슷하게 한국을 다녀왔었다. 아직 내 아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우리가 언제 또 오붓하게 이런 여행을 하겠냐.’면서 여행을 계획했던 것이다. 이민 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부모와 자식 양쪽 입장에서 정말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 졸업 후부터는 왠지 부모자식 간의 대화도 줄어 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가족 한국 나들이를 한 이후로는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의 폭도 늘어났다. 한창 아이들을 키우며 치열하게 살 때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인 것이다.
요즘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우리 이민자들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라이프를 살 수 있음을 느낀다. 한국이 이제는 머나먼 고향만은 아닌 것이다. 물론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 한국이 우리가 떠나왔을 때랑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겉모습이다. 한국 구석구석에 내가 알던 한국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흥분하며 정치이야기를 하는 택시 운전수들과 몇 마디를 하면서 아직도 내가 살던 그 때의 한국인의 정서가 남아 있음을 본다. 또한 대부분 한국인들이 외국 여행을 많이 해서인지 대화의 간격도 별로 없다.
내 아이들이 각각 자기들의 가정을 꾸민 후에 다시 한 번 자손들을 거느리고 한국 나들이를 해볼 계획을 미리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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