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4분기 135억7,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이 회사는 주당 이익이 2달러33센트라고 설명했다. 이는 월스트릿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이다. 작스인베스트먼트 리서치 19명의 애널리스트 평균 예상가는 주당 2달러19센트였다’AP 통신사가 제공한 애플의 2·4분기 실적 기사 중 일부다. 그런데 기사 말미의 바이라인(필자의 이름)이 이상하다. ‘작스인베스트먼트리서치의 자료를 활용해 오토모티브인사이트가 작성했다’고 돼 있다.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썼다는 얘기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로봇이 기사를 쓰는 ‘로봇 저널리즘’이 등장했다. AP통신은 올 1·4분기 동안에만도 3,000건 안팎의 ‘로봇 기자가 쓴’ 기사를 제공했다. 2012년 말 ‘기자 작성 자동화 프로젝트’에 착수한 지 2년여만의 결과물이다. 기사 제공 초기 축구팀 순위 정도의 단순 기사를 작성하는 수준에서 이제는 경제 분야까지 영역을 넓혔다. 세상의 기자들이 아주 낯선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기자실에서 만나 같이 데스크 ‘뒷담화’에 열을 올릴 수도, 정치·경제·사회 문제를 두루 섭렵한 후 결국 만취로 이어지는 퇴근길 한잔을 나눌 수도 없는, 하지만 뭔가 만만해 보이지 않는 이 경쟁자의 잠재력을 아직 가늠할 길이 없다.
로봇 기자를 조만간 선거보도에도 투입할 것이라는 AP의 계획을 통해 이 경쟁자의 영역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확장될 수 있겠다는 추측을 해볼 뿐이다. 나에게 적어도 30분은 필요한 경제기사 한 꼭지를 로봇 기자는 3분, 어쩌면 30초 만에 작성해내거나 엄청난 분량의 정책 자료를 기가 막히게 설명해주는 해설기사를 척척 써낸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섬뜩해진다.
낯선 경쟁자를 만나는 것은 기자만이 아니다. 금융 산업도 이전에 만난 적이 없었던 새로운 경쟁자와 만나게 된다. 3개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의 면면이 이채롭다. 3개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총 35개, 이 중 금융권 업체는 10개에 불과하다.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카카오와 인터파크·KT 외에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게임 업체 넷마블이 참여(카카오뱅크)를 선언했고 GS홈쇼핑과 NHN엔터테인먼트(I뱅크)도 이름을 올렸다. K뱅크 컨소시엄에는 중국 인터넷은행 마이뱅크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구축한 뱅크웨어글로벌과 P2P 대출 업체 8퍼센트의 이름이 특히 눈에 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윳돈이 있는 개인과 돈이 필요한 개인을 이어주는 P2P대출 업체도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카카오페이로 시작돼 하나둘씩 늘어가는 간편결제가 단순한 결제수단에 그칠지, 금융 산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지 아직 알 수 없다. 비금융권 출신의 낯선 경쟁자들이 한 번도 넘어본 적 없는 경계를 지나 금융시장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달라질 금융환경 속에서 전통의 금융 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적당한 대답은 떠오르지 않고 AP가 로봇 저널리즘을 개발한 목적에만 눈길이 간다.
AP가 로봇 저널리즘 개발에 들어갔을 때 기자들은 인력감축을 우려했다고 한다. 그래서 AP 경영진은 로봇 저널리즘이 기존 인력의 구조조정이 아닌 시간 확보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해 7월 로봇 기자의 기사가 제공되기 시작한 후 1년여가 지난 지금 기자들과 고객사의 만족도가 높다는 게 AP의 자체 평가다.
기존 금융과 새로운 금융이 더 잘할 수 있는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쌓는다면 금융 소비자의 대상이 더욱 넓어지고 그들이 받는 서비스의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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