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아이디어 얻기 위해 5년 마다 4,500명 설문조사… 고객 의견 수렴·청취 노력
▶ 옷장·책상 크기 줄이고 카펫·서랍장 사라져… 세면대와 분리된 욕실도

미국 호텔들은 고객의 마음에 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객을 연구한다. 정기적인 고객 의견 수렴, 경쟁 호텔 골수 고객들의 의견 청취, 심지어 최종 의사 결정 단계 직전까지도 고객들에게서 해답을 찾는 태도 덕분에 지금 우리가 즐기는 근사하고 효율적인 호텔 룸의 디자인이 탄생한 것이다.
[매리엇 인터내셔널의 호텔 객실 변화]
호텔 객실은 진화하고 있다. 카펫은 사라지고 책상과 옷장은 좁아졌으며 욕실도 변신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변화들이 일어날까.
경제 전문지 월스트릿저널(WSJ)은 최근 매리엇의 19개 브랜드 호텔 객실 디자인을 결정하는 매리엇 인터내셔널의 ‘이노베이션 랩’(Innovation Labs)을 심층취재했다.
매리엇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5년 마다 여행자 4,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노베이션 랩에 신규 객실을 디자인하고 자사 또는 타사의 충성 고객들을 초청해 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이 방에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설치돼 있어 연구자들이 분석할 수 있다.
매리엇의 티나 에드먼슨 책임자는 “여행자들은 호텔 객실에서 소음, 조명, 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옆방에서 나는 소음을 싫어하고 화장을할 때는 적당한 조명이 있길 바란다. 그리고 물은 수압이 충분하고 충분히 뜨거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필수 조건은 빠른 와이파이와 기기들을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다.
매리엇은 콘센트와 USB 포트가 10개 정도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일반적인 여행자는 다섯 종류의 기기를 들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와이파이 광이다. 마케팅 리서치 회사 MMGY 글로벌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밀레니얼 여행자들의 약 69%는 객실내에서 여러 개의 기기로 와이파이를쓸 수 있는지가 호텔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또 이들 젊은 여행객들은 여행 가방을 거의 풀지 않으며 책상에서 만큼 침대에서 일할 때도 많다.
실제 호텔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매리엇은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여행자들이 가방을 의자 위에 던져 놓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여행자들이 여행 가방을 침대, 의자 혹은 책상 위에 놓았고 옷장으로 가서 여행가방 선반을 꺼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발견으로 리노베이션이 한창인 르네상스 뉴욕 타임스퀘어의 새로운 객실 디자인은 변경됐다. 이 호텔의 객실에는 문 옆에 벤치가 놓여 있어 방에 도착해 짐을 푸는 행동이 좀 더 자연스러워 졌다.
또 1~2박만 머무는 출장 여행자들이 많은 호텔은 옷장 크기와 옷걸이의 수를 줄이고 있다. 르네상스 타임스퀘어객실의 옷장 너비는 18인치이고 그 안에는 옷걸이 4~6개가 걸려 있을 뿐이다.
수십 년간 매리엇이 고수해온 10개 옷걸이 개수를 과감하게 줄였다.
책상도 축소되고 있다. 매리엇은 지난 3년 간 객실 내 책상 크기를 약 8스퀘어피트에서 6스퀘어피트로 25% 정도 줄였다.
카펫과 서랍장은 사라지고 있다. 서랍장은 텔레비전이 거대한 브라운관 형태의 상자였을 때 TV를 올려놓기 위한 필수품이었고 여행자들은 옷을 집어넣기 위해 서랍이 필요했다. 하지만 평면 TV가 등장하고 여행자들이 옷을 여행 가방에 넣어둔 채 생활함에 따라 크고 비싼 서랍장은 더 이상 필수 요소가 아니게 됐다.
매리엇은 객실에서 카펫도 없앴다.
“호텔의 카펫은 깨끗하지 않아”라는 손님들의 인식에 따라 매리엇은 상당수의 브랜드에서 단단하게 포장된 바닥을 채택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목재와 비슷하게 생긴 사실은 비닐일 뿐이다.
그러나 카펫을 없애면서 소음 문제가 발생했다. 매리엇은 객실의 벽과 바닥, 천장의 방음 장치를 강화해야 했다. 가끔 평면 TV를 벌집처럼 생긴 방음 소재를 덧댄 목재 프레임 안에 설치하기도한다.
매리엇은 일부 호텔에서 분리된 욕실컨셉을 도입하고 있다. 변기와 샤워 부스는 욕실 안에 있지만 세면대는 불투명 유리 칸막이로 구분돼 객실의 나머지 부분에 개방돼 있는 방식이다.
즉, 파트너가 욕실을 쓰고 있어도 나는 화장을 하거나 간단한 세면 등을 할 수 있다. 객실에 개방된 바닥 부분의 방수를 위해 매리엇은 6개 회사 제품을 테스트한 뒤 한 회사를 선택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했다.
여기에 최근 르네상스의 모델 객실을 방문한 토니 스토클 매리엇 부사장은 세면대 조명이 새어 나가지 않게 칸막이의 불투명 정도를 높여 ‘한 사람이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잠을 깨지 않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객실이 다 만들어졌어도 변경은 언제든 가능하다. 매리엇은 호텔 계산서에 끼워져 있거나 숙박 후 이메일로 발송되는 고객 만족 설문조사를 훑어본다.
에드먼슨은 고객의 고작 1%만이 이 설문조사에 참여하지만 여기에서 문제가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한 호텔의 고객들은 욕실조명이 좋지 않다는 불평을 했다. 매리엇은 즉각 연구에 돌입해 매뉴얼을 새롭게 만들어 냈다. ‘욕실 벽의 조명은 고객이 그림자 없이 화장을 할 수 있도록 거울에서 15㎝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이는 기존 5~7㎝였던 조명과 거울사이의 거리를 재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호텔의 판단이 옳다고 간과하기 쉬운 부분도 고객들의 의중을 물어 오류를 방지한 적도 있다. 매리엇은 한때 빈 냉장고를 커피 머신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최종적으로 30명으로 구성된 리서치 팀이 3곳의 호텔을 찾아가 고객들에게 냉장고인지, 커피 머신인지 선택하라는 미션을 수행했다.
고객들은 대체로 비어 있는 냉장고가 아침에 질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좋은 점이 무엇일지를 생각했고 조사에 답한 고객 약 1,000명 중 69%가 냉장고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 측 조차도 손님들이 냉장고를 사용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커피 머신으로 대체하려던 계획은 백지화됐다.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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