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방 요리사 못 구해 고급 식당들 어려움
▶ 셰프 이미지 화려하지만 요리사는 중노동

샌프란시스코의 아틀리에 크렌의 셰프인 도미니크 그렌. 고급 식당들이 요리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5년 전부터 식당업계에는 전에 없던 현상이 나타났다. 주방에서 식재료를 다듬고 썰고 조리를 돕는 주방 보조와 요리사들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지원자들의 조리 기술도 전 같지 않았다. 주방 경험 1~2년 된 요리사들이 10년 경력의 베테랑들에게나 맞을 자리에 지원을 하곤 한다. 요리사 지망생들이 과거 같으면 돈을 안 받아도 좋으니 인턴으로 일만 하게 해달라고 애걸 했는데 이제는 하루 쯤 일하고 그만둬 버리거나 아예 출근도 하지 않는다. 주방 요리사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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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업계는 번창 일로에 있다. 고급 식당들이 계속 생겨나고 고객들의 계산서 액수는 올라가고 요리학교 졸업생은 전에 없이 많아졌다. 미국인들의 음식에 대해 지대한 관심, 그리고 식당 주방의 멋진 이미지로 인해 생겨난 현상이다.
그런데 이같은 화려한 모습 이면에 있는 또 다른 현실이 지난해부터 부각되기 시작했다. 셰프와 식당 주인들이 요리사 부족 사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털어놓고 있다. 지원자가 너무 적어서 직원 채용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음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리사 부족으로 인해 조리법이 단순한 음식들만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자나 버거 같은 기본적 음식에 집중하고,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사실상 채용을 하고 있다.
맨해턴에서 식당 ‘단지’와 ‘한잔’을 운영하는 셰프 후니 김은 “주방 요리사들 모두가 양념을 제대로 하고 열을 이해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렸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미리 조리해둘 수 있는 메뉴들을 추가했다. 주방의 요리사들은 이미 만들어 진 것을 데워서 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뉴욕과 라스베가스에서 여러 식당을 운영하며 직원이 4,000명에 달하는 기업 타오의 경우는 요리사 부족 사태를 메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많은 숫자를 채용한다. 그리고는 주방에 잘 맞는 사람은 남기고 시원치 않은 사람들은 잘라버리는 것이다.
식당 주방 보조 및 요리사 부족 사태는 식당업계가 지난 10년 사이 급팽창한 데 따른 성장통으로 볼 수도 있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집착 수준이 되면서 야심찬 식당들이 계속 개업을 할뿐 아니라 지역도 다양해졌다.
고급스런 음식을 조리할 있는 셰프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있는데 많은 젊은 요리사들은 기술을 배우기 위해 열악한 조건에서 저임금에 장시간 일하는 요리사직을 거부한다. 그래서 주방에 필요한 인원을 채울 수가 없다보니 식당들은 채용할 요리사의 기준을 낮추거나 최소한 기대를 낮추어 왔다.
그 결과 세프가 원하는 것과 주방 요리사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사이에는 큰 간격이 생기고 있다. 새로 문을 연 많은 식당들이 메뉴는 화려한 데 왜 음식맛은 실망스러운 지에 대한 설명이 된다.
노동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4년부터 2014년 사이 패스트푸드를 포함, 식당업계에서 가장 많이 새로 생긴 것은 풀 서비스 식당들이다. 이런 식당에 고용되는 미국인 근로자숫자는 오는 2025년까지 1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요리사와 셰프들이 거의 20만명 더 필요하게 된다는 말이다.
새로 생기는 식당들은 과거처럼 몇몇 도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 셰프 지망생들은 미국에서 음식으로 유명한 몇몇 도시 중 하나에서 이를 악물고 일을 했다. 지금은 고급 식당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재능 있는 젊은 요리사들이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간 데는 고급 식당으로 유명한 뉴욕시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지역의 생활비가 치솟은 것과 상관이 있다. 이들은 생활비가 덜 드는 포틀랜드나 시애틀로 이주를 하고 있다. 내슈빌, 휴스턴, 사바나, 워싱턴 D.C. 등지가 전도유망 한 요리사들의 집결지가 되고 있다.
요리사 부족 사태는 식당 주방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10년이나 15년 전까지만 해도 식당 주방은 군대 분위기였다. 초보 요리사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명령에 순종하며 상사에게 충성을 다해야 했다. 유럽에서는 수세기 동안 셰프들이 도제 시스템에서 일을 했다. 16살에 처음 들어가서 하루종일 감자 껍질 벗기는 것으로 일을 시작해 한 단계 한단계 올라가서 부요리장, 요리장의 위치에 오르는 것이 전통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야심만만한 젊은 요리사들은 그걸로 성이 차지 않는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25년 동안 한 부분 요리만 하면서 만족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유튜브, 페이스북, 세계 최고의 50개 식당 같은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요리사들은 얼마든지 배울 기회가 있다.
그런가 하면 트위터 등 기업들은 고액의 연봉을 주면서 셰프를 자사 식당에 고용하고, 홀 푸즈 등은 풀서비스 식당 수준의 봉급을 주면서 근무시간은 훨씬 나은 조건으로 셰프들을 고용한다. 거기에 창업 정신도 한몫을 한다. 요리학교 졸업생들이 샌드위치 트럭을 몰고 다니기도 하고 빵집을 열기도 한다. 그러니 과거 같은 상명하복의 체제는 더 이상 발붙일 수가 없다.
요즘의 요리사 지망생들은 일하고 싶은 주방에 대해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이직도 쉽게 한다. 평생직장이다 여기며 적은 돈에 장시간 일하던 과거의 요리사들과는 다르다.
“내 나이 또래는 마구 돌아다닌다. 한달 동안 생선 요리 배우고, 다음 한달은 파스타 요리배우고 나면 자기 식당을 열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각 셰프 밑에서 최소한 1년 씩 일하면서 배우던 것이다.”라고 한 젊은 요리사는 말한다.
대부분 셰프들은 요즘 젊은 요리사들은 직업에 대한 소명감이 떨어지는 것으로 본다. 화려하게 성공을 하고 싶어서 발을 들여놓지만 막상 그것이 열악한 환경에서 주 90시간 노동에 넘어야 할 산이 끝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도망가 버린다는 것이다.
재능 있는 요리사들을 끌어들이려면 근무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더 이상 이의가 없다. 지금처럼 쥐꼬리 월급에 죽어라 일만 시키는 조건으로는 더 이상 요리사들을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근무시간을 단축 및 조정하고 생계 가능한 수준의 월급을 주며 유급 휴가와 병가를 보장하고 건강 보험을 제공하는 등 근무 조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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