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20~23일 방문 시진핑에 의회 연설 등 파격 예우 준비
▶ 中, 고속철·원전 투자화답… 런던서 첫 위안화 채권 발행

중국의 버틀러 스쿨을 졸업한 직원들이 베이징의 한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 영국 TV 드라마 ‘다운타운 애비’가 절찬리에 상영되며 부자들 사이에서 영국풍의 버틀러 서비스 등이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 영국·중국 밀월관계
지난 1840년 ‘아편전쟁’이라는 갈등의 역사를 겪은 중국과 영국이 양국관계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고 있다. 오는 20~23일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영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의 영국 인프라 투자, 위안화 국채 런던 발행 등 초대형 경제협력이 잇따르면서 전례 없는 밀월관계가 조성되는 분위기다. 특히 시진핑 주석 정부가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종착지가 영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양국 간 경제협력은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양국 간 협력에 좀 더 공을 들이는 쪽은 영국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은 시 주석 방문에 다른 정상 외교에서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예우를 갖추고 있다.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가 최근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양국관계를 ‘황금시대(Golden Time)’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FT는 영국이 이미 올해 초 전통적 우방인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요7개국(G7) 중 가장 먼저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면서 친중(親中) 행보가 예고됐다고 전했다.
이는 시 주석의 방문일정에서도 나타난다. 14일 중국신문망은 영국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인용해 시 주석이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며 캐머런 총리의 공식 별장인 체커스에도 초청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체커스는 영국 역대 총리들이 미국과 러시아 정상들을 초대해 회담했던 장소로 그만큼 영국이 시 주석 방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밖에 영국은 축구광인 시 주석을 맨체스터로 초청해 양국 간 축구협력도 추진할 예정이다.
중국도 대규모 투자로 화답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영국 정부가 요청한 북부지역 고속철도 및 힝클리포인트 원자력발전소 건설에도 참여할 방침이다. 이 중 고속철도 공사는 350억파운드(약 541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리 총리는 시 주석 방문에 앞서 6월에 영국을 방문해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특히 중국은 런던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선물도 안길 예정이다. 이는 중국이 홍콩을 제외한 해외에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는 첫 사례로 중국은 시 주석 방문기간 중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마크 볼리트 런던시티(런던 금융특별지구) 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정부의 지원으로 두 나라는 금융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왔다"며 "런던시는 중국과 협력을 추진해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시 주석의 영국 방문과정에서 대규모 경제협력 보따리를 푼 것은 일대일로의 성공을 위해 영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모멘텀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이번 영국 방문을 통해 유럽과의 경제협력을 발전시킬 기폭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반발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전통적인 우방들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FT는 18일 시 주석에 대한 캐머런 총리의 극진한 영접계획에 대해 ‘투자유치를 위해 아첨하는(kowtow) 영국에 대한 비난 고조’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영국과 중국의 이 같은 밀월관계에 외교가가 불편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번 영국 방문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일가와의 만찬, 의회 연설, 캐머런 총리와의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하고 영국 북부 맨체스터를 찾아 사회간접자본 시설 등도 둘러볼 예정이다. 영국은 시 주석의 이번 방문 기간에 인권문제 등 중국의 아픈 곳은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과 우호관계만을 강조하는 영국의 이런 태도는 중국의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과는 달리 명분보다는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면서 외교가와 전통적 우방국 사이에서 우려와 비난을 낳고 있다.
시 주석에 대한 환대와 영국의 최근 태도 변화를 두고 영국의 우방국들은 좋게는 ‘기괴’하고, 나쁘게는 ‘위험’한 것으로 여긴다고 FT는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한 전직 고위관계자는 "아첨의 대표적 사례"라며 "영국 정부 전체가 엄청나게 애쓰고 있는데 앞으로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책당국의 한 자문위원도 "지금 중국이 전 세계에서 진정으로 영향력이 있는 단 한 곳을 꼽으라면 바로 영국"이라며 "영국은 중국의 투자를 간절히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서방 정보당국자 역시 "영국 정부의 현재 대 중국 정책에 대한 가장 너그러운 평가는 단기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중상주의적 정책이라는 것"이라며 "원칙 없이 자기 잇속만 노리는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릿저널(WSJ)도 2012년 영국이 ‘티베트의 문화적, 종교적 자유’를 용인한다며 달라이 라마의 런던 방문을 허용해 양국 관계가 냉랭해졌던 점을 생각하면 최근 영국의 태도 변화는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영국도 상당한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사이버공격에 미국이 비난을 퍼붓지만 영국은 거의 침묵하고 있다고 WSJ는 꼬집었다.
노팅엄 대학교의 중국 전문가 스티브 창은 "영국이 중국에 대해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한다고 해서 중국 정부가 더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바보일 것"이라며 "중국은 유능하고, 강경하면서도 민첩한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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