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점도 모르게 통보 폐쇄이유 설명 없어… 일부 고객“배신감”
▶ 민원 제기·소송 검토… 권력 암투 루머까지
【이슈점검 - BBCN의 계좌 폐쇄 파문】
▲일리노이 등서도 폐쇄 통보
이번 계좌 폐쇄의 규모는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BBCN의 시카고 지역 사정에 정통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리노이의 9개 BBCN 지점 중 가장 많은 곳은 40여개의 계좌 폐쇄가 결정됐다”며 “지점별로 40여개를 최대로 일리노이에서만 200여개의 계좌가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BCN의 지점이 캘리포니아에만 29개, 전국적으로 50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폐쇄 계좌 규모는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지점별로 평균 체킹 어카운트 숫자만 1,500~2,000개인 점에 비추면 2%를 넘지 않는 정도”라며 “은행 전체적으로 수백, 수천개의 계좌라고 해도 감독당국의 제재에 따른 폐쇄라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과감하게 닫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BBCN 지점들은 후속 조치 탓에 분주한 분위기다. 무엇보다 영업일선을 뛰고 있는 지점장들이 본점 차원의 계좌 폐쇄 통지서가 나간 사실을 미리 통보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BBCN 지점의 한 관계자는 “본점에서 폐쇄 통지서를 발송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발품 팔아가며 모셔온 고객들이 항의하는데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상 위험 징후가 있는 계좌가 감지되면 본점의 오퍼레이션이나 컴플라이언스 부서에서 지점장에게 확인을 통보하는 게 계좌 폐쇄 이전의 정상적인 절차다.
지점장이 누구보다 고객 사정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확인을 하도록 하고 폐쇄를 하더라도 지점장이 고객에게 통지해 2~3개월의 여유를 두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은 예외였다.
통보를 받은 개인계좌의 경우, 이달 말로 폐쇄 시점이 다가오면서 당사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동 페이먼트나 이체와 연계된 계좌의 주인들은 자료와 연락처를 찾아 새로운 계좌를 알리느라 소동을 빚고 있다.
특히 연방 웰페어 수급자인 고령층들은 더한 수고를 겪고 있다. 도와줄 자녀라도 있으면 모를까 금융은 물론, 언어와 거동조차 불편한 노인들이 은행 지점 문 앞을 전전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크레딧 문제나 수입수준 등이 걸리면 사실상 본인 명의의 신규계좌 개설이 어려운 사정이다.
▲고객들 민원제기에 소송검토
억울하게 계좌를 잃었다는 고객들은 관계기관 민원제기로 대응에 나섰다. 실제 금융회사 고객이 불편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연방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캘리포니아주 금융국(DBO)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비즈니스 계좌를 뺏겼다고 주장하는 한인 최 모 씨는 “백날 전화해 봤자 설명도 못 듣는데 차라리 BBCN에 서한을 보내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며 “은행은 고객의 서한에 서한으로 회신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증거로 민원, 소송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권익단체의 관계자도 “연방금융보안법(BSA)과 관련된 이슈만 아니라면 당사자인 고객은 민원 제기를 통해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며 “FRB 등 관계기관들은 접수된 민원을 금융회사에 전달하고 정해진 시일 내 본인들에게 회신토록 한 뒤 이를 받아 민원인에게 회신해 준다”고 말했다.
좀 더 강력하게 소송 가능성을 타진중인 경우도 전해지고 있다. 은행에 일방적인 계좌 폐쇄 권한이 있기 때문에 소송이 성립되지 않을 것 같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수년전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캘리포니아에서 연방 웰페어 수급자인 고령의 고객에게 중복된 계좌 번호를 잘못 줘 2년간 손해를 끼친 케이스가 있었다”며 “은행 차원에서는 실수였겠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사회적 약자’를 농락한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결국 은행이 수백만 달러를 배상한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 “박수 쳐준 은행인데…” 한인사회 실망감 어쩌나
은행 외부는 물론, 내부까지도 벌집 쑤신 듯 어수선하지만 BBCN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BBCN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입장발표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반복했다.
한 은퇴 고객은 “주변 친구 중에도 3명이 구좌를 닫으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한창 일하고 사업 잘 될 때는 지점장이 찾아와 인사하고 연락도 하더니 사냥 끝났다고 사냥개 잡아먹듯 이렇게 팽(烹)을 할 수가 있냐”고 말했다.
경쟁 관계지만 다른 한인은행들도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우리 은행의 일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 있어서 모골이 송연해진다”며 “다만 선의의 경쟁을 하며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해야 할 맏형 격인 은행에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인은행으로서 역할과 권한 행사 사이에서 갈피를 잃은 듯 했던 BBCN의 이번 일방적 계좌 폐쇄 사태에 대해 경영 목적의 달성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류정일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