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근로자의 약 4.6% 남성 670만명 자발 선택
▶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직장 내 찬밥신세 전락

파트타임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감봉, 장기적으로는 승진상의 불이익을 감당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직장에서의 미래를 포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발적 파트타이머들 중 남성의 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파트타임 남성이 직면하는 문제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웬만해선 데이케어센터에 맡긴 아이들을 제시간에 픽업하기 힘들다. 상사의 눈치를 보아가며 정시에 ‘칼퇴근’을 해도 시간을 맞추기에 빠듯하다.
유리제조업체 코닝에 근무하는 스티브 굿과 캐슬린 부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은 두 딸의 픽업 시간을 두 번이나 놓친 후 아이들을 돌볼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둘 중 누군가 근무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참을 옥신각신한 끝에 결국 남편인 스티브가 25% 감봉을 조건으로 주당 근무시간을 30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스티브처럼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직장일을 줄이는 전문직 남성 근로자는 사실 그리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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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약 4.6%에 해당하는 670만 명의 남성이 자발적으로 파트타임직을 택했다.
또한 전문직 종사자거나 매니저급 커리어를 가진 전체 남성 근로자 2,700여만명 가운데 파트타이머가 차지하는 비율은 6.5%로 지난 2007년 이후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직장 내 여성의 비중이 늘어나고, 남편의 가사분담률이 높아지는 추세지만 아빠들이 자녀들 돌보기 위해 자진해서 비정규직으로 도는 것은 아직은 드문 일에 속한다.
파트타임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감봉, 장기적으로는 승진상의 불이익을 감당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직장에서의 미래를 포기해야 한다.
게다가 근로시간은 남성의 자존심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의 조직행동학 교수인 제니퍼 베르달은 “직장 남성은 장기 휴가를 가거나 비전통적인 근무시간을 선택할 때 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주변사람들에게 책임감이 결여되었다거나 능력부족이라는 인상을 줄까봐 스스로 경계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파트타임 근무를 선택한 남성은 자신이 내린 선택에 관해 끝없이 변명하려든다. 커리어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스티브 굿(52)은 파트타임 근무를 시작한 후 10년 가까이 동료들로부터 ‘집토끼’라는 놀림을 받았다. 그의 부친도 “나 같으면 그런 멍청한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들을 볼 때마다 언짢은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직장에서 그의 입지는 축소됐다. 반면 남편 덕에 자녀양육 부담에서 벗어난 아내는 승진을 거듭했다. 현재 캐슬린은 코닝사 재정담당 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기어이 남편을 추월한 것이다.
코닝의 자동차 유리부 운영 매니저인 그는 파트타임으로 돌아선 이후 몇 차례 승진기회를 놓치긴 했지만 나름대로 일과 직장사이에서 휼륭히 균형을 잡고 있다고 자평했다.
일반적으로 직장여성은 근무조건 중 유연근무제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남성은 높은 급여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
2012년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에서 자녀를 둔 여직원의 47%가 파트타임직을 이상적인 근로상황으로 꼽은데 비해 같은 대답을 한 유자녀 남성 직원의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실리콘밸리의 변호사인 마리오 사르미엔토(49)는 고용주인 패라곤 리걸이 그를 고객인 시맨텍과의 프로젝트에 투입했을 때 내심 떨떠름했다. 기존 급여수준의 80%에 해당하는 임금에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당 4일간 근무를 하라는 조건이 맘에 들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주당 4일 근무제를 만끽하고 있다. 봉급이 깎이고 사내 입지 다소 위축되긴 했지만 여분의 시간을 활용해 취미생활을 즐기고 다섯 살 난 아들과 놀아주는 것이 그의 삶을 한층 윤택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시 원래의 정상 근무 스케줄로 돌아가기 싫다”는 그는 12월 시맨텍 프로젝트가 끝나면 회사 측에 유연근무가 가능한 또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할 계획이다.
파트타임 남성 전문직장인들은 사내 롤모델이 별로 없다고 푸념한다. 고위간부직으로 올라갈수록 롤모델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이에 대해 ‘아빠 친화적’ 직장 사규에 관한 책을 펴낸 조시 레브스는 “절대다수의 남성이 직장보다 가족을 우선시 하지만 회사의 책임있는 위치는 가족보다 직장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오리건대학 사회학자인 스캇 클트레인의 최근 연구결과는 가족을 위해 근무시간을 축소한 남성은 평균 15.5%의 소득감소를 겪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첫 딸이 태어난 후 근무시간을 20% 줄인 시카고 대학 의과대 내과의인 존 슈만 박사는 적지 않은 수입감소와 베니핏 축소를 감수해야 했다.
슈만 박사는 “근무시간을 줄인 후 마치 변방으로 밀려난 듯한 느낌이 들었고 사람들이 나를 대수롭지 여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 오클라호마주립대학 툴사 캠퍼스 총장대리로 근무 중이다.
보스턴 칼리지 근로가정센터 사무국장인 브래드 해링턴은 “어떤 의미에선 전업아빠(stay-at-home father)가 파트타임 아빠보다 차라리 맘 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을 줄인 남성은 직장 내 위치가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을 하루하루 실감하며 지내야 한다. 동료들 사이에서 자신이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가는 셈이다.
법조계와 의학계, 전문시비스업종에서 남성 파트타임 근로자들의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종에서의 파트타임은 다른 직종에서의 풀타임에 버금가는 근무시간을 요구한다.
2012년 기준으로 법조계 남성 파트타이머 비중은 35%로 2016년의 28%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시애틀 소재 전문서비스사 언스트 & 영 LLP의 파트너인 크리스천 틴더는 2005년 첫 아들이 태어난 후 근무스케줄을 주당 35시간으로 20% 축소했다. 그는 매주 금요일을 집에서 아들과 함께 보낸다.
틴더는 2012년 풀타임으로 복귀했지만 지금도 자녀들에게 농구를 지도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을 뜬다. 그 때문에 미팅에서 일찍 빠져나와야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일보다 가정이 우선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파트타임직을 원하는 직장 동료들에게 그는 훌륭한 롤모델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다니는 법률회사에서 근무시간을 축소하려는 남성은 거의 없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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